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행되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노후 자산 굴리고 절세 혜택도"

허지윤 기자 2022. 9. 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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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성향·만기·금리·수익률·시장 변동성·수수료 따져야"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입한 개인형 퇴직연금 IRP 수익률이 지난 4월까지만 해도 20%대였는데 최근 수익률이 나빠지고 있다”면서 “당장 퇴사할 생각이 없는데도 신경이 쓰여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30대 직장인 강지영(가명)씨)

최근 주식과 채권 시장이 부진하면서 노후 자산을 키우려는 소비자들의 걱정이 커지는 가운데, 오는 10월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된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기본 설정값(Default)에 따라 퇴직연금이 운용되는 제도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가입자라면 올해 4분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자신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개인의 투자 성향을 고려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상품별 만기 시점과 금리, 수익률과 변동성, 수수료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또 “퇴직연금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노후 자산이라 무관심해서도 안 되고,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퇴직연금. /연합뉴스

◇ 10월부터 디폴트옵션… “지시 없으면 기본값으로 운용”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다음 달 디폴트옵션 상품에 대한 적격 승인을 내리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IRP 등 3가지 유형이 있다. 이 중 디폴트 옵션에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은 ‘DC형’과 ‘IRP’다. 회사가 운용을 대행하는 DB형은 디폴트옵션 대상이 아니다.

DC형과 IRP 가입자(근로자)는 자신의 퇴직연금 계좌가 있는 은행·보험·증권사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가입자의 퇴직연금 운용 지시 없이 4주가 지나면 가입자에게 디폴트 옵션이 작동한다는 통지가 발송되고, 이 시점으로부터 2주가 더 지나면 디폴트옵션으로 설정한 금융상품에 퇴직연금이 자동으로 투자·운용된다.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의 주 목적은 보다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장기 수익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9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연간 수익률은 2018년 1.01%, 2019년 2.25%, 2020년 2.58%, 지난해 2.00%에 그치는 등 저조하다.

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가입자의 직접적인 운용 지시가 없으면 금융사가 해당 자금을 별도 수익상품에 투자할 수 없어 수익률 저하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디폴트옵션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되므로,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운영 경험이 풍부한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퇴직연금 제도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가입자의 적절한 선택을 유도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 책무라는 인식에서다.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 /금융감독원 제공

◇ 타깃데이트펀드(TDF) 디폴트옵션 대세될까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디폴트옵션 가능 상품은 ▲원리금보장상품 ▲타깃데이트펀드(TDF)▲밸런스드펀드(BF)▲스테이블밸류펀드(SVF) ▲사회간접자본(SOC)펀드 ▲펀드와 원금보장 상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형 등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TDF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점(Target Date)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비중을 자산배분 프로그램(Glide- Path)에 따라 글로벌 자산에 자동 배분 조정하며 투자해 수익을 추구한다.

디폴트옵션을 먼저 도입한 미국의 경우 디폴트옵션의 약 87%가 TDF로 운용되고 있는데, 국내도 이런 흐름을 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자금이 TDF 등을 통해 국내 증시로 유입돼 불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국내 TDF 시장 규모는 2016년 670억원에서 2021년 10조원을 돌파했다.

김현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Gold PB부장은 “연금 적립기에는 생애주기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자동 조정하는 TDF 상품으로 운용하고, 연금 인출기에는 TIF(인컴 중심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로 운용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원금보장’과 ‘수익추구’ 등 개인 성향에 따라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노후생활비 재원이라 안전하게 운용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원금보장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고, 시중 금리 정도의 수익에는 만족할 수 없고 적어도 물가 상승률이나 임금 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면 수익추구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관계자는 “원리금보장상품을 디폴트옵션으로 선택할 경우 매월 금리가 바뀌기 때문에 만기와 금리 변동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폴트옵션을 선택했을 당시보다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약 퇴직까지 상당 기간 남아 있고 굳이 원리금보장상품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저위험 또는 중위험에 해당하는 TDF와 밸런스드펀드(BF)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BF는 투자위험이 상이한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금융 시장 상황과 자산 가치 변동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자산 비중을 조정해주는 펀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BF를 선택할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을 최대 얼마까지 편입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펀드 내 자산 비중을 리밸런싱하는 시기와 방법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세액공제 가능한 ‘개인형 IRP’로 절세·노후 자금 불리기

IRP는 DC형이나 DB형 퇴직연금과 별도로 세액공제 혜택을 위해 개인이 직접 가입하는 상품이다. 투자 성향과 목적에 따라 수익증권과 원리금보장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또한 회사를 옮기더라도 IRP 계좌에 퇴직급여를 계속 적립할 수 있다. 이직에 따른 퇴직금이나 여유자금을 넣어 운용하다가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개인형 IRP의 큰 장점은 절세다. IRP 가입 한도는 연간 1800만원,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700만원이다. 개인자금을 IRP에 납입하면 연말정산과 종합소득 신고 시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라면 세액공제 한도(700만원)에 대해 최대 16.5% 환급률이 적용돼 115만50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진형숙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절세도 가능하고 주식형 펀드·ETF 편입도 가능한 IRP는 장기 플랜을 위해 꼭 추천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단, 법정 사유(사회적 재난, 6개월 이상의 요양, 개인 회생 및 파산, 주택 자금 등)를 제외하곤 중도 인출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IRP를 중도 해지하면 그동안 세액공제를 받았던 적립금은 물론 운용 수익에 대해 16.5%의 기타 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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