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천안역 인근 1,579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가 2023년 입주를 시작해 3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 켜진 집은 200여 가구에 불과한 유령 단지로 전락했다. 2017년 사업 선정 당시 추진했던 뉴스테이 사업의 비례율이 45.7%로 폭락하자 일반분양으로 전환했으나, 3,465억 원의 빚더미와 시공사와의 책임준공확약 갈등이 맞물려 2026년 현재까지도 분양이 막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 불 꺼진 1579가구의 대단지, 천안의 심장이 멈췄다
수도권 전철 천안역 인근의 핵심 입지에 자리 잡은 1579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 천안역 단지가 2025년 11월 현재까지 거대한 유령 아파트로 방치되어 있다. 2023년 건축 공사가 완료된 지 2년이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입주한 가구는 전체의 13% 수준인 200여 가구에 불과한 참담한 실정이다. 정식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임시 사용승인 상태에서 멈춰버린 이 단지는 밤마다 암흑으로 변하며 지역 경제의 심장을 마비시키는 시한폭탄으로 전락했다.

불 꺼진 창들이 즐비한 전경은 단순한 주거난을 넘어 지역 슬럼화를 가속화하는 전조 증상이자, 실패한 주거 정책이 낳은 비극적인 기념비로 분석된다. 이러한 파행의 이면에는 초기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돌이킬 수 없는 결함을 노출하며 금융의 덫으로 변질된 사업 구조의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 뉴스테이의 배신과 3465억 원의 빚더미, 출구 없는 금융 미로
당초 중산층 주거 안정을 목표로 도입되었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아파트) 방식은 공사비 폭등과 사업성 악화라는 암초를 만나며 조합의 목을 죄는 금융의 덫이 되었다. 사업 초기 86.7%에 달했던 비례율이 2023년 4월 시점에 45.7%로 급락하면서 조합원들이 수억 원대의 추가 분담금을 감당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파산을 막기 위해 일반분양 전환이라는 사생결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이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의 병목 현상이 모든 출구를 막아버렸다.

일반분양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 리츠(대림제5호)와 HUG에 변제해야 할 금액이 약 3465억 원에 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PF 대출 조달이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자금 조달의 핵심 고리인 시공사가 대출의 전제 조건인 책임준공확약을 거부하면서, 조합은 3400억 원이 넘는 빚더미 위에 홀로 남겨졌다.

▮▮ 시공사의 책임준공 거부와 조합의 고사, 벼랑 끝의 평행선
건설사와 조합 간의 신뢰 관계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책임준공확약 쟁점은 프로젝트 전체를 마비시키는 거대한 장벽이 되었다.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이미 계약된 범위 내의 건축물 공사를 기한 내 완료했으며 공사 미수금이 있음에도 입주를 허용했다는 논거를 내세워 추가적인 확약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반면 대출을 실행할 금융권은 소유권보존등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1군 건설사인 시공사의 책임 준공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HUG 사업비 대출 약정서는 최종 준공 승인까지의 책임을 요구하는 반면, 개별 도급공사계약서는 임시 사용승인을 책임의 끝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갈등의 핵심이다. 이러한 계약적·법적 해석의 괴리는 일반분양의 길을 원천 봉쇄하고 있으며, 시공사는 분양 실패 시 발생할 대위변제 리스크를 조합에 떠넘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사라진 자산 가치와 눈덩이 이자,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응답할 때
사태가 2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단순한 미분양 문제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 소유권 등기가 불가능한 미등기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자산 가치는 하락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은 급증하는 이자 부담과 주택관리 체계 부재 속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뉴스테이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이어지는 잦은 정책 변화와 소급 규제의 움직임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고한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천안시와 국토교통부는 더 이상 민간의 갈등으로 치부하지 말고 제2의 원성동 사태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나서야 한다. 정부는 HUG의 표준 약정과 민간 도급계약 사이의 해석 차이를 해소할 제도적 보완책을 제시하고, 시공사와 조합 간의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낼 실질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양측의 극적인 타결과 당국의 실효성 있는 개입만이 3465억 원의 빚에 저당 잡힌 1579가구의 침묵을 깨우고 천안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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