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다루는 재판인데..헌재, 공개변론 '생중계'엔 소극적
기사내용 요약
검수완박·사형제 헌재 다루며 중계 확대 목소리
국가제도 관련 기본권 다루는 만큼 알권리 보장
헌재, 규정 정비했지만...소극장 입장 여전
재판 확대, 시대적 흐름...기관들 적극 자세 촉구
[서울=뉴시스] 김진아 박현준 신귀혜 기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사형제 존폐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 최근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면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재판 '생중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헌재가 다루는 사안이 일반 형사, 민사 등 재판과 달리 국민 기본권 문제인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재판 중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사형제 존폐 여부에 이어 최근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관련 권한쟁의심판의 공개변론이 헌재에서 진행되면서 재판의 중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헌재나 대법원은 사회적 논란이 크거나 국민적 이목이 쏠린 사건에 대한 사법 판단을 다룰 경우,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 공개변론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 그리고 나아가 생중계도 할 수 있다.
대법원과 헌재는 각각 재판 중계를 위한 관련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대법원의 경우 변론에 관한 규칙 제7조2에서 재판장 허가를 전제해 변론 또는 선고에 대한 녹화·촬영, 중계방송을 허용한다. 재판장은 필요시 변론 또는 선고를 방송통신매체를 통해 방송하게 할 수 있고, 녹화물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또 2017년 대법관회의에서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공익성이 큰 1·2심 재판의 선고를 재판부 재량으로 생중계할 수 있도록 했다.
헌재 역시 지난해 9월 심판규칙을 개정해 영상재판 근거를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규칙 19조는 재판장 판단에 따라 변론 또는 선고를 방송통신매체를 통해 방송할 수 있도록 했고, 녹화물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관련 규정 정비에도 실제 재판 중계에 대해서는 각 기관이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헌재의 경우 공개변론에 대해서 영상이나 중계를 실제로 실시한 적이 없다. 다만 선고 건에 대해 생중계를 진행한 사례는 확인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5건에 불과하다.
2004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같은 해 10월 신(新)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확인 심판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이후에는 2008년 1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주가조작 등 혐의 규명을 위한 특검법에 대한 위헌 확인 심판,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재가 재판 생중계를 허용한 사례 전부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적 가치 질서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는 헌재가 대법원에 비해서도 재판 중계에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2019년 8월 국정농단 사건의 선고가 최초로 온라인 중계된 이래 현재까지 25건의 선고가 생중계됐다. 대법이 생중계를 허용한 공개변론은 20건에 달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헌재가 재판 공개와 관련해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라고 늘 말하지만, 공개변론 자체가 옛날처럼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며 "개인적인 사건을 다투는 대법원보다도 헌재가 훨씬 더 재판을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는 헌법적 가치 질서에 대한 제도 문제를 논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과 헌법소원 모두 기본권 침해 관련 사안"이라며 "국민의 기본권 문제이니 당연히 공개돼야 하고, 헌재가 민주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만큼 국가 제도의 문제를 논할 때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변론을 공개하는 것이 더더욱 맞다"고 강조했다.
정보 공개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접근성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사법 기관의 재판 중계 확대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대법도 공개 재판을 잘 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국민적 관심이 크면 봉사차원에서라도 (중계를) 많이 하지 않느냐"며 "사생활 침해나 국가 안보에 문제가 없다면 (중계)하는 것이 맞고 앞으로 각 기관에서도 경쟁적으로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의 중계 여부는 헌재가 가진 고유 결정권인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 생중계는 헌재 스스로가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현재도 공개변론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하고 있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생중계를 하기에 (사안이) 너무나 전문적이고, 이 때문에 4~5시간씩 계속되는 재판을 계속해서 보고 있을 국민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parkhj@newsis.com, marim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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