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 구원투수’ 역할 못해…“국내 주식 보유비중 확대 필요” [시그널]
국민·사학연금·교직원공제회 등
주식 추가매수 안해도 평가액 늘어
국내 비중 이미 10%P 가까이 초과
시장 반영 운용 등 유연화 목소리도
28일 국민연금 기금위 결정 주목
이 기사는 2026년 5월 20일 16:40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증시가 급락할 때 우량주를 매수하면서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하는 연기금이 급락장에서 외국인투자가와 함께 오히려 투매에 나선 것은 주식 비중 한도를 넘어 기계적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다. 연기금은 통상 기금 수익률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면서도 ‘시장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는데 증시 안정화를 위한 시장 친화적 조치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물론 일정 차익이 예상됐을 때 아예 매도하지 않는다면 주가가 떨어진 뒤 책임론이 불거진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1만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리밸런싱을 유예하는 등 국내 연기금의 자금 운용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공제회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이미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국내 주식 비중을 14.9%로 설정했지만 2월 말 기준 24.5%다. 그나마 비중을 9.5%포인트 초과한 상태에서 연초 한도 적용을 유예했기 때문에 이 같은 운용이 가능해졌다.
한도를 넘어선 것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 비중을 늘려 최대 22.5%까지 보유 가능하지만 2월 말 기준 실제 보유 주식은 22.3%로 집계됐다. 코스피지수가 2월 말 대비 이날까지 964.82포인트(15.45%) 더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사학연금은 주식을 매도하면서 비중을 조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직원공제회도 국내 주식 비중을 7.4%로 설정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7.5%로 추가 보유가 어렵고 행정공제회도 지난해 말 기준 주식 비중이 12.3%로 기존에 설정한 11.8%를 이미 넘어섰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올해 국내 주식을 최대 16.9%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3월 말 기준 주식 비중이 20%에 육박한 상태다.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들이 이미 연초에 자산 배분 계획에 따른 주식 비중 한도를 넘어서면서 기계적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연기금은 올해 들어 매달 국내 주식을 정리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8000을 기록한 후 5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5월에도 연기금은 1조 504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공제회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을 추가로 사지 않아도 평가액 증가로 올해 목표 주식 비중에서 이미 10%포인트 가까이 초과한 상황”이라며 “일정 기간을 두고 목표 비중을 맞춰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1만), 골드만삭스(9000), JP모건(1만)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도 한국 증시의 지속적인 강세를 예상하고 있어 연기금의 자금 운용이 보다 유연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성은 높아졌다. 강세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계적 매도 상황에 내몰리게 되면 연기금의 수익률도 악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이달 7일부터 10거래일째 44조 4261억 원어치를 팔아치우고 개미들은 40조 284억 원을 사들이는 팽팽한 힘겨루기 상황에서 연기금의 매수세 없이는 상승 동력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역사적 변동 폭 수준을 벗어난 경우 리밸런싱을 유예하거나 범위에 대해 세분화하는 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은 국민연금의 이달 말 중기자산배분안을 주목하고 있다. 기금 규모만 1700조 원에 육박하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지 않을 경우 150조 원에 달하는 규모로 기계적 매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측 기금운용위원들도 기계적 매도보다는 한국 증시의 체질 개선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졌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해 주식 비중을 상향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주식 비중뿐 아니라 현재 3%인 전략적자산배분(SAA)의 허용 범위도 늘려 기금 운용을 유연하게끔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이미 10%포인트 가까이 목표 수준을 넘어선 만큼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곧장 기계적 매도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기에는 국내 주식 비중이 너무 커지는 부담이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중기자산배분안을 만들 때 한국 경제의 성장률,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위험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들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코스피, 20일선 코 앞에… “7000선 지지 여부 주목해야”
- 아틀라스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美서 생산…정의선식 로봇 생태계 구축
- “서울대 간판도 버렸다”…의대行 자퇴 3년 연속 상승
- 李 “전화해서 하루 더 머물게 할까요”…웃음꽃 핀 한일 만찬장
- 삼성도 참전한 ‘AI 안경’…모바일 게임체인저 된다
- “1억 넣었다면 단 1년 만에 3억 됐다”…AI 열풍에 美 상장 노리는 ‘이 기업’
- ‘원가 하락’ 비웃듯 7500원 육박…수입란 풀어도 안 꺾이는 금계란 미스터리
- “월 100만원씩 따박따박” 국민연금 수급자 110만명 넘었는데…女는 고작 ‘7만명’, 이유가
- “24시간 내내 30㎞ 제한”…경찰, 스쿨존 속도 규제 완화 추진
- “반도체? 개미들이나 사라”…韓 증시서 84조 던진 외국인 ‘뭉칫돈’ 몰린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