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쟁점 통해 반전 시동…이재명, 민생정치 고삐 죄기

손국희.김효성 2024. 9. 1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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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여야 지도부가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각각 경부선·호남선의 출발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인사하던 서울역에서 “채 해병 특검법을 발의하라”는 항의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인사 이후 성남FC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대표와 이 대표의 정치적 처지가 드러났다.

“쏜살같았다.” 국민의힘 관계자가 13일 한동훈 대표 취임 후 50여 일의 기간을 돌아보며 한 말이다. 한 대표는 7·23 전당대회에서 62.8% 득표율로 당선돼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민심이나 당정 관계 등에서 잇따라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여당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28%로 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치다. 한 대표가 취임한 직후로부터 7%포인트 떨어졌다. 당시 민주당을 8%포인트 앞섰으나 이젠 5%포인트 뒤진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한(尹·韓) 갈등도 난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찬(7월 25일), 90분 비공개 회동(7월 30일) 등 간극을 줄이는 노력도 있었지만, 여전히 껄끄럽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동반 위기 속에 ‘원팀’이 돼야 당정 모두 반등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쌓였다”(여당 관계자)는 얘기도 있다.

한 대표 측은 “반전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물가 안정 등 그간 힘을 실었던 민생 이슈와 ‘티메프, 딥페이크 사태’ 등 사회적 문제에 실시간 대응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의·정 갈등 문제다. 한 대표는 의대 증원 유예안을 제시하고, 여·야·의·정 협의체를 띄워 의료계 설득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용산과의 껄끄러운 상황을 감수하고 응급실 위기를 부각한 것도 더 큰 화를 막으려는 한 대표의 판단이었다”고 했다. 한 대표는 13일에도 “의제 제한 없이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모여달라”고 호소하며 추석 전에 여·야·의·정 협의체를 띄우려했다.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5년도 증원을 건드리는 건 국민 혼란이 커지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맞섰고 대한의사협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회의 등 의료계 8개 단체가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협의체 참여를 공식 거부했다. 민주당도 소극적이다. 그에겐 꼬일 대로 꼬인 매듭인 셈이다.

“첫 대표 2년이 집토끼를 잡는 기간이었다면, 대표 2기는 산토끼를 잡고 중도로 나아가는 시간이다.”

지난달 18일 민주당 대표로 연임한 이재명 대표 2기에 대한 친명 인사의 평가다. 실제 이 대표는 연일 민생을 강조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도 이 대표는 의료대란 관련, “힘으로 밀어붙여 상대방에게 굴복을 강요하면 성공해도 후유증이 너무 크다”면서 “정확한 현상 파악과 문제 인식을 통해 국회에서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비공개 회담에서는 ▶가산금리 합리화 ▶쌀값·쇠고깃값 안정책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등도 논의했다. 그는 “정기국회에선 민생 정치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어야 한다”(8월 29일)는 당부도 했다.

다만 이 대표의 말과 민주당의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쟁을 부르는 계엄령 의혹 제기가 대표적이다. 김부겸 전 총리마저 “뜬금없다”고 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안과 채 해병 특검법안을 법사위에서 단독처리하다가,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의 “의료공백 해결이 우선”이란 제지를 받은 일도 있다.

특히 이 대표의 당면 과제는 10월 1심 판결을 넘을 수 있을지다.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 11개 혐의로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중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관련 재판은 10월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각각 벌금 100만원 이상(선거법 위반), 금고형 이상(위증교사)의 확정판결을 받으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13일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를 확대재편했다. 한준호 대책위원장은 “재판이 진행될수록 이 대표의 무고함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자신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았다. 그는 관련 답변은 하지 않은 채 “국민여러분, 재판은 재판이고 수사는 수사인데 추석 잘 보내고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만 했다.

잠재 후보군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여권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두드러진다. 최근 여야 대표의 지구당 부활 움직임에 대해 “정치개혁에 어긋나는 명백한 퇴보”라고 맞섰다. 지구당 폐지가 ‘오세훈법’ 결과물이었던 걸 떠올리게 했다.

야권에선 이 대표의 전 국민 25만원 지원에 반대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주자들이 나오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전 국민 지원 위해 드는) 13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라며 선별지원을 강조한 데 이어 김부겸 전 총리도 재차 “그 돈이 갑자기 어디서 생기는 게 아니다. 다른 사업을 접거나 후세에 빚을 떠넘겨야 한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0월 기초단체장 재선거 지역인 전남 영광·곡성에 전셋집을 얻고 선거 지원에 들어갔다. 민주당 아성에 대한 도전이다.

손국희·김효성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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