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무너진 정용진" 주가 방어 위해 무리수 논란

▮▮ 급락한 수익성, 확대되는 배당 성향의 모순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 2년 반 사이 영업 체질이 심각하게 악화됐음에도 주주에게 돌려주는 현금은 대폭 확대했다. 2024년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5%로 급락했는데, 같은 기간 배당성향은 40%대까지 치솟은 것이다. 2022년 ROE는 10.33%, 배당성향은 9.0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이 같은 역설적 현상은 이마트와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공격적 주주환원'을 결정한 신세계 경영진의 선택이었다. 그 배경에는 저평가 우려를 해소하고 계열분리 후 단기 주가를 방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수익성 회복 없이 차입금으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감행하는 무리한 환원"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 영업 현금창출력 80% 급감, 부족분은 차입금으로

신세계의 재무 부담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2022년 5,000억원대였던 잉여현금흐름은 2024년 3분기 기준 900억원대로 8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신세계가 영업을 통해 창출하는 현금의 규모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2024년 배당금 지급액은 394.5억원이고, 자사주 소각에 353.6억원을 투입해 총 748.1억원을 배당과 소각에 소비했다. 결국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상당 부분이 주주환원에 사용되고, 부족분은 차입금으로 메워진 셈이다.

▮▮ 부채비율 상승, 차입금 의존도 심화

부채 관리 지표들이 악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신세계의 부채비율은 2022년 129%에서 2024년 136.4%로 상승했다. 2024년 9월 기준 부채비율은 132.7%였다. 이후 정책당국의 밸류업 요청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 주목할 지점은 차입금 의존도다. 신세계의 총 차입금 중 외부 금융기관 차입 비중은 33.4%로 적정 수준(30%)을 소폭 상회했다. 단기차입금은 2024년 3분기 885.4억원에 달했다. 영업 현금창출력이 축소되는 와중에도 차입금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재정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신호다.

▮▮ '밸류업' 이름 아래 감행된 주주환원 극대화

신세계는 2024년 12월 이사회에서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향후 3년간(2025∼2027년) 매년 20만주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주당 배당금을 2027년까지 30% 이상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2024년 현재 주당 3,500원이던 최소 배당금을 2027년 5,200원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연결 ROE 목표도 2023년 5.4%에서 2027년 7%대까지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목표가 달성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다. 2024년 ROE가 2.5%로 추락한 상황에서 3년 내 7%를 달성하려면 영업이익이 상당한 폭으로 개선되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그런 신호는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입장은 "투자 확대를 통한 중장기 수익성 개선 후에 주주환원을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신규 점포 개발, 센트럴시티 같은 핵심 부동산 확보, 럭셔리 브랜드 강화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시장의 엇갈린 평가, 단기 주가 관리 우려

시장에서는 신세계의 공격적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쪽은 정부 밸류업 정책에 부응하고 저평가 기업의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선의의 노력으로 보고 있다. 2024년 말 메리츠증권은 신세계의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 적정주가를 3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른 한쪽은 근본적 회의론을 제기한다. 영업 현금창출력이 감소 추세인데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위해 차입금에 의존한다는 점은 "단기 주가와 이미지 관리에 치우친 무리한 환원"이라는 비판을 낳는다. 실제로 신세계의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795억원에 그쳤고, 통년 매출 11조 4,974억원 중 4분기 영업이익이 1,06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약 3,734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배당 규모와 자사주 소각 속도가 기업의 실질적 창출 능력을 크게 상회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계열분리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신세계 경영진이 이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단기적 주가 방어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였는지는 지배구조 변화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020년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지분 일부를 남매에게 증여한 이후, 각 계열사는 배당을 통해 증여세 납부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그 결과 배당정책이 경영 효율성보다는 세금 대책의 수단으로 작동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 재무건전성 약화의 신호, 중기적 리스크 확대

만약 신세계의 영업 실적이 예상과 달리 회복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차입금 의존도 33.4%, 부채비율 136% 수준에서 추가 악화가 이루어진다면 신용 등급 하락, 금리 인상, 자본조달 비용 상승 등 악순환이 전개될 수 있다.

신세계가 내놓은 2030년 매출 10조원 목표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현재(2024년) 연결 매출 11조 4,974억원을 감안하면 이미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전체 그룹 매출이며 백화점 본업은 7조 2,435억원에 그쳤다. 백화점 산업의 구조적 부진과 온라인 유통의 확산 속에서 백화점 사업 단독 10조원 달성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장기적 관점의 균형 필요

신세계가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본업 경쟁력 회복이라는 토대 없이 진행되고, 차입금 증가로 이어진다면 단기 주가 관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배당성향 40%대를 유지하려면 영업이익이 현저히 개선되어야 하고, ROE를 2.5%에서 7%로 끌어올리려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신세계 경영진이 "투자 확대 후 환원 지속"이라고 약속한 전략이 실행 단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그리고 부채 관리 원칙이 지켜지는지를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 일시적 주가 방어와 장기 기업 가치의 조화를 맞춰야 하는 신세계 경영진의 난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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