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제로 코로나' 후퇴 거부… 시위대 분노 듣지 않았다
국무원, 브리핑에서 '제로 코로나' 언급 안 해
"최대 수준으로 인민 생명과 건강 보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선택은 '직진'이었다. '제로 코로나'라고 불리는 고강도 봉쇄 정책에 저항하는 시위가 지난 26일 이후 전국으로 확산했지만, 중국 정부는 29일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시위가 시작된 이후 이날 열린 첫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방역당국은 제로 코로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당장의 정책 변경은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방역당국은 "국민이 불편을 느끼는 것은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 아니라 정책을 과도하게 시행하는 지방 공무원들 때문"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노년층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독려와 코로나19 검사기관 감독 강화 등 엉뚱한 대책을 내놨다.
이에 이번 주가 집권 3기를 맞은 시 주석 리더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태도에 중국인들이 분노해 시위가 커지느냐, 공안(경찰)의 강경 진압에 눌려 시위가 사그라드느냐가 향후 정국을 가를 것이다.
중국 내 노인층, 코로나19 주요 감염 통로
중국 국무원은 29일 오후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이후 중화권 증시가 급등했다. "민심을 의식한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조치를 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 국무원 산하 코로나19 합동방역통제기구 브리핑 내용은 정반대였다. 쳉 콴유 국가질병통제국 제1 감독부장은 “장기 봉쇄가 인민(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불안을 야기한다”는 원론적 언급을 하면서도 방역 조치 완화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외신기자의 관련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 대한 국무원의 처방은 “60세 이상 노년층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백신 불신 때문에 중국 노년층의 접종률이 저조한 것은 재확산세를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28일 기준 일일 코로나 확진자는 3만8,645명이었다. 이를 두고 "접종률 상승 등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잡혀야 정부가 방역 완화를 할 수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시각과 "방역 완화를 못 하는 책임을 노인들에게 돌리려고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렸다.
"시 주석, 제로 코로나 정책 실패 인정 못할 것"
시 주석의 선택지는 처음부터 '제로 코로나 강행'뿐이었다는 관측이 많다. 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텅 뱌오는 로이터통신에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를 풀면, (3년 동안 유지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시 주석이 져야 하기 때문에 완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나라 안팎의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거나 듣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이번에도 국제사회가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상황을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취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위 참가자를 탄압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권리나 자유든 법률의 틀 안에서 행사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서도 "최대 수준으로 인민 생명 안전과 건강을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체제의 장기 집권에 대한 국내 반발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 주석은 "물러서면 안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크다. '거리로 나가면 정부가 바뀐다'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고 작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앞으로 시위대를 더 강경하게 진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백신 접종률이 낮고 보건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만큼, 방역 완화는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면 정부의 책임론이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비영리재단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중국 전문가 베이츠 길은 “중국의 의료시스템 자체가 ‘위드 코로나’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시위 지속될지 불투명...중국 당국, 진화 총력전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는 29일 현재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정부가 28일 중무장한 공안을 베이징과 상하이에 대거 배치하면서 시위는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중국 공안들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 대상에 올리겠다고 위협하는 등 각종 압박책을 동원하고 있다.
다만 시 주석이 29일 '마이웨이'를 선택한 것에 중국인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변수다. 시위가 더 격화한다면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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