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과 기름 냄새가 가득한 효성중공업 경남 창원공장 초고압 변압기 조립동. 20대로 보이는 설계 엔지니어가 거친 기계 소음을 뚫고 백전노장인 현장 반장에게 거침없이 다가간다.
지난 8일 생산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은 과거 엄격한 위계질서가 지배하던 중공업 생산라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50년간 축적한 노련함에 MZ 세대의 데이터 기반 패기와 열정이 맞물리면서 세계 전력 시장을 호령하는 무결점 ‘K-전력기기’가 이 곳에서 탄생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 ‘꼰대 문화 금지’ 강조
최근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의 가장 큰 화두는 ‘인재’다. 글로벌 전력 인프라 호황에 수주 잔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생산할 엔지니어 확보가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열쇠가 됐기 때문이다.
장재성 효성중공업 전력PU 창원공장장(상무)은 “조현준 효성 회장은 경영진에게 소통을 최우선 가치라고 늘강조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꼰대 문화를 금지하고 경계하라고 거듭 당부한다”고 전했다.
노련한 숙련공과 MZ 세대 사이에 벽이 생기면 수조 원대 프로젝트에 치명적인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조 회장은 활발한 소통으로 세대 차이를 해소하라고 주문했다. 창원공장은 변압기 및 HVDC(초고압직류송전) 설계실과 제조 라인이 불과 1분 거리 안팎이어서 빠른 소통으로 문제를 즉각 해결하고 있다.
아울러 효성중공업은 젊은 인재 유치와 이탈 방지를 위해 유연근무제를 확대·개편할 예정이다. 근무 시간에 자율성을 부여해 육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의 고충을 해소하고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또한 설계팀 조직을 기존 3개에서 5개로 세분화했다. 관리자인 팀장이 팀원 개개인을 더욱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팀 규모를 축소한 것이다. 밀착형 육성 모델로 MZ 세대 엔지니어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토양을 만든 셈이다.

창원·부산대 등 지역 거점 대학과 산학협력
전력기기 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효성중공업은 지역 거점 대학과 협력한 채용 시스템 혁신으로 인재 확보의 ‘골든타임’을 지키고 있다. 창원공장의 대표적인 인재 풀은 창원대와 부산대다. 이들과의 끈끈한 산학협력은 인재 확보의 ‘마르지 않는 샘물’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학 시절부터 인턴십과 실무 프로젝트 등을 통해 현장의 감각을 익힌 인재들은 입사 후 적응 속도가 남다르다. 해당 학교에서 전력기기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실무를 익힌 이들은 정규 채용 시 서류 전형을 면제받고 곧바로 면접 과정을 밟을 수 있다.
급증하는 글로벌 수주 물량 소화를 위해 채용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상·하반기 정기 채용의 틀을 깨고 '분기별 채용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우수 인력을 적기에 확보해 현장의 업무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인사 담당자는 “산학협력 출신 MZ 세대들은 이미 현장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어 즉시 업무 투입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어려운 프로젝트에도 겁먹지 않고 도전하는 열정이 기존 인력에게도 전파돼 생산 라인에서 긍정적인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재성 공장장은 “수십 톤에 달하는 거대한 변압기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은 결국 정교한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손끝”이라며 “유연한 소통과 안정적인 적기 인력 공급으로 물량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경 없는 인재 수혈, 글로벌 하이브리드 전략
국내 전력업계가 극심한 구인난을 겪자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하이브리드 인재 전략’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중국 공장의 숙련된 설계 인력 일부를 창원공장 프로젝트에 투입해 실시간 협업 체계를 가동 중이다. 인도에 구축한 변압기 엔지니어링 센터 역시 창원공장의 납기 준수를 지원하고 있다.
장 공장장은 “인도 엔지니어들은 영어 소통 능력이 탁월하고 고객사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며 “수학적 기초와 기본기가 탄탄해 고난도 설계 업무에서도 오차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전방위적 인재 수혈로 전력기기 슈퍼 사이클에 대응하고 있다. 50년 전 황무지에서 시작해 변압·차단기 누적 생산액 20조원을 달성한 창원공장의 저력은 숙련공의 장인정신과 MZ 세대의 패기, 그리고 글로벌 거점의 지원 사격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모든 기술의 끝은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장재성 공장장의 말처럼 효성중공업의 경쟁력은 엔지니어들의 집념에서 나온다. 꼰대 문화를 지우고 소통으로 벽을 허문 현장에서는 오늘도 수만 장의 도면이 현실화되어 전 세계 에너지 혈관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전력 지도를 넘어 인류의 에너지 미래를 설계하는 창원공장. 365일 꺼지지 않는 이 곳의 불빛은 글로벌 빅3를 넘어 세계 최고 전력 솔루션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효성중공업의 약속이자 K-전력이 세계에 보내는 강력한 에너지 신호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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