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정신의학신문 ㅣ 황성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누구나 한 번쯤은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다 끝났으면 좋겠다.’. ‘내가 없어지면, 좀 나아질까.’하는 생각 말입니다.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삶이 너무 절망적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 때로는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놀라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해도 괜찮은 걸까 하는 걱정과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도 이런 생각이 단순한 상상 혹은 한번 스쳐 지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꽤 자주, 반복적으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우울증이 깊어지면 삶 전체가 흐릿해지고 미래는 막막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지금 겪는 고통이 영원히 이어지리라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럴 때 가장 위험한 유혹이 바로 ‘이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길은 없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자살이 하나의 가능한 선택지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살 충동이 들 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자살충동이 드는 것이 정말 ‘죽고 싶어서‘라기보다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라는 마음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자살충동은 삶을 끝내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이 지독한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라는 내면의 외침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삶이 힘들고 외롭다는 말이고, 그래서 누군가의 손이 간절하다는 뜻입니다.

자살충동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쌓인 감정의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 우울감, 외로움, 무력감, 자기혐오, 지지받지 못한 경험, 반복된 실패감이 점점 마음 안에 쌓이고, 어느 순간 감정이 임계점에 다다르면 ‘차라리 없어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올라옵니다. 이때 뇌는 감정조절과 판단 기능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평소라면 생각하지 않을 극단적인 결정을 실제로 실행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야간이나 혼자 있는 시간,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를 받은 직후에 이런 감정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살 충동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나 성격 때문이 아니라, 감정과 신경생리학적 기제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위기 상태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살충동이 들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자살 충동이 올라올 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처법

1. 자살충동은 영원한 것이 아닌, 지나가는 상태임을 기억하세요.

자살충동이 느껴질 때 그 마음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죽고 싶은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지금 느끼는 우울과 절망이 무슨 수를 써도 끝나지 않을 것처럼 무겁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살충동은 실제로는 ‘지나가는 상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감정을 깊게 느낄수록 그 기분이 영원하리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살 충동은 대체로 24시간 이내, 길어도 며칠 안에 강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2.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감정을 털어놓아보세요.

누군가에 마음을 털어놓고 연결되는 것,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자살충동 및 실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한 방법입니다.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때 가장 위험한 상황은 ‘혼자서 감정을 감추고 있는 상태’입니다. 꼭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24시간 운영되는 정신건강 상담 전화나 온라인 상담 기관,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활용하셔도 됩니다. 타인의 목소리를 듣고 감정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살예방상담전화:109 (24시간 운영)

24시간 청소년 상담: 1388

정신건강 위기상담: 1577-0199

3. 위험한 도구나 장소로부터 거리를 두세요.

자살충동은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질 때 실행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이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은, 일단 위험한 수단과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약물, 날카로운 물건, 고층 공간 등 위험이 있는 물리적 환경에서 자신을 잠시 떼어놓는 것만으로도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4.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자살충동은 ‘정신이 약한 사람만 겪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심리적 어려움은 치료와 상담을 통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심리치료나 인지행동치료처럼 생각의 패턴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문적 개입도 있습니다. 한 번 진료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무언가 달라지진 않지만, 치료를 받기로 한 결정 자체가 이미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5. 자기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마세요.

“왜 이렇게 나약하지?”, “왜 이런 생각을 하지?”라고 자책하지 마세요. 삶이 벅차고 고통스러울 때 그런 생각이 드는 건 결코 이상하거나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이 들 정도로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단한 일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삶은 때때로 정말 버겁고 불공평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지금의 고통이 어떻게 바뀔지, 아직 우리는 다 알지 못합니다. 감정은 늘 변하고, 상황은 언젠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그날이 오기 전까지, 혼자서 그 모든 무게를 감당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을 도울 수 있는 사람과 방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지금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고,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온 세상이 다 나를 외면하는 건 아닙니다. 그 마음을 붙들고 하루, 이틀, 일주일… 그렇게 조금씩 버텨나가다 보면, 분명히 숨 쉴 수 있는 틈이 찾아올 것입니다. 살아있음 자체가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임을 기억하며,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전문가, 관련 기관에 도움의 손길을 꼭 요청하시기를 바랍니다.

당산한결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황성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