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님, AI 건축이 가능할까요?”
ChatGPT 유행 이후로 AI 기술이 건축계에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AI는 어려웠던 설계 작업의 묘책이 될까? 건축가를 위협하는 모험이 될까. AI 시대에 건축가들은 AI의 결과물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Q ‘ChatGPT’나 ‘DeepSeek’, ‘Midjourney’ 등 생성형 AI가 유행하고 있는데, 실무적 차원에서 AI 유행의 영향을 접할 때가 있나?
최윤영 : 아직까지 건축주가 AI 결과물로 직접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는 없었다. 다만, SNS상에서 어떤 소장님들은 AI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취미처럼 다루는 분들이 계셔서 영향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다만, 그 결과물이 실제 설계에 이어지는지는 모르겠다.
최민욱 : 실제로 AI에게 설계를 맡긴 결과물을 들고 온 건축주를 만난 적이 있었다. 굉장히 놀랐고, 이렇게 빠르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건축주는 그 생성물을 갖고 ‘이 설계를 계획에 반영해달라’고 주문했다. ‘운전대를 낚아챈’ 느낌이랄까, 익숙했던 설계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앞으로 건축가는 더이상 ‘디자인을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디자인을 검토하고 현실화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이런 순간이 더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최준석 : 건축가마다 편차가 있는 것 같다.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건축가들은 열심히 활용하는 것 같은데, 관심이 없는 분들은 여전히 관심이 없다. 2천년대 초반, 인터넷이 막 대중화될 때 같은 느낌이다.

Q 건축가는 예술과 공학, 양쪽에 발을 얹고 있는 직업인데, 그런 측면에서 AI 건축 설계가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하나?
최민욱 : AI의 등장은 분명 기회면서 위기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설계 과정은 높 은 효율성을 갖겠지만, 그 효율성이 건축가라는 존재를 필요 없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건축가 닐 리치(Neil Leach)는 “AI가 건축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과 건축가의 종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는데, 공감하고 있다.
최윤영 : 위협이나 불쾌감보다는 걱정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AI가 더 많이 발전해서 공사까지 가능한 도면을 생성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AI가 지금의 시스템을 크게 흔들지는 못할 것이다. 건축 설계는 이미지 한 장, 도면 두어 장으로 되는 게 아니다. 다만, 작은 농막처럼 건축허가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게 조금 더 빠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생성형 AI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직은 ‘그림’에 불과하다. 인허가나 현장 감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시 도면을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한계가 많다.
최준석 : 유쾌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 않나. 개인이 어쩔 수 있는 흐름은 아니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냥 밀어낸다고 될 일은 아니다. 사실 AI 기술이 건축 분야에 영향을 깊게 미치는 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지금도 건물 디자인이나 간략한 수준의 투시도 같은 것은 관련 서비스가 있어서 지금도 많이들 하고 있지 않나. 물론, 그게 (건축이 가능한 완성된) 도면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데, 일반인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 다만,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이제 비교 대상이 다른 디자이너가 아닌 AI가 되어버리니까, AI의 결과물 이상을 뽑아내지 못하게 되면 디자이너에 대한 비용 가치에 대해서 회의가 오게 될 것이다.
Q 건축 AI 자체는 이전부터 종종 쓰였던 개념인데, 근래 시장 상황은 어떻게 보나?
권이철 : 근래의 AI 붐 이전에도 랜드북이나 하우빌드 스케치, 플렉시티 같은 서비스들이 있었다. 간략하게 매스를 검토하다가 이제 캐드 도면까지 만들어주는 데까지 왔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벤처 투자가 건축 경기와 함께 가라앉다 보니까 그런 업체들끼리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그러다 ChatGPT가 들어오고 어도비나 스케치업 등의 서비스에서도 AI 기능을 탑재하면서 이미지 AI가 무척 큰 이슈로 다가오고 있다. 요즘 세간에서는 건축 AI가 설계 도면을 그리고, 이미지 생성 AI가 랜더링한 모델링 이미지가 나오게 되면 파급력이 크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Q AI가 만드는 결과물은 어떤 것 같나?
김동희 : 비유를 들자면 ‘똘똘한 실습생’을 두는 것과 같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직원’이 아니라 ‘실습생’이라는 것이다. 직원보다는 도움이 덜 되지만, 어떨 때는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잘 낸다. 그래서 똘똘한 실습생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종종 낸다. 하지만, 그 결과물에 대한 인정은 어렵다. 딱 그 정도다.
최민욱 :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다양한 AI 도구들을 설계 각 단계에 맞춰 실험해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클릭 한두 번으로 설계 전 과정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단계별로는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AI 결과물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실제 건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법규, 구조, 예산, 시공 가능성 등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로는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상상한 것을 빠르게 시각화해주기 때문에,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확장해 보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된다고 본다.
최준석 :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은 이제 AI가 뚝딱 만들어내지만, 실제로 이게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동문서답할 때도 있고. 아직은 사람들이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할까.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조율’하는 작업이 점점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Q AI를 활용해본 적이 있나? 보통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활용해야 할까?
최민욱 : 초기에 건축 가능 규모와 주차대수 등을 판단해주고, 디자인에서도 파트너처럼 빠르게 다양한 디자인을 제안해준다. 내가 스케치한 아이디어를 실사처럼 렌더링해주는 작업도 가능하다. AI는 단순한 보조도구가 아니라 설계 과정 전반에 걸친 동료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최윤영 : 그런 시도는 상당히 많이 해보고 있다. 다만, 직접적으로 건축 설계에 활용하기보다는, 설계 외적인 일, 그러면서도 상당히 많은 업무량이 많은 일들 위주로 써보려고 한다. 모델링을 만들거나, 사진을 편집 및 보정하거나, PPT를 만들어주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쓰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면 그것은 너무 필요한 것도, 그런 면에서 도움도 받고 있다.
권이철 : 예전에는 기획 등을 검토해달라고 하면 직접 다 해야 하는데, 요즘은 해당 작업의 50~70%는 AI가 해줄 수 있다. 지금도 기획 단계에서는 충분히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외관 소재를 다른 것으로 바꿔보는 것 등은 AI를 시키면 금방 해결된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투입되던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들은 금세 AI가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최준석 : 아직은 설계나 디자인에 있어서 크게 도움을 받진 못하고 있다. 그것보다는 그 외의 텍스트 작업 같은 거나, 어떤 정보를 정리하고 알아보는 데 있어서 ChatGPT를 활용해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아직은 ‘편리한 백과사전’처럼 쓰고 있다. 다만, AI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명령어 등 인풋(input)을 잘 해야 한다. 우리도 다른 분야에서 AI를 써보면 어떻게 인풋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천지 차이다. 챗지피티도, 딥시크도 마찬가지지만, 투박하게 인풋을 넣으면 투박한 글밖에 나오지 않는다. 해당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상황, 왜 필요한지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 인풋하면 아주 자세하게 나온다. 건축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Q AI 설계의 유용성과 만족도가 건축물의 종류(근린생활시설 / 주택)나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을까?
최민욱 : 근린생활시설은 다수를 만족시켜야 하는 건축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AI 설계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사용자 동선이나 기능적 효율성을 중심으로 계획하는 데 강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은 우리 가족, 삶의 방식, 취향, 감정까지 반영되어야 하기에 AI보다는 건축가의 세심한 해석과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AI 설계는 통계에 기반한 ‘기성복’에 가깝고, 주택 설계는 개인의 치수와 기호를 반영한 ‘맞춤복’에 가깝다.
Q 생성형 AI는 ‘틀렸지만, 그럴듯한 대답’을 하는 게 문제로 꼽히기도 한다. 비전문가가 AI를 활용한다고 할 때 우려되는 상황이 있을까?
김동희 : AI가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일 필요는 없다. 그 말대로 ‘기대치 없는 도움’은 가능하리라 본다.
최민욱 : 특히 건축주에게 AI가 제시한 답변이 건축가의 의견과 다를 경우,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AI의 답을 ‘정답’이라 믿는 건축주와 그 내용을 현실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건축가 사이에 신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건축은 수많은 변수와 맥락을 고려해야 하기에, AI의 그럴듯한 답이 오해와 갈등을 유발하고 오히려 프로젝트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권이철 : 상황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AI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1)이미지 생성 형식의 AI가 있고, 2)도면화 형식의 AI가 있다. 또 3)ChatGPT 등에 법령을 체크하도록 하는 AI가 있다. 세 가지로 상황을 나눴을 때 저도 학교에서 학생들과 AI를 활용하다 보면 3번 같은 법령 체크하는 분야에서는 다 틀리는 수준이다. 만약 직영 건축을 목표로 하는 건축주라면 특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최윤영 : 권 소장 말에 더해서 건축의 여러 가지를 AI로 한다 한들 우리나라의 현행 건축 제도에서는 반드시 건축가를 거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건축가가 당연히 다 검토해서 문제점을 찾을 것이고, 보완해 해결할 것이기 때문에 건축주가 ‘알아본다’는 차원에서 AI로 지식을 얻고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볼 수 있는데, AI 결과물로 집이 지어진다는 생각은 갖지 않는 게 좋겠다.

Q 예비 건축주가 AI를 활용한다고 할 때, 어떻게 써야 할까?
최윤영 : 건축주가 상담을 요청해올 때, 예전에는 핀터레스트 같은 서비스에서 자신의 취향과 의도에 근접하는 이미지를 찾아 제시하거나, 글로 써서 가져온다던가, 또는 직접 평면을 그려서 오는 경우가 있었다. 앞에서 건축가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이런저런 비용을 쓴다고 얘기했는데, 건축주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공간을 건축가에게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이미지를 저장하고 분류하고 때로는 도면을 스케치해서 제시하기도 한다. 건축주도 일상을 보내야 하니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일 것이다. 건축 아이디어의 단초로 AI를 활용한다면 건축가와의 대화와 건축주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준석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언가 원하는 그림을 얻고 싶다면 인풋이 디테일해야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건축주가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알아야’ 도움이 될 것이다.
김동희 : 건축가도, 건축주도 AI에서 충분히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는 지를 이해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문법, 즉 프롬프트를 이해해야 한다는 거다.
최민욱 : AI가 제시하는 설계안은 하나의 의견일 뿐, 정답은 아니다. 건축에는 정답이 없고, 특히 현장을 직접 볼 수 없는 AI의 답변은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AI를 참고자료로 활용하되, 현실적인 안목과 경험을 가진 건축가의 판단을 조금 더 신뢰해주면 좋겠다. 결국, 좋은 건축은 사람과 사람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시작된다. 기술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감각을 담아내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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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_ 신기영 | 사진_ 건축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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