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료 중국 현지서 조달해도?…국산 원재료 외면한 ‘K-브랜드 인증제’ 논란

장재혁 기자 2026. 5.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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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처, 하반기 제도 도입 계획
원료 현지조달 제품도 인증방침
농업계, 소비·생산 위축 불보듯
“해외 생산제품 대상 제외해야”
A사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 중인 냉동김밥. 포장지에 ‘한국길거리음식(K-STREETFOOD)’이라고 강조하지만 원재료는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 국내 식품 기업 A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현지 공장에서 냉동김밥을 생산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포장지에 ‘한국길거리음식(K-STREETFOOD)’이라고 강조하지만 쌀 등 주요 원재료는 모두 중국 현지에서 조달한다. 그러나 이 냉동김밥도 ‘케이(K)-브랜드 정부 인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식재산처는 최근 ‘한국산 제품 인증제도 관련 브리핑’을 갖고 K-브랜드 정부 인증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중소벤처기업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7개 부처와 공동으로 하반기부터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해 국가 인증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해외에서 K-브랜드 위상이 높아지면서 위조 상품으로 인한 손실이 커져 국가가 직접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K-브랜드 위조 상품의 유통규모는 97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일자리 손실이 1만4000개에 이르고 정부의 세수 손실도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지재처는 정부가 K-브랜드를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해 해외에서 정부 인증 상표가 부착된 제품이 위조되면 정부가 권리자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농산물우수관리(GAP) 등 각 부처 인증을 통과한 제품에 대해 K-브랜드 상표를 부착할 수 있게 하고, 신규 업체는 담당 부처의 추천을 받아 인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해외에서 생산한 국내 기업 제품에도 인증을 부여하기로 하면서 A사의 현지 생산 냉동김밥처럼 ‘중국산’ 제품에도 K-브랜드가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만든 것(Made in Korea)’이 아니라 ‘한국인이 만든 것(Korean made)’이 인증 대상이라는 게 지재처 설명이다.

이에 농업계에선 가뜩이나 저조한 국산 원재료 사용 비중이 더 줄 것이란 우려와 함께 정부가 앞장서서 해외 생산을 독려하는 꼴이란 비판이 나온다. 국내 식품업체들의 국산 원재료 사용 비율은 약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냉동김밥은 국내 생산 제품의 경우 쌀·김 등 일부 재료라도 국내산을 사용한다. 하지만 A사 중국 공장처럼 해외에서 생산하면 원재료 전량을 현지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재처 관계자는 “K-브랜드 인증과 관련해 김밥 등 개별 식품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면서도 “라면 같은 식품을 국내와 같은 공정으로 해외에서 생산하면 인증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농업계에선 해외 생산 제품에 대해선 인증을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국내 농산물 소비가 줄고 중국에서 생산한 저가제품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K-브랜드를 달고 수출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동희 한국농협수출협의회장(전남 나주배원예농협 조합장)은 “일부 농가가 한국에 법인을 등록하고 중국에서 대규모로 배를 재배해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K-브랜드로 인정해주면 국내 생산이 더 줄 것”이라며 “기업이 이익을 위해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을 막진 못하더라도 국가가 나서서 해외 생산 제품을 인증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용어설명] K-브랜드 정부 인증제도
국내 업체가 만든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제도. 해외에서 급증하는 K-브랜드 위조(짝퉁) 상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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