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민감한 청년들 창의적 문화생활 찾아 수도권으로

광주·전남 청년 ‘엑소더스’ <2> 교육·문화 인프라 차이
공연·콘서트 등 지역과 큰 차이
도서관 접근성도 격차 뚜렷
활동 공간·콘텐츠 부족에 이주

최근 청년 수도권 이동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지역의 교육·문화적 인프라의 차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환경을 선호하는 청년들은 다양한 문화적 활동의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트민남(트렌드에 민감한 남자)’과 ‘트민녀(트렌드에 민감한 여자)’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등 2030 청년들에게 트렌드는 빠르게 생성되고 변화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휴먼클라우드 플랫폼 ‘뉴워커’의 조사(2022년)에 따르면 성인 남녀 833명 중 60%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으로 이주해 가게를 확장하고자 하는 자영업자 윤주용(25)씨와 수도권 수제버거집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는 김유곤(26)씨는 트렌드의 생성과 변화가 수도권 이주를 결정한 이유라고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윤씨는 “문화적 요소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생성되고 변화하며 발전한다”고 강조하며 “현재 소상공인에 대한 혜택이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더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적 요소의 변화를 체감할 방법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20대에 수도권으로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트렌드 면에서 서울과 지역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느낀다”며 “서울에서 생활하다 보면 쓰레기 분리수거 대행 서비스, 인지도 있는 식당과 함께 진행하는 밀키트 배송 서비스 등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가 있는 것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공연·관람 등 문화생활 기회의 차이도 수도권 선호의 이유가 됐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시도별 공연 건수 및 매출액 현황(2021년)’에도 ‘문화생활 수도권 과밀’ 현상이 보인다. 문화기반시설을 운영하는 전문예술법인·단체는 서울에 집중돼 있으며 그 수치는 전체의 24%(5039개)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예술단체의 공연 역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실이 문체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문체부 소속 국립예술단체 공연 실적’에는 전국 17개 시·도 광역자치단체 공연 총 4236회 중 86.3%(3656회)가 서울에서 열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 2022년 83.5%(922회), 2023년 84.7%(883회), 올해 8월 기준 89.6%(553회)로 서울 공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광주 공연은 2022년 0.5%(6회), 2023년 0.6%(6회), 올해 8월 기준 0.6%(4회) 수준이며 전남 공연은 2022년 1.1%(11회), 2023년 0.6%(6회), 올해 8월 기준 0.2%(1회)에 머물렀다.

대표 문화시설인 도서관의 접근성 면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국토연구원 ‘시도별 도서관 접근성(2020)’ 자료에는 17개 지자체 중 접근성이 가장 높은 지역인 서울은 평균 도보 14분 거리에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도보 33분)는 부산(도보 32분)에 이은 3위로 비교적 양호했지만, 전남(도보 100분)은 16위를 기록하며 강원(17위·122분)과 불과 2분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호남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박채니(여·21)씨는 “공연이나 전시회·북콘서트 같은 문화생활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불편했던 적이 있다.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더 나은 삶을 선택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밝힌 전남대학교 철학과 주경원(여·19)씨는 “수도권에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콘서트장이 있지만, 비교적 콘서트가 적게 열리는 비수도권에 살고 있는 팬들은 매번 부담되는 교통비를 내고 서울로 간다”고 말했다.

전남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김대권(25)씨는 “도시 내 활동 공간과 콘텐츠 부족이 광주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을 가속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방은 인구 규모상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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