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벤처 도와주랬더니...간 큰 중진공 직원, 홍보대행사 만들어 29억원 '착복'

감사원, 정기감사서 적발…"대출 특약 삭제해 수십억 손실 발생하기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소속 직원이 6년간 29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렸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해당 직원은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홍보업무 대행사로 지정한 뒤 증빙 서류를 위·변조하는 등의 수법을 이용했다.

또 계약서의 진위를 따져보지도 않고 대출 상환 특약을 연장, 삭제해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힌 사례도 확인됐다.

/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중진공은 우리나라의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기반을 확충해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 하고자 1979년 1월에 설립됐다. 주요사업은 정책자금지원, 마케팅역량강화, 창의인재양성 등으로 2025년 기준 조성된 기금은 29조 3464억원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기금을 운용하는 공단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고선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1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진공 정기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홍보비 집행 업무를 전담해 온 중진공 전 직원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와 지인 B씨가 운영하는 매체대행업체와 사실상 수의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2018년 2월부터 작년 6월까지 홍보비 75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해당 기간 중진공 전체 홍보비의 41%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A씨는 광고계획서에 광고 업무를 언론재단에 일괄 의뢰하는 것으로 내부 결재를 받은 뒤 실제 광고요청서에는 자신과 관련된 업체를 매체 대행사로 지정해 언론재단에 제출했다. 심지어 이들 대행사는 계약한 광고를 진행하지 안않던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증빙 서류를 위·변조해 발주자인 중진공 측을 속여 29억원 가량을 빼돌린 것이다.

감사원은 B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중진공에는 홍보비 집행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한 직원 5명에 대한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사건의 핵심인 A씨의 경우 지난해 사망해 별도의 법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또 중진공에서 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대출 상환 특약을 연장, 삭제해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힌 사례도 적발했다.

중진공 전 간부 C씨 등은 2019년 3월 전기트럭 납품업체인 D사의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그 인수액 50억원을 대출금으로 지원하는 성장공유형 대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자금을 상환토록 하는 특약을 부여했다.

이후 D사는 특약을 이행하지 못한 채 계약금액과 납품기한도 담기지 않은 부실한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며 이행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C씨는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해준 데 이어 2021년에는 기대 수익을 과다 산정해 특약을 아예 삭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중진공은 원금과 이자 59억8000만원을 상환받을 기회를 상실했다. 또 2022년 D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일부 변제금액을 제외한 27억원을 손실 처리해야만 했다.

감사원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C씨를 검찰에 수사 요청했고, 다른 관련자에 대해서는 중진공에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중소기업이 중진공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사업장을 건축·매입했을 경우 임대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된 규정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현행 제출서류로는 이 규정에 대한 위반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