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쳐오는 바닷물… '방파제 벽' 두른 알렉산드리아 [COP27 '기후정의'를 외치다]

김승환 2022. 11.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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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덮쳐오는 지중해
지중해 연안의 알렉산드리아
글로벌 기후위기 직격탄 도시
2100년 해수면 최대 1.01m↑
해안 침식·농경지 피해 우려
폭우 잦아 휴교 등 일상 마비도
“이 돌덩어리가 없었다면 이 쪽은 이미 모두 바닷물에 잠겼을 겁니다.”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 해안을 따라 사람 키 높이를 훌쩍 넘는 콘크리트 방파제가 늘어서 있다.
12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 내 콰이트베이 요새 부근서 낚시를 하던 무함마드 가말(64)은 기자와 대화하던 중 자신이 밟고 선 콘크리트 방파제를 발로 한 번 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그는 “젊었을 때는 바닷물이 높아지면 해안으로 지금보다 3m 정도 더 깊숙하게 들어왔다”며 “정부가 2000년쯤부터 해안을 따라 조금씩 돌을 쌓았는데, 여기에 이렇게 큰 돌을 깐 건 1∼2년 전”이라고 말했다.
무함마드가 말한 ‘큰 돌’은 사람 키 높이를 훌쩍 넘는 콘크리트 방파제로, 실제 기자가 콰이트베이 요새로부터 서쪽으로 3㎞ 정도 걷는 동안 해안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방파제가 지중해 바닷물을 막아주고 있었다. 이 ‘방파제 성벽’은 홀로 바다 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콰이트베이 요새도 넘실대는 바닷물로부터 지켜주는 모습이었다. 알렉산드리아 내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콰이트베이 요새는 15세기 세워진 건축물이다. 기원전 3세기에 세워져 ‘모든 등대의 원형’이라 평가받는 ‘알렉산드리아의 등대’ 터 위로, 그 잔해로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수도 카이로에 이어 이집트에서 두 번째로 큰 대도시인 알렉산드리아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거대한 방파제 벽으로 바닷물을 막아내는 중이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콰이트베이 요새 근처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파합 테히가 12일(현지시간) 밤 기자와 인터뷰를 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나고 자란 파합은 “내가 어릴 때보다 바닷물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나고 자라 콰이트베이 요새 근처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파합 테히(76)는 “여기 바닷물은 계절이나 시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한다”며 “내가 어릴 때보다 바닷물이 높아졌는데, 여기 늘어선 돌들이 그걸 막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해안가에서 만난 아슈라파 압델(53)은 콰이트요새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쭉 늘어선 방파제를 가리키며 “그 근처에 있는 다리를 바닷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1년 전에 또 새로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는 나일강 삼각주 내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나일강 삼각주는 강을 따라 흘러온 퇴적물이 지중해를 만나면서 오랫동안 쌓여 만들어진 지형인 탓에 해수면 상승이 해안 침식이나 농경지 염수 피해를 초래하기 쉽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 내 콰이트베이 요새부터 해안을 따라 사람 키 높이를 훌쩍 넘는 콘크리트 방파제가 늘어서 있다. 이집트 정부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알렉산드리아 해안에 이 ‘방파제 벽’을 둘렀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 내 콰이트베이 요새부터 해안을 따라 사람 키 높이를 훌쩍 넘는 콘크리트 방파제가 늘어서 있다. 이집트 정부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알렉산드리아 해안에 이 ‘방파제 벽’을 둘렀다.
이런 피해는 1980년대 관련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집트 환경부는 기자의 관련 서면 질의에 “해수면 상승이 나일강 삼각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980년대 후반에 몇 가지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며 “특히 2007년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이 강조된 이후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되는 모든 보고서에 나일강 삼각주의 취약성이 언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IPCC는 나일강 삼각주를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고 있다. 2007년 보고서에는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알렉산드리아를 포함한 해안 지역 약 2000㎢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담겼다. 이는 서울 면적(605.24㎢)의 3배를 넘는 크기다. 염수 피해로 농업이 불가능해지는 농경지도 1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세기 내 해수면 1m 상승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지만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에 제동을 걸지 않을 때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중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는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되는 시나리오(SSP5-8.5)를 따를 경우 지구 평균 해수면이 2100년까지 1995년∼2014년 평균 대비 적게는 0.63m, 많게는 1.01m까지 높아질 것이라 전망됐다.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는 시나리오(SSP1-1.9)를 따르더라도 0.28∼0.55m 상승할 것이라 예상됐다. 실제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2018년 0.2m 상승해, 이 기간 연간 평균 1.69㎜씩 높아졌다. 문제는 최근 들어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단 것이다. 2006∼2018년 연간 평균 해수면 상승치는 3.7㎜로 1901∼2018년 연간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 내 콰이트베이 요새부터 해안을 따라 사람 키 높이를 훌쩍 넘는 콘크리트 방파제가 늘어서 있다. 이집트 정부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알렉산드리아 해안에 이 ‘방파제 벽’을 둘렀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 내 콰이트베이 요새부터 해안을 따라 사람 키 높이를 훌쩍 넘는 콘크리트 방파제가 늘어서 있다. 이집트 정부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알렉산드리아 해안에 이 ‘방파제 벽’을 둘렀다.
알렉산드리아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해수면 상승만이 아니다. 지중해성 기후인 알렉산드리아는 매년 10월 말부터 2월초까지 장마가 이어지는데 이 기간 극단적 폭우가 계속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폭우로 도시가 침수되면서 주 정부가 학교 휴업을 포함한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1∼2020년의 12∼2월 평균 강수량은 61.9㎜로, 이집트 전체 평균(7.23㎜)의 약 8.5배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파합은 “겨울이면 비가 많이 올 때는 무릎까지 찬다”며 “지난해 12월에는 10년 만에 눈도 와서 거의 30㎝가 쌓였다. 그 때 주 정부는 사고를 막기 위해 사람들의 외출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IPCC는 지난 2월 공개한 AR6 중 제2실무그룹 보고서를 통해 알렉산드리아 등 나일강 삼각주 지역에 대해 “불평등이 심각하고 불안정한 주거 형태 비율이 높다”며 해수면 상승과 폭우 등이 결합된 재난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감축 노력과 별개로 이번 세기 지구온난화는 계속 될 것이 분명하다. 알렉산드리아를 위협하는 해수면 상승, 극단적 기상 현상은 피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당장 필요한 건 이 재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거기에는 당연히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집트 정부는 알렉산드리아 해안에 방파제 벽을 두르는 데 3억1000만이집트파운드(한화 약 170억원)를 투입했다. 알렉산드리아처럼 대도시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지중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다른 해안 도시에는 총 사업비 1억520만달러(한화 약 1490억원·녹색기후기금 출연금 313억848만달러 포함) 규모의 ‘해안지역 통합관리’(Integrated Coastal Zones Management) 사업이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 중이다. 나일강 삼각주 해안 총 69㎞ 구간(포트사이드 12㎞-다미에타 12㎞-다칼리야 12㎞-카프르 엘셰이크 27㎞-베헤이라 6㎞)이 그 대상이다. 이집트 환경부는 이 사업에 대해 “갈대 울타리 설치·자생 식물 식재로 해변을 보강하거나 인공 모래언덕을 조성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 내 콰이트베이 요새부터 해안을 따라 사람 키 높이를 훌쩍 넘는 콘크리트 방파제가 늘어서 있다. 이집트 정부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알렉산드리아 해안에 이 ‘방파제 벽’을 둘렀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나고 자란 아슈라파 압델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밤 콘크리트 방파제 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가 겪고 있는 기후 피해와 관련해 “알렉산드리아도 부자 나라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약 600㎞ 떨어진 홍해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선 이집트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이같은 기후적응·재난예방 대책 비용에 대한 ‘청구서’를 탄소 다배출 선진국에게 내미는 중이다. 샤름 엘셰이크에서 진행 중인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는 이 문제를 다루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를 정식 의제로 채택했다. 기자가 만난 알렉산드리아 토박이들에게 이에 대해 물었고, 그들의 답은 간단했다. 
“부자 나라들은 샤름 엘셰이크에서 아프리카 나라의 요구에 꼭 답해야만 해요”(무함마드), “알렉산드리아도 부자 나라의 지원이 필요해요. 그들에겐 책임이 있어요”(아슈라파). 

알렉산드리아=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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