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홍 사장 뚝심 통했다.’ 온라인 전환 혼다, 상반기 116% 수입차 최고 증가율

혼다코리아 이지홍대표

[M투데이 이상원기자]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4월 수입차 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제를 도입했다. 현재 온라인으로 차량을 판매하는 브랜드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엔진차 업체로는 혼다가 유일하다.

국내 수입차 유통은 전통적인 딜러 판매 방식으로, 딜러사들이 임포터와의 공급 계약을 통해 차량을 인수, 판매전시장을 통해 유통한다.

수입차업체 중에서는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2017년 카카오와의 협업으로 온라인 전용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으나 딜러사와의 마찰 등으로 중도에 포기했다.

오프라인 딜러제에서 온라인 판매로의 전환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임포터와의 계약을 통해 국내 딜러들이 대규모 투자를 해 놓은데다 여기에 속해 있는 수천 명의 영업직원들 생계와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혼다코리아 역시 온라인 판매제 도입 문제로 딜러사들과 심한 갈등을 겪었다. 온라인 판매로 딜러사에 주어지는 판매 마진이 줄어드는데다 기존 시설 및 인력 축소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지홍대표는 딜러사의 강력한 반발에도 온라인 판매제 도입을 밀어붙였다. 가격 합리화를 위한 유통 단계 단순화와 고질적인 딜러사 간 할인 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가격 일원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온라인 전환 첫해는 참담한 실패였다. 판매가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딜러사는 물론 언론에서도 자동차업계 생태계를 모르는 이 대표의 무모한 실험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기 분당에 위치한 카페  The go 시승센터

혼다코리아는 지난 2017년 연간 판매량이 1만229대에 달했었으나 2020년 3,056대, 2022년 3,140대, 2023년에는 1,385대까지 떨어졌다.

혼다코리아 판매 급락의 요인은 2019년 하반기 터진 일본차 불매운동에다 지난 2023년 초반까지 이어진 신차 부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혼다코리아는 2018년부터 온라인 판매 전환 시점인 지난해 4월까지 단 한 대의 신차도 출시하지 못했다.

온라인 판매제 전환은 이런 어려움 속에 진행됐다. 4월 신형 CR-V에 이어 8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파일럿, 그리고 10월에 풀체인지 어코드가 잇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런칭됐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의 저항은 예상보다 컸다. 온라인에서의 차량 쇼핑과 결재시스템에 익숙치 못한 고객들이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찾게 됐고 이는 온라인 판매 무용론으로 이어졌다.

여기에다 환율 영향으로 차량 도입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당초 취지였던 가격 합리화에도 부응하지 못해 신차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 결국 최악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첫 온라인 판매모델인 신형 CR-V가 공급이 원활치 못했던데다 주력인 하이브리드 모델 투입이 늦어진 것도 실적 부진의 큰 요인이었다.

올해 들어서면서 혼다코리아의 판매량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판매량은 1249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6.6%나 늘었다.

절대 수치는 아직 미미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차 판매가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기록이다.

상반기 수입차 TOP15 중 혼다와 토요타, 링컨 등 단 3개 브랜드만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중 혼다코리아가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를 하반기에도 이어갈 경우, 올해 연간 판매량은 3천대 넘어설 전망이다. 덕분에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판매 딜러사들도 올해는 대부분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대표 랜드마크인 정자동에 혼다 모빌리티 카페 더(the) 고(GO)를 오픈했다.

여기는 혼다 브랜드와 혼다 제품에 대한 체험형 공간으로, 커피도 마시고 혼다 차량과 모터사이클을 체험하면서 도로를 달리는 즐거움도 제공한다.

단순히 차량을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브랜드 체험 공간과 시승 코너를 만들었다.

지난 6월까지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1만 명 정도로, 벌써 분당지역에서는 입소문이 날 정도로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판매의 단점은 직접 제품을 경험해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혼다는 카페형 체험장을 만들었다.
혼다 온라인 플랫폼의 누적 방문자 수가 50만 명을 넘어 섰다. 

혼다 온라인 플랫폼은 지난달까지 누적 방문자 수가 50만 명을 넘어 섰다. 온라인 유통에 고객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모습이다.

이지홍대표는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고 결제하고 전시장에서 차량을 인도받기 때문에 사전에 제품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해졌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고객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는 "시승 신청과 견 산출, 계약 및 결제 등 구매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100%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판매 모델을 365일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보니 무엇보다 혼다 브랜드와 제품 에 대한 대한 소비자 신뢰가 많이 높아졌다"면서 "이 때문에 차량 재구매율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 방식에 점차 적응하면서 당초 도입 취지에 맞게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고 쉽게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대표는 "그동안 온라인 전환으로 인한 반발과 실적 부진으로 좌절도 많았다"며 "가격 합리화를 위한 유통 단계 단순화와 차량 유통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가격 일원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올해 온라인 판매제 정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