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목적과 클래스
HONDA XL750 TRANSALP
혼다가 다시 한번 스스로가 잘하는 일을 해냈다. ‘다루기 쉽다’라는 키워드는 최근 많은 브랜드와 모델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혼다가 말하는 ‘다루기 쉽다’는 어쩌면 그 이상을 의미한다. XL750 트랜잘프는 거의 모든 사람이 어드벤처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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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혼다의 새로운 호넷 750을 시승하곤 곧바로 트랜잘프가 궁금해졌다. 가벼운 차체, 경쾌하면서도 만만한 엔진, 각종 첨단 전자장비 등이 어드벤처 장르에는 어떻게 녹여졌을까 싶었다. 앞선 CB750 호넷의 시승기를 봤다면 알겠지만, 재미 하나는 끝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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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부활
혼다의 트랜잘프는 1987년 XL600V로 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583cc V-트윈 엔진으로 최고출력 50마력을 발휘하고 윈드 스크린과 핸드 가드, 스키드 플레이트, 21인치 프런트 휠 등으로 온로드 장거리 주행과 오프로드 주행 모두를 고려했다. 이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2000년에 배기량을 키운 XL650V를 출시했고 이어서 2008년에는 XL700V를 출시했다. 그리고 2012년을 끝으로 단종되었다가 약 10년 만에 755cc 병렬 트윈 엔진을 탑재한 XL750 트랜잘프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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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스타일
새로운 트랜잘프는 과거 모델의 분위기와 실루엣은 따르면서 현대적인 터치를 더해 완성됐다. 솔직히 과거 모델들의 둥글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올드하고 못생겼다고 느꼈는데 조금 더 직선적이고 날렵한 분위기가 더해져 젊은 분위기를 낸다. 전면부는 혼다의 CB500X가 떠오르는 헤드라이트와 윈드 스크린이 장착되었고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과장 없이 깔끔하다. 측면 페어링에는 과거 모델과 동일하게 트랜잘프 레터링이 삽입되었고 앞서 말했듯 풍만함보단 날렵함이 더욱 강조됐다. 시트는 연료 탱크를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동승자를 위해 뒷좌석은 슬쩍 높게 디자인했다. 동승자 시트가 리어 랙과 동일한 높이로 디자인되어 시각적으로 일체감이 좋고 후면부에서 봤을 때 깔끔하고 터프하다. 후면부의 경우 상위 모델인 아프리카 트윈과 굉장히 흡사하다. 프런트와 리어에 21/18인치 조합 와이어 스포크 휠이 장착되었고 메첼러 카루 스트리트 타이어가 맞물렸다. 전후 트래블이 긴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위풍당당한 어드벤처 스타일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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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설정
새로운 트랜잘프는 과거 V-트윈 엔진을 사용하던 것과 달리 755cc 병렬 트윈 엔진을 탑재했다. 270도 부등간격 엔진으로 부드러움보다는 박력이 강조된 경쾌한 필링을 발휘한다. 앞서 말했듯 CB750 호넷과 동일한 엔진이 탑재되었고 흡기 설계를 다르게 하여 어드벤처 바이크에 어울리도록 약간의 출력 변화를 이뤄냈다. 여기에 전후 각각 200mm, 190mm 트래블의 긴 서스펜션이 사용되었고 최저지상고는 210mm를 확보했다. 프리로드가 부드럽게 설정되어 차량을 수직으로 일으켜 세우는 것만으로도 큰 폭으로 눌린다.
수치상 시트고는 850mm로 꽤 높은 수준인데 실제 발착지성은 꽤 안정적이다. 전자장비는 유저 모드를 포함한 5개의 주행 모드, 트랙션 컨트롤, ABS,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ESS 등으로 동급 대비 높은 수준을 갖췄다. 차량중량은 210kg으로 꽤 묵직한데 무게당 마력비로 따지면 혼다의 플래그십 어드벤처인 아프리카 트윈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아프리카 트윈이 엄청난 출력을 뿜어내며 라이더를 압도하는 것이 아닌 라이더가 쉽게 다루면서 모터사이클 성능을 즐길 수 있는 성격인 만큼 트랜잘프도 동일한 성격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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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
혼다의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가 포함된 모델은 항상 ‘클러치가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볍다. 스로틀을 열면 엔진이 부드럽게 돌고 늘 타던 바이크처럼 매끄럽게 나아간다. 클러치가 공격적으로 붙지 않고 전후 긴 서스펜션의 말캉한 세팅 덕분이다. 포지션은 178cm의 라이더가 편안하게 앉아 핸들을 조작할 수 있는 느낌이다. 시트와 풋 패그 사이의 공간이 여유롭고 상체를 세운 상태에서 핸들 바를 편안하게 조작할 수 있다.
더불어 핸들 바가 좌우로 넓지 않고 라이더에게 예상보다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에 담백한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불필요한 과장은 찾아볼 수 없다. 제동 성능도 스로틀을 열어 가속했을 때 부드러운 만큼 동일하게 작동한다. 프런트에 더블디스크의 사이즈를 310mm로 키웠고 액시얼 캘리퍼를 장착했다. 그만큼 최신 모터바이크처럼 처음부터 강력한 제동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 비교적 뭉툭한 느낌으로 서서히 강하게 작동된다. 이는 브레이크 패드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모터바이크가 무거워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감각과는 완전히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더가 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프런트 포크의 부드러운 감각은 라이더에게 프런트 그립이 어떤 상태인지 전달해 준다. 21인치 휠과 듀얼타이어의 조합으로도 꽤 공격적인 와인딩 로드를 달릴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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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재미
주행모드는 스포트, 스탠더드, 레인, 그래블을 포함한 유저모드까지 총 5가지를 갖고 있다. 각 모드마다 출력, 엔진브레이크, 트랙션 컨트롤, ABS의 세팅이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주행 스타일에 맞게 설정하기 좋다. 2단 기어에서 최고속도 125km/h, 3단 기어에서 160km/h, 4단 기어에서 190km/h를 마크했다. 이후 5단 기어와 6단 기어는 크루징 스타일로 진입하며 엔진 과열과 연비를 고려한 세팅으로 느껴진다. 사실상 대부분의 라이더가 와인딩 로드에서 2단과 3단 기어만 사용해도 충분히 빠르고 즐겁게 달릴 수 있다. 프런트의 21인치 휠이 고속 영역에서 불안하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고속으로 달리는 동안 21인치 휠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분명 호넷 750에 비해 즉각적인 반응성과 날카로운 핸들링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조금 더 여유로운 포지션과 콘셉트가 라이더를 더 공격적인 주행까지 부추긴다. 그리고 여전히 긴장감보단 편안함, 두려움보단 즐거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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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그래블
그래블(Gravel)은 직역하면 ‘자갈’이라는 뜻인데 영어권 국가에서는 어드벤처 바이크들이 달리는 비교적 평범한(?) 오프로드를 의미한다. 트랜잘프의 그래블 모드를 설정하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다. 그래블 모드에 진입하면 파워 단계를 4단계 중 2단계로 출력을 낮추고 엔진 브레이크는 3단계로 가장 강하게 저항이 걸리도록 설정된다. ABS는 1단계로 제동 시 ABS의 개입을 늦춰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제동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은 혼다의 트랙션 컨트롤(HSTC)가 5단계 중 높은 수준인 4단계로 설정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스로틀을 열었을 때 조금이라도 미끄러짐을 감지하면 빠르게 개입하여 안정적인 자세를 잡겠다는 뜻이다. 즉, 트랜잘프가 얘기하는 오프로드(그래블)는 리어 휠을 미친 듯이 미끄러뜨리며 가속하고 험로를 달리는 게 아니란 것이다. 단, 필요에 따라 유저 모드를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어 좋다.
이번 트랜잘프 시승에서는 오프로드 코스가 제외되어 주행 성능을 직접 느껴볼 순 없었다. 하지만, 경량 엔듀로 바이크와 동일한 구성인 21인치/18인치 전후 휠 사이즈와 긴 트래블의 서스펜션으로 꽤 높은 오프로드 주행 성능이 기대된다. 또한, 부드러운 댐핑과 액시얼 타입 캘리퍼의 작동감도 오프로드에서는 더 빛나는 설정으로 해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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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개인적으로 가성비라는 표현을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최근 혼다의 최신 모터사이클은 가성비를 빼놓을 수 없다. 새로운 트랜잘프는 1,359만 원으로 동급 클래스에서 확실히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어느 측면에서는 호넷750이 1,045만 원(개별소비세 인하 전. 현재 1,069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너무 큰 폭으로 올랐다고도 하는데 직접 주행해보면 이해가 된다. 트랜잘프는 여유로운 승차감,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 온오프로드를 넘나드는 활용성이 돋보인다. 또한, 상위 모델인 아프리카 트윈에 비교하면 절대 비싸다는 얘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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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포지셔닝
트랜잘프는 점점 커지고 있는 어드벤처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모델이다. 더 강력하고 더 똑똑하고 더 험한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어드벤처가 경쟁하는 가운데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명확한 위치를 선점했다. 그 위치가 모든 영역에서 최상단에 있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모터바이크 선수가 되길 꿈꾸지 않듯 대부분 만족할 수 있는 설정이다. 그 덕분에 타 브랜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하극상도 쉽게 피해 갔다. 물론, 늘 그렇듯이 혼다는 기술력이 부족한 브랜드가 아니기에 트랜잘프를 어떻게 꾸미고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 그 한계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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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XL750 TRANSALP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87 × 63.5(mm) 배기량 755cc 압축비 11 : 1 최고출력 91hp / 9,500rpm 최대토크 74.5Nm / 7,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9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 21 (R)150/70 18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56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325×835×1,450 휠베이스 1,560mm 시트높이 850mm 건조중량 210kg
글 윤연수
사진 손호준/혼다코리아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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