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의 공포..코스피-환율 '데드크로스' 또 오나
내년 이익 떨어지면 2000선도 위태
"외환보유고 9위..과도한 우려 경계"
위안화·엔화에 이어 파운드까지 폭락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2000의 공포’가 한국 금융시장에 드리우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000 수준으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20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험했던 ‘데드 크로스’가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공포다. 과도한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경제 상황이 반등할 계기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남는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2200선을 밑돌며 연저점을 새로 썼다. 이날 오후 2시37분 코스피지수는 2197.90까지 떨어졌다. 코스피가 장중 2200선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20년 7월24일(2195.49) 이후 약 2년2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52주 신저가 종목은 1331개 쏟아졌다.
증권가에선 코스피 지수가 2000대를 밑돌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기조가 정점을 찍었다는 신호가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주식 등 위험자산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보다 5~10% 줄어들면 19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이하로 내려간 구간은 금융위기 국면에서나 나타났다”며 “국내 증시 PER가 9배를 크게 하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코스피 바닥을 2050선으로 추정했다. 이 팀장은 “전 세계 증시의 중장기 하락 추세는 더욱 견고해지고 명확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내년 1분기까지 연준이 금리를 꾸준히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전 세계 경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역성장이 예상된다는 이유다.
원·달러 환율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9.8원 내린 달러당 142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이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올 초보다 17% 폭등한 수준이다. 외환시장에선 최근 환율 상승 추세대로라면 연내 2000원대까지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앞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10월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코스피지수 1300과 원·달러 환율 1300원이 만난 바 있다. 당시 증권가 사람들이 그저 웃자고 하는 말이었던 ‘데드 크로스’가 현실화됐고, 이같은 현상은 반년간 이어졌다.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 2000원이 전혀 비현실적인 관측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미 1400원 이후부터 시중은행 파생한도가 다 차서 올 스톱된 상황”이라며 “상단 전망이 무의미해 2000원 전망도 못 갈 이유가 없다”고 점쳤다.
정부에선 과도한 불안을 경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리더스포럼에서 “지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현재 외환보유고는 4300억달러가 넘는 세계 9위 수준이라 기업들이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대내외적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역대급 강달러에 주요국 통화도 고꾸라지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는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감세정책에 급락세를 탔다. 파운드화는 26일(현지시간) 장중 1파운드당 1.0382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점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1985년)보다도 낮아졌다.
영국뿐 아니라 아시아 통화가치도 떨어지면서 ‘제2의 외환위기’도 예고되는 상황이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을 7.0722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는 2020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일본 엔화 가치도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지난 22일 정부가 시장개입한 뒤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4엔 수준에서 140엔대로 오르며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144엔대가 됐다. 이는 1998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비슈누 바라탄 미즈호은행 수석 경제전략 담당은 “엔화와 위안화의 약화는 아시아 전체 통화시장의 불안을 일으킨다”며 “(아시아는) 이미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로 향해 가고 있다. 다음 단계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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