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마인이스 대표 "돈되는 헌옷 ‘세컨드핸드 의류' 대중화 이끈다”
그동안 옷을 버리려면 헌옷수거함을 이용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최근 모바일과 플랫폼이 발달해 중고거래를 하는 이들도 늘었지만 한 벌씩 사진을 찍고 제품 설명을 추가하며 판매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이들도 있다. 옷을 단기간에 대량 생산, 소비하는 '패스트패션'의 영향으로 버려야 할 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까운 헌옷수거함에 한꺼번에 버리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버려진 옷의 가치를 재창출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다. 중고의류 커머스 플랫폼 ‘차란’을 운영하는 마인이스다. 김혜성 마인이스 대표는 지난 20일 <블로터>와 만나 “아직 입을 수 있는 옷인데 헌옷수거함에 버려지는 순간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판매자는 손쉽게 헌옷을 처분 및 판매하고 구매자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을 하며 ‘세컨드핸드(Secondhand)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차란은 중고거래 서비스의 편의성과 신뢰도를 기존 커머스 플랫폼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 간 중고거래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옷을 수거하고 세탁, 검수, 사진촬영과 상품 정보 게재, 배송, 환불까지 판매 전 과정을 대행한다. 판매자는 팔고싶은 옷을 집 앞에 두기만 하면 된다. 구매자들은 사기와 품질 문제 등 중고거래에 대한 걱정을 덜어낼 수 있다.
차란이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김 대표의 창업과 벤처캐피털(VC) 투자심사역 경험이 한 몫을 했다. 김 대표는 "
대학생 시절 광고기술회사를 창업해 5년 정도 운영했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VC에서 커머스와 콘텐츠 등을 주로 심사했다"며 "이때의 경험으로 시장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 사업을 하며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헌옷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차란은 빠르게 회원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서비스 출시 이후 연재까지 9개월 동안 3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차란의 수익원은 옷 판매대금에서 얻는 수수료다. 회원이 불어나면서 지난해 12월 대비 올 3월 매출은 1분기 만에 4.5배나 증가했다.
서비스 경쟁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마인이스는 지난달 10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해시드가 리드 투자자로 나섰으며 이외에 알토스벤처스, SBVA(전 소프트뱅크벤처스), 딜리버리히어로벤처스, 하나벤처스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누적 투자액은 154억원이다.
‘투자 혹한기’로 불리는 시기에 투자 유치가 가능했던 점에 대해 김 대표는 “마인이스가 단순한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패션테크 기업이었기 때문”이라며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우리 서비스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인이스가 AI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서비스 특성상 제품 검수 등에 필요한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옷의 브랜드, 사이즈, 소재, 색상 등을 사람이 일일이 찾아보고 입력해야 했지만 지금은 이미지 AI 기술이 많이 발달해 이 작업을 AI가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하는 옷마다 가상 모델이 착용한 사진까지 함께 게재하는 등 기술 발전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이뤄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마인이스의 목표는 차란의 연간 거래액을 300억~400억원대까지 높이고 흑자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여성의류에 한정된 제품군을 남성과 아동의류, 가방, 신발, 액세서리 등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P2P 3사로 불리는 업체들의 연간 거래액은 6조원 이상이며 이 중 40%가 의류”라며 “이처럼 의류 거래가 많은데도 수거부터 판매까지 대행하는 곳은 차란뿐이기 때문에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3~4년 내로 차란은 국내에서 가장 큰 ‘온라인 세컨드핸드 백화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