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이나 나선 서울시교육감, 보수도 진보도 단일화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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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재보궐선거
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선 진영 마다 ‘후보 단일화’가 최대 관건인데, 난항을 겪고 있다. 보수에서도 진보에서도 단일화와 거리두는 후보가 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선 5명이 출마했다.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 3인이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달 20~22일까지 여론조사를 해 23일 최종 1인을 가린다는 계획이지만 단일화를 주도하는 통합대책위(통대위)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후보도 있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윤호상 전 서울미술고 교장, 김영배 전 상명대 특임교수는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야권 성향이나 아예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는 출마자도 생겼다. 노무현 정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전 이화여대 교수와 소설 『범도』를 쓴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출마 선언을 했다. 앞서 최보선 전 서울시교육의원도 진보 진영의 단일화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선은 조희연 교육감이 해직 교사 특혜채용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치러진다. 2006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당선된 서울시교육감 4명 모두 유죄를 받는 불명예다. 이에 따라 교육감 선출방식을 바꾸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안으로 빈번하게 거론되는 게 광역단체장 후보와 시교육감 후보의 ‘러닝메이트’제다. 윤석열 대통령도 임기 첫해인 지난 2022년 12월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러닝메이트로 출마하고 지역 주민들이 선택한다면 지방 시대, 균형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에 “교육감 선출 방식의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같은 방식을 거론했다.
2006년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는 과거 교육위원과 학부모 대표가 교육감을 뽑던 간선제 방식의 폐단을 바로잡으려는 시도였다. 당시 선거인단이 소수다보니 밀실 합의, 금품 비리 등이 발생했다. 현 방식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공천이란 거름망이 없는 가운데 발생하는 후보자의 난립, 낮은 인지도와 주민의 무관심으로 인한 대표성 문제, 합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가운데 발생하는 후보당 수십억원의 선거비용 등이 그 예다. 시·도지사 후보자가 교육감 후보자와 함께 출마한다면,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러닝메이트제 옹호론자들의 생각이다.
다만 러닝메이트제의 경우 사실상 교육감 후보를 정당이 결정해 정치 개입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도 없다곤 할 수 없으나, 러닝메이트제가 되면 공개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셈이어서다.
교원단체들은 이 때문에 대체로 러닝메이트제에 부정적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강원도가 전국 최초로 도지사와 교육감을 한 조로 묶어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제 법제화를 추진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5개 교원단체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현재 교사의 정당 가입도 제한되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감을 특정 정당의 사실상 공천을 받아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내 논의도 맴돌고 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직선제를 러닝메이트제로 바꾸는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 4일 발의했지만, 입법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반대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직선제가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적 상징성이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직선제를 고수할 순 없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은 수십억대 선거비용에 빚쟁이가 되거나 여러 가지 이해관계에 얽혀 부정적인 일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직선제는 본래의 의미를 퇴색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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