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잠드소서”…550년 버틴 하와이 명물 아치, 태평양으로 ‘와르르’

미국 하와이의 대표적인 자연 명물 가운데 하나였던 ‘홀레이 해 아치(Hōlei Sea Arch)’가 약 550년 만에 태평양으로 무너져 내렸다.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은 지난 1일(현지시간) 높이 약 90피트(약 27m)의 홀레이 해 아치가 태평양으로 붕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확한 붕괴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홀레이 해 아치는 지난 9월 23일까지 모습을 유지했지만, 27일 밤에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는 열대 폭풍 ‘놀로(Nolo)’가 하와이섬에 영향을 미친 기간과 겹친다. 국립공원은 폭풍에 대비해 23일부터 일부 구역을 폐쇄하기 시작했고, 24일에는 구역 대부분을 임시 폐쇄했다. 이후 공원이 다시 문을 열면서 아치가 사라진 사실이 확인됐다.
홀레이 해 아치는 하와이섬 남동부 해안에 자리한 독특한 화산 지형이었다. 약 550년 전 형성된 고대 용암류가 오랜 시간 파도에 침식되면서 만들어졌다. 용암층마다 암석의 단단한 정도가 달랐고,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이 파도에 먼저 깎여나가면서 해안 절벽에 구멍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구멍이 점점 커져 아치 형태로 남은 것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아치는 처음부터 영구적인 지형이 아니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과거부터 해안 아치를 ‘아름답지만 일시적인 자연의 작품’으로 설명해왔다.
또한 홀레이 해 아치 주변에서는 실제로 수년 전부터 붕괴 조짐이 나타났다. 2018년 킬라우에아 화산이 크게 분화하는 과정에서 강한 지진과 정상부 붕괴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아치 주변 해안 절벽도 손상을 입었다. 2018년 5월에는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했고, 당시 아치 인근 해안 절벽 일부가 바다로 무너졌다.
2020년 1월에는 아치 주변에서 새로운 균열과 불안정성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기존 전망대가 폐쇄됐고, 두 달 뒤에는 절벽 가장자리에서 약 300m 떨어진 보다 안전한 전망 공간이 새로 마련됐다. 그해 열대폭풍 ‘더비(Darby)’가 몰고 온 거센 파도는 아치 아래쪽 암석 일부를 떨어뜨리며 추가적인 손상을 입혔다. 결국 수백 년 동안 파도와 화산활동의 흔적을 간직했던 아치는 태평양으로 사라졌다.
붕괴 소식이 알려진 뒤 소셜미디어에서는 아치를 추억하는 글과 사진이 잇따랐다. 하와이 화산국립공원도 공식 소셜미디어에 아치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네, 사실입니다. 홀레이 해 아치여, 편히 잠드소서(Yes, it‘s true. RIP Hōlei Sea Arch)”라고 알렸다.
국립공원 측은 이 일대 절벽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예고 없이 붕괴할 수 있다며 폐쇄구역과 절벽 가장자리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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