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게해의 푸른 바다가 다시 한 번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그리스에 잠수함, 무인전투기, 군용차량을 포함한 대규모 방산 패키지를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소식을 전한 해외 방위산업 매체에는 터키인들의 많은 댓글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 K9 자주포와 K2 전차 부품을 수입하고 있는 터키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죠.
과연 한국의 이번 제안이 에게해의 오랜 세력 균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한국이 그리스에 내민 파격적인 제안
한국이 유럽의 8000억 유로(약 1296조 원) 재무장 시장 공략을 위해 그리스에 잠수함·MUM-T 드론시스템·군용차량 등 3개 분야를 아우르는 대규모 방산 협력 제안서를 제출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입니다.
이 제안은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닙니다.
한화오션은 한국이 운용 중인 214급(손원일급) 잠수함 9척 가운데 3척을 건조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스에 214급 잠수함 신규 건조와 기존 함대의 성능개량, 현지 조선소에서의 공동생산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는 그리스가 단순히 한국 무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체 생산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스 측도 이 제안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리스 당국은 한화오션의 KSS-III 잠수함 구매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화와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로, 그리스는 이미 한국산 잠수함의 품질을 호평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죠.
차세대 무인전투기 기술까지 포함된 종합 패키지
한국의 제안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무인전투기 기술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MUM-T 개발 협력도 희망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한국형 KF-21 전투기와 함께 운용할 무인기 개발을 추진하며 로열 윙맨(Loyal Wingman)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합니다.

이 MUM-T(유무인복합운용체계)는 차세대 전투의 핵심 기술입니다.
최종 단계에서는 KF-21 한 대가 무인 전투기 4대를 제어하고, 각 무인 전투기가 다시 다목적 소형 무인기 4대씩을 통제하는 체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라는 로드맵을 보면, 이는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선 미래 전쟁 양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 협력인 셈입니다.
터키인들이 분노하는 이유
터키인들의 반발이 격렬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에게해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알아야 합니다.
에게해는 지중해의 일부로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마주하고 있는 바다인데요,

북쪽으로는 마르마라해와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흑해로 연결되고요. 남쪽은 본 지중해와 연결되는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입니다.
더욱 복잡한 것은 에게 해에는 섬이 무척 많은데, 작은 섬 몇개를 제외하면 튀르키예 코앞에 있는 섬까지 전부 그리스 땅이다라는 점입니다.
이미 지리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그리스가 첨단 잠수함까지 확보한다면, 터키로서는 에게해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터키인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는 것은 한국과의 기존 협력 관계입니다.
터키는 K-9의 기술을 도입하여 자국에서 생산한 T155 FIRTINA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으며,

2023년 4월 23일에는 파워팩 도입 문제로 생산이 연기되었던 알타이 전차에 한국산 파워팩을 탑재한 신형 알타이 전차 2대를 정식으로 인도받는 행사를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참석하여 알타이 전차에 대한 터키인들의 많은 관심도를 반영했습니다.
그리스가 노리는 전략적 계산
그리스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한국과의 협력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214급 잠수함은 독일 HDW사가 개발한 디젤 잠수함으로, 그리스가 2000년대 초 3척을 최초 도입했으나 각종 결함으로 인수를 거부하다가 2010년에 비로소 4척을 인수한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산 잠수함에 실망한 그리스에게 한국의 제안은 새로운 기회입니다.
더욱이 대한민국 방위산업체들의 최소 25% 참여를 보장해주면 214급 잠수함 개량 및 신규 최신예 잠수함을 그리스 조선소에서 생산할 수 있게 세팅까지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제안은 그리스가 향후 한국 잠수함을 자체 생산해 배치할 수 있어, 그리스로서는 경제적 이익과 군사적 이익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해운업이 경제의 중심인 그리스는 해운업 국가답게 많은 상선들을 발주하고 있고, 대부분을 한국에서 발주하여 조선업 분야에서는 한국과 이미 상당한 유대가 깊은 나라입니다.
에게해 세력균형의 변화 가능성
한국의 그리스 잠수함 지원이 실현된다면 에게해의 해군력 균형에 어떤 변화가 올까요?
튀르키예 해군 병력은 48,200명이며, 군용기 75대, 프리깃함 17척, 코르벳함 7척, 잠수함 14척, 미사일 고속전투정(FAC Missile Boats) 27척을 보유하고 있다는 현재 상황에서 그리스가 최신형 잠수함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수중 전력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잠수함은 에게해처럼 좁은 해역에서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에게해는 수천 개의 섬이 몰려 있는 다도해인데요,
대부분의 섬이 그리스령입니다라는 지형적 특성상, 잠수함은 섬 사이사이에 숨어 터키 함대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입니다.
K방산의 유럽 진출 확대 전략
한국 입장에서 이번 그리스 제안은 유럽 방산 시장 진출의 중요한 발판입니다.
이미 폴란드에 7조7천억원 규모의 무기를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성과를 바탕으로, 그리스까지 확보한다면 유럽에서 K방산의 입지는 크게 강화될 것입니다.

더욱이 한국이 그리스 현지에서 무기를 직접 생산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매우 영리한 전략입니다.
최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한국 무기 수입을 견제하려 하는데, 그리스에서 직접 만들면 '유럽산 무기'가 되어 이런 견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지중해 질서
한국의 그리스 잠수함 수출 제안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에게해의 세력 균형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터키인들의 반발이 격렬한 것도 이러한 지정학적 의미를 정확히 알기 때문이죠.

그리스가 한국의 최신 잠수함과 무인전투기 기술을 확보한다면, 에게해에서 터키가 누려온 상대적 우위는 상당 부분 약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시에 한국은 유럽 방산 시장에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실제로 에게해의 해군력 균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