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전문회사 분석] 하나F&I, 매입 목표 '1조' 유암코 추격 속도전
1989년 환은리스로 설립된 하나에프앤아이는 2012년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합병으로 하나금융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부실채권(NPL) 투자관리회사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하나금융그룹 편입 당시 하나은행 자회사였으나 2019년말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가 됐다. 지주 자회사가 된 이후에는 그룹의 적극적 지원 속에 NPL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나갔다. 업계 점유율 2위를 차지한 하나에프앤아이는 선두 연합자산관리(유암코)를 추격하고 있다.
그룹 지원 발판, 업계 2위 등극
환은리스가 NPL 투자관리회사로 업종 전환을 한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여신전문금융업을 영위하던 환은리스가 하나은행 계열로 편입되며 당시 지주회사법에 저촉됐다. 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의 자회사는 신용정보사, 여신전문사 등을 지배할 수 없었다. 유예 기간 2년내 지주의 자회사로 전환하거나, 업종전환이 필요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미 하나캐피탈이 있었기에 합병도 검토했으나 업종전환을 통한 신사업 도전을 택했다. 2013년 NPL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지 10년만에 업계 2위 사업자 지위를 굳혔다. 하나에프앤아이는 그룹의 전폭적 지원 속에 빠르게 외형을 키워갔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초기에는 기존의 여신자산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2014년 이후부터 NPL투자부문 강화를 위해 힘을 실었다. 하나금융그룹은 2015년 유상증자를 통해 200억원을 지원하면서 하나에프앤아이의 성장 발판을 마련해줬다.
하나에프앤아이는 하나은행 등 그룹에서 발생한 NPL 일부를 처리하고 타행의 공개입찰에 적극 참여하며 점유율을 확대했다. 하나에프앤아이는 2014년 1811억원을 NPL에 투자하며 첫 발을 뗐다. 당시 시장 점유율은 5%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하나금융그룹은 2019년 500억원을 유상증자 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나금융그룹의 유상증자 지원은 네 차례 있었다. 지원 금액은 2000억원으로 하나에프앤아이가 적극적으로 회사채와 어음을 발행해 NPL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닦아줬다.
그 결과 NPL 투자 자산 규모는 2020년 1조원을 넘겼다. 업계 후발주자로 출발했으나 그룹의 적극적 지원 속에 빠르게 자리잡으며 외형을 키웠다. 하나에프앤아이는 1위 연합자산관리와 2위 대신에프앤아이가 사업 다각화에 신경쓰는 사이 NPL 투자에만 집중하며 빠르게 외형을 키울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부터 빠르게 NPL 매입을 늘리며 업계 1위 유암코를 위협하기도 했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521억원 규모의 NPL을 매입했다. 상반기 기준 NPL 매입 1위를 기록했던 하나에프앤아이는 하반기 유암코의 NPL 매입 확대로 인해 아쉽게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업계는 하나에프앤아이가 상반기 매입 물량을 빠르게 늘린 만큼 하반기 관리 모드에 들어간 게 원인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에프앤아이가 매입한 NPL 규모는 해당 사업에 뛰어든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NPL 비중 77%, CR 사업 확대 '과제'
NPL은 투자 이후 자금 회수까지 걸리는 기간이 긴 만큼 올해는 지난해처럼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수준에서 투자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올해 NPL 매입 목표를 1조원으로 정했다. 다만 시장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NPL 투자 규모를 조정할 방침이다.
하나에프앤아이 관계자는 "지난해 NPL 매입 규모가 컸기 때문에 올해 지난해보다는 더 확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라며 "지난해 1조 6000억원 정도 NPL에 투자했는데 올해는 1조원 정도를 목표치로 잡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NPL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목표치보다 매입액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에프앤아이 관계자 역시 "유동적으로 투자 금액이 바뀔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분기별로 NPL 100~150개를 묶어 공개매각을 진행하는 데 입찰 최고가를 써낸 업체가 해당 NPL 자산을 낙찰받는다. 지난해에도 상반기 대부분 물량을 낙찰받으면서 초반부터 빠르게 NPL 매입 규모가 증가했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은행별 NPL 자산 구성을 분석해 선별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이 내놓은 NPL은 공장 등 기업 관련 자산이 많고 주택 관련 NPL은 국민은행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업체별 특성을 분석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운용 자산 중 NPL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7%를 넘는다. 기업구조조정(CR) 관련 자산 비중이 낮은 만큼 CR 부문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에프앤아이는 2022년부터 CR 투자를 늘려왔다. 사모펀드(PEF)를 통해 대출, 사모사채, 전환사채(CB)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분 참여는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2개의 사모펀드를 운용 중이며 2022년 293억원, 지난해 3분기 742억원을 투자했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