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금리도 10년 최고치…한계기업 우려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회사채 발행이 막힌 기업들이 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대출 금리가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기업들의 이자부담에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대출 금리가 9년8개월 만에 5%를 돌파했다. 상승폭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2022년 10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10월 전체 기업대출 금리는 5.27%로 전월(4.66%)대비 0.61%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3년 2월(5.03%) 이후 9년 8개월 만에 5%를 돌파한 동시에 2012년 9월(5.3%) 이후 10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숫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올랐다. 대기업대출 금리는 전월대비 0.70%포인트 오른 5.08%를 기록했고,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5.49%로 전월대비 0.62%포인트 올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각 2012년 8월(5.10%), 2012년 9월(5.4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금리가 치솟은 이유는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은행 대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회사채 발행이 막히자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7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대기업 대출은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대출 활용 지속 등으로 9조3000억원 늘어난 21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대출도 운전자금 수요 지속 등으로 4조4000억원 증가한 95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은 1000억원 늘어난 443조1000억원이다.
반면 회사채 시장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 부진이 지속되면서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순상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회사채는 3조2000억원 순상환됐고, 기업어음(CP)·단기사채는 우량물 중심으로 3조1000억원 순발행 전환했다. 기업들이 만기를 앞둔 채권을 차환 발행하는 대신 은행 등에서 자금을 구해 상환을 갚아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은 이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채권시장의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대기업의 조달 수요가 은행으로 집중되며 기업대출 잔액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경기부진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까지 높아지면서 한계에 내몰리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경우 3년, 5년 단위 고정금리가 많지만 기업대출은 3개월, 6개월 주기인 변동금리가 대부분이어 금리인상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리인상에 취약한 한계기업은 내년 연말 이자부담액이 연 9조7000억원으로 지난 9월(연 5조원) 대비 9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대출 연체율도 현재 0.27%에서 0.555%로 두 배 이상 높아져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도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경기둔화, 원자재가격 급등, 환율상승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까지 커지면서, 기업 재무여건이 크게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금융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타격에 이어 이자폭탄까지 맞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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