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타시는데 어딜'…전용 엘리베이터 '황당 의전' [관가 포커스]

강경민 2024. 10. 10. 09: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10일 오전.

국감이 열린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엘리베이터엔 운행 제한을 알리는 게시문(사진)이 곳곳에 붙여져 있었다.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의원들이 식사할 때 편안히 이동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구태의연한 발상"이라며 "정작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및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건 과잉 의전"이라고 지적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원 식사 방해될 수 있으니
직원 식사 빨리 마치라는 기재부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10일 오전. 국감이 열린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엘리베이터엔 운행 제한을 알리는 게시문(사진)이 곳곳에 붙여져 있었다. 점심시간(12시~14시)과 저녁시간(18시30분~20시30분)에 직원들의 탑승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유가 뭘까. 국회 기재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중앙동 15층 구내식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 때 의원들만 전용으로 해당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감이 열리는 4층에서 식당이 있는 15층으로 중간층을 거치지 않고 의원들이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다른 층의 운행도 전면 제한했다. 

게시문엔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반대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내용이 적혀 있었다. 중앙동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구역이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을 사실상 국회의원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1000명이 넘는 직원들 뿐 아니라 이 곳을 찾은 민원인 등 시민들은 한 구역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만 북적이면서 탑승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감장에서 4층 엘리베이터 탑승 구간까지는 곳곳에 의원들을 위한 오·만찬장 안내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었다. 직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과잉 의전’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의원들이 식사할 때 편안히 이동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구태의연한 발상”이라며 “정작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및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건 과잉 의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도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는 17대 국회에서 사라졌다. 이날 의원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를 운영해 달라는 국회측의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감 기관인 기재부가 자발적으로 의원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를 운행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감 일정 때문에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동에서 함께 근무하는 행정안전부의 의전을 벤치마킹해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했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해 10월 국감 당시 민원동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했다가 본지 기사가 보도되자 서둘러 운행 제한 조치를 풀었다.

뿐만 아니라 기재부는 소속 공무원들 대상으로 국회의원들의 식사에 방해될 수 있으니,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전 국감 종료 예정인 12시 전에 구내식당에서 모든 식사를 마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 역시 국회 측의 요청이 아닌 기재부의 자발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본지 보도 후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국감 도중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기재부의 엘리베이터 지침은) 시대착오적 과잉 의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희가 과잉 의전의 공범이 될 필요는 없다”며 “위원장께서 적절히 판단해 다른 분들도 자유롭게 드시고, 과잉 의전할 시간에 자료나 더 잘 내달라고 얘기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