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풀린 롯데·메가박스 합병, 남은 큰 산은 ‘공정위’ 심사

IMM크레딧앤솔루션이 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합병 법인을 대상으로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각 사

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합병 논의에 사모펀드의 투자 검토설이 나오며 장기간 표류하던 합병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경우 급격히 악화된 재무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합병의 최종 성사 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에 달려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IMM크레딧앤솔루션(IMM CS)은 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합병 법인을 대상으로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그동안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를 상대로 자금 유치를 타진해왔으나 영화관 산업 전반의 침체와 재무 부담으로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롯데시네마·메가박스 3년 실적 추이/이미지 제작=최석훈 기자

투자가 성사될 경우 양사의 재무 부담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메가박스중앙은 2024년 매출 3533억원으로 영업손실은 12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당기순손실은 520억원에 달했다. 부채총계는 1조300억원, 자본총계는 107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856%이다. 롯데컬처웍스 역시 지난해 매출이 4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줄었고 영업손익은 83억원 적자에서 3억원 흑자 전환됐다. 대규모 외부 자금 유입 없이는 재무 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 부담 완화 이후 합병의 최대 변수는 공정위 심사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통합 법인은 전국 248개 상영관과 1600개가 넘는 스크린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184개 상영관과 1300여 개 스크린을 운영 중인 CJ CGV를 넘어서는 규모다. 상영관 수와 지역별 점유율 기준으로 시장 집중도가 크게 높아지는 만큼 공정위의 경쟁 제한성 판단이 합병의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이미 사전협의 단계에서부터 합병의 파급효과를 검토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 5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같은 해 6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사전협의를 신청했다. 사전협의는 정식 신고 이전에 시장 획정, 점유율 산정, 경쟁 제한 우려 등을 점검하는 절차로 대기업 간 인수합병(M&A)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영화관 산업 전반의 침체 역시 공정위 판단의 변수로 거론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1~12월 누적 기준 국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1억609만명으로 전년 대비 1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도 1조470억원으로 12.4% 줄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관객 수 2억2660만명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관객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영화관 산업 전반이 구조조정에 들어선 점이 공정위 판단에 일정 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관객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재무 체력이 크게 약화됐다”며 “합병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지 않으면 양사 모두 존속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인 만큼 공정위도 단순한 독과점 논리만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사모펀드 투자 검토설은 다양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지분 투자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 합병과 관련해서는 공정위 절차에 따라 심사를 준비 중이며 일정이나 결과는 공정위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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