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야심 차게 국산 전차 개발 프로젝트 발표
2007년 터키는 미래 전장 대비를 위한 ‘알타이’ 국산 주력전차 개발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터키 정부는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세계적 방산업체를 제치고, 한국의 현대로템과 K-2 흑표 전차를 기술 파트너로 선정했다. 터키가 직접 새로운 전차 강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며, 글로벌 주목을 받은 순간이었다.

한국 K-2의 핵심 기술, 현대로템의 아낌없는 이전
한국은 포탑, 차체 평가장치, 복합장갑 등 K-2 흑표의 주요 기술 요소를 터키에 대거 이전했다. 실제로 알타이 전차는 설계 구조와 장갑, 사격통제, 궤도 등에서 K-2와 거의 동일한 DNA를 갖고 있으며, “한국을 선택한 터키의 성공 모델”로 한때 평가받았다. 기술 이전과 협력 기간 동안 터키 엔지니어들과 현대로템이 합작 개발을 거쳐 핵심 제조 노하우까지 이식한 바 있다.

엔진·변속기 ‘파워팩’ 개발에서 닥친 예기치 못한 위기
2019년 이후 국제정세 변화가 터키의 계획을 뒤흔들었다. 터키군의 시리아 내전 개입을 계기로 독일은 주요 엔진·변속기의 수출을 전격 중지했다. 파워팩 국산화에 나선 터키는 BMC 파워 등 자국 업체에 개발을 맡겼지만, 출력 부족·과열·내구성 미달 등 복합적인 기술장벽에 막혀 10년 넘게 전시장용 모형 전차로 ‘알타이’가 머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자체 개발 ‘BATU’ 엔진은 2024년 기준 10,000시간 내구성 테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실운용 허가도 획득하지 못했다.

“한국 도움 없이 간다”…독립 선언 후 겪은 긴 실패의 시간
독일제 파워팩 단절 이후 터키 정부는 “우리 힘으로 만들겠다”며 독립 개발을 선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알타이 프로젝트는 17년 이상 지연됐고, 수차례 자체 엔진 시범 제품이 내구성·출력·냉각 문제로 좌절되었다. 전장 환경에서 실패와 시간이 반복되면서, 알타이 전차는 무기 강국을 꿈꾼 터키의 자신감과는 달리, 오랫동안 실전 배치에 실패하는 전시 이벤트품 신세로 전락했다.

결국 다시 손을 잡은 한국산 파워팩
결국 2024~2025년, 터키는 한국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현대인프라코어의 1500마력 엔진, SNT중공업의 변속기가 알타이 T1에 탑재되며, K-2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한국산 파워팩’ 시스템이 도입됐다. 터키가 국내에서 요구한 성능 기준이 한국 K-2의 70% 수준이었던 만큼, 시험생산과 현지 맞춤형 개량을 통해 드디어 양산 체제로 전환할 수 있었다. 한국 업체와의 재협력으로 알타이 전차는 2025년 3대, 2026년 11대 등 수년간 85대 인도 계획을 발표했다.

알타이 전차의 현지화와 제한적 ‘독자 개발’의 한계
양산형 알타이 T1은 엔진과 변속기(파워팩)를 제외한 일부 전자 장비, 차체 설계만 부분적으로 터키 자체 기술을 적용했을 뿐 핵심 동력계는 여전히 한국 기술이다. 전차 차체는 대형화·중량 증가 등 터키 환경에 맞춰 개량했지만, 장전방식(수동식), 주포(120mm 55구경장 활강포) 등 주요 부품은 K-2와의 유사성이 높다. 결국 터키가 꿈꾼 “100% 독자 개발 전차”는 17년 이상 넘게 기술의 벽에 부딪혀 현재도 실현하지 못한 상태다. 만일 터키가 국산 BATU 엔진을 성공시킨다 해도, 핵심 성능(내구·성능보증)이 검증되기까지 더 많은 시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실패의 교훈, 그리고 다시 부상하는 K-2의 국제적 가치
알타이 전차 실패와 한국산 파워팩 도입 사례는 K-2 흑표와 한국 방산 기술의 국제적 가치가 재차 입증된 사례다. 현대로템의 K-2 흑표는 폴란드·노르웨이 수출을 비롯해 전차·야포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며, 미국 다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시장 점유율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아직도 터키는 알타이 T2(터키 자체식 엔진 버전) 개발을 꿈꾸지만, K-2의 설계·파워팩 기술은 세계 방산사에서 “독자 개발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임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터키의 군사협력이 남긴 방산 역사의 의미
터키의 실패는 단지 단일 전차 프로젝트 실패가 아니라, 한국-터키 간 기술 협력 및 국제 방산 시장에서 기술 생태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한 국가의 방산 독립이 갖는 현실적 굴곡을 보여준다. “기술을 받아놓고 독자개발만으론 충분치 않았다”는 터키의 경험은, 전차·포·항공기 등 세계 방산업 경쟁에서 ‘실전 검증된 노하우’가 곧 무기 체계의 명운을 좌우한다는 교훈으로 기록되고 있다. 알타이의 심장에 결국 “Made in Korea”가 다시 뛰고 있는 오늘, K-2의 이름값과 방산기술의 국제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