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 '양현석 협박' 주장 일관성..양현석 말에 거짓 있었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의 심리로 양현석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의 혐의에 대한 11차 공판이 열렸다. 양 전 대표는 YG 소속 연예인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을 고발한 가수 연습생 겸 공익신고자 한씨가 경찰에서 진술을 바꾸도록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공판에는 한씨의 공익제보를 최초로 기사화한 디스패치 기자 A씨가 증인으로 나선 가운데 먼저 검찰의 신문이 진행됐다.
A씨는 한씨를 처음 어떻게 알게 됐냐는 질문에 "2017년 6월 (빅뱅) 탑의 (마약) 사건으로 한씨가 수면에 올랐고, 제보가 들어와 알게 됐다. 당시 이 사건을 잘 아는 취재원이 탑 이외에도 비아이 등 YG 마약 사건이 더 있다고 파보라고 했고, 그 과정에 양현석도 관련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후배 기자를 통해) 한씨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로 인터뷰를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같은해 8월 한씨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A씨는 “한씨는 2016년 6월 위너 이승훈을 통해 비아이의 마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비아이가 YG 내부적으로 실시한 마약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으며, 비아이가 한씨와 같이 마약을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후 YG 측 인사인 김모씨가 자신을 찾아와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달라’라며 명함을 주고 갔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6년 8월 한씨가 마약으로 긴급체포돼 수사를 받던 중 휴대폰에서 비아이의 이름이 나오자 ‘비아이와 함께 (마약을) 했다’고 답했고, 조사 후 김씨에게 연락해 경찰 조사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뒤 김씨가 한씨를 차에 태워 YG 사옥으로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만난 양현석이 ‘(진술을 바꾸지 않으면) 연예계 생활 못하게 할 수 있다’, ‘변호사를 붙여주고 사례도 하겠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씨가 진술을 바꿨다는 것이다”라고 당시 들은 말을 전했다.
사건을 처음 취재한 2017년에 보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A씨는 “한씨가 기사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당시 소속사 대표가 (마음대로 인터뷰한 것에 대해) 화가 났다고 했다. 그래서 기사화가 안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 후로 연락이 끊겼다”라고 밝혔다.
2019년 취재를 재개한 이유로 A씨는 “버닝썬 사건이 터지면서 YG-검경 유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그 사건을 보다가 한씨가 ‘(YG 사옥에서 양현석이) 내가 진술서를 볼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했다는 기억이 났다. 그래서 YG-검경 유착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어 다시 한씨에게 연락했다”라고 말했다.
A씨는 2019년 한씨 취재 당시를 떠올리며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가 분명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2017년에 말했던 것과 비슷했다. 기자 입장에서 아이돌 가수의 마약 사건이 어떻게 묻혔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고, 사건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아이의 마약건과 양현석에 대해서는 우리가 다루되, 검경 유착은 우리가 취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공익제보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한씨는 지난 8월 열린 8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서 “디스패치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취재를 위해) 저와 대화를 나눴던 것을 녹음했는데, 그 녹음 파일에 그 말(양현석에게 협박 당했다)한 것이 저장돼 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자료를 요청해 디스패치는 한씨와의 2017년 인터뷰 녹취록 및 2019년 인터뷰 현장에서 작성한 워드 파일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A씨는 2017년 인터뷰 녹취록은 남아있지만, 2019년 인터뷰 녹취록은 파일을 분실했다고 했다. 대신 당시 현장에서 한씨의 말을 받아 적은 워드 파일을 제출했으며 저장 날짜가 2019년으로 돼 있어 이후 수정하는 등의 작업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참고인 조사를 검찰이 먼저 제안했냐는 질문에 “한씨가 공판에서 이야기한 인터뷰 녹취록을 제출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 검찰에 해당 자료를 제공하면서 진술했다. 녹취가 3시간 정도 됐기 때문에 자료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한씨의 증인 신문이 이뤄지는 도중에 접견을 간 이유에 대해서는 “한씨의 친한 동생이 회사로 연락이 와서 ‘언니 멘탈이 위태롭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가게 됐다. 취재원의 멘탈을 잡아주는 것도 취재원 보호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는 문장이 기사에 없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A씨는 “그 말은 2019년 인터뷰 당시 작성한 워드 파일에 저장돼 있다. 그 멘트와 관련해 한씨의 워딩이 조금씩 바뀌었다. 처음에는 양현석이 ‘너 하나 못 뜨게 하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고 했고, 이후에는 ‘너 하나 무너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너 하나 망가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고 순차적으로 이야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한 후 보도한 것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사실 확인 없이 기사를 쓸 수는 없지 않나. 한씨의 휴대폰을 포렌식 했고, 주변 관계자에게도 취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양현석과 직접 통화도 했다”라고 밝혔다.
A씨는 양현석과 통화 내용을 언급하며 한씨가 한 말과 대부분 비슷했으나, 협박 혐의를 다투고 있는 부분에서는 두 사람의 말이 달랐다고 했다.
A씨는 “양현석이 한씨를 불러 좋은 말로 타일렀다며 ‘비아이는 지금까지 (간이) 검사에서 약이 안 나왔다. 네가 지금 (이야기) 하면 무고죄가 될 수 있다’고 하니 한씨가 무서워서 진술을 바꿨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현석은 저와 통화할 당시 거짓말을 했다. 비아이 (간이) 검사에서 약이 안 나왔다고 했는데, 실제로 마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지 않나. 또 무고죄를 언급하니 한씨가 진술을 바꿨다고 하더니, 하루 뒤 나온 YG 공식자료에서는 한씨가 자신의 죄를 감경받기 위해 비아이의 마약 사실을 불었다고 했다. 한씨의 말은 일관됐으나, 양현석의 말에는 거짓이 있었다”라고 했다.
또 변호인이 “기사나 공익신고서에는 강요라는 표현만 있을 뿐 협박이라는 말은 없다”라고 지적하자, A씨는 “한씨와 관련 인터뷰를 하면서 무섭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또 한씨는 연예계에 종사하고자 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못 뜨게 하겠다고 하는 건 협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변호인이 평소 YG와 관계가 좋지 않아 한씨를 위해 기사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묻자 A씨는 “기사에는 자료가 중요하다. 한씨의 휴대폰 포렌식을 해서 나온 증거(화장실 사진 등)가 없었다면 기사를 쓸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신문이 끝난 뒤, 재판장은 “협박에는 들었을 때 어떤 표현이었는지가 중요하다. 기사에 왜 한씨에게 들었던 표현이 아닌 ‘망하게 한다’는 워딩을 썼나. 기사에는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낫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A씨는 “멘트를 옮길 때 정확한 워딩도 중요하지만, 한씨의 말이 조금씩 바뀌어 왔기 때문에 그 뉘앙스를 통칭해서 쓸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너 하나 망하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멘트를 쓸 때 대부분 순화해서 표현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비아이 마약과 YG-검경 유착 의혹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보도한 것이라며 “한씨는 스모킹 건 같은 것이었다. YG를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로) 기사를 보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1일로 다음 기일을 잡고, 피고인 신문 및 서증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열린 3차 공판에서 한씨는 경찰 조사에서 비아이의 마약 혐의를 밝힌 뒤, YG 사옥에 불려가 양현석을 만났다며 “내 가수가 경찰서 가는 게 싫다. 그러니까 진술을 번복해라. 연예계에서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번복하면 사례하고 변호사도 섭외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2시간 정도 대화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아이는 지난해 9월 대마초와 마약의 일종인 LSD를 사들이고 이를 일부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한편 한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수감돼 세 번째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16년 YG 소속 그룹 빅뱅 탑과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201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필로폰을 투약해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이 확정됐다. 세 번째 마약 투약은 두 번째 재판 진행 중에 이뤄졌으며, 한씨는 지난 23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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