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요즘 9급 공무원? 인기 없어요"…이유 들어보니
※ [깊이보기]는 중요 이슈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JTBC 모바일제작부 기자들의 취재 결과를 알기 쉽게 풀어 드리겠습니다.
2021년 하반기 9급 공무원 일반행정 직렬에 합격해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했던 A(29)씨는 공무원이 된지 6개월 만에 사직서를 던졌습니다.
A씨는 JTBC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원래 항공사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문이 좁아지면서 안정적인 공무원을 준비하게 됐다"며 "2021년 1월쯤 노량진으로 들어가 9급 공무원 시험공부를 한 뒤 2021년 하반기에 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워라밸'과 '저녁 있는 삶'을 기대하고 들어간 공직 생활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다짜고짜 욕설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악성 민원인을 상대할 일이 많았고,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야근도 매일하고 주말 특근도 매주 하는데 통장에 찍히는 돈은 180만원 정도였다"며 "또래 동료들끼리 이 돈 받아 가면서 이렇게 일해야 하나 한탄도 많이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A씨는 수습 기간 6개월이 끝난 직후인 2022년 초 스스로 퇴직하겠다고 밝히고 그만뒀습니다.
A씨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 것도 퇴직을 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는 원하던 항공업계 해외 취업에 성공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9급 공무원 인기 옛날같지 않아
100대 1에 달할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던 9급 공무원의 인기가 최근 몇 년 사이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 경쟁률은 22.8대 1로 3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낮은 임금과 경직된 조직 문화, 업무 과중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인사혁신처가 최근 발간한 '공무원시험 수험생을 위한 공직 안내서'에 따르면 9급 공무원 1호봉 월 기본급은 177만800원입니다.
여기에 직급보조비 17만5000원, 급식비 14만원, 명절휴가비 17만7080원, 기본 초과근무수당 9만6200원을 더할 경우 월평균 급여는 236만원 정도입니다.
다만 이는 세전 기준이고, 매월 소득액의 9%를 공무원 연금 개인 부담분으로도 내야 하기 때문에 실수령액은 더 적습니다.
■ '모시는 날' 문화를 아시나요?…퇴근 시간·연가도 눈치
경직된 조직 문화도 MZ세대 공무원들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서울시 한 구청에 근무 중인 B(29)씨는 "'모시는 날' 문화가 있다. 팀별로 돌아가며 과장님과 밥을 먹는데, 부하 직원들이 돈을 모은 팀비로 과장 등 상급자들 밥을 사줘야 하기도 한다"며 "이런 게 있다는 걸 입직하고 처음 알았다. 아무래도 인사권을 쥔 사람이라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이런 문화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입직해 충남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C씨는 "일을 다 하고 저녁 6시가 돼 퇴근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가냐'는 말을 들은 것이 여러 번이다"라며 "연가도 쓰려면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실무에 투입돼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에 대한 공정성, 자율성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공무원 조직이 워낙 위계적이고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적이기 때문에 호응이 되지 못한다"며 "공무원들의 조직 문화 등을 개선해 젊은 사람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시험 경쟁률 저하, 재직자 조기퇴직 증가 등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재가 찾아오고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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