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 까다로운 수능 영어 트렌드, 지문 단어 반복되면 의심해봐라” EBS 정승익의 2025 수능 트렌드 예측
지난해 수능은 ‘절대평가’라고 쉽게 봤던 영어에서 많은 학생들이 뒤통수를 맞았다. ‘킬러 문항’ 배제로 원어민도 못 읽어내는 지문 숫자는 적어졌지만 1등급 비율 역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EBS 영어를 대표하는 정승익 강사에게 올해 수능 예측을 부탁했다.
2025학년도 수능을 두 달여 앞둔 9월 9일 정승익 강사를 만났다. 정 강사는 17년간 교직에서 일하며 EBS 강의를 통해 수많은 '영포자’를 구원했다. 지난해 교직을 내려놓고 EBS 강의와 유튜브 채널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전국 강연을 통해 수많은 학부모를 만나 영어 공부법과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정 강사에게 이번 수능 난이도 예측을 부탁하자 "‘킬러 문항’ 배제 이후 지문은 쉬워져서 학생들이 쉽게 문제를 푼다고 느낄 수 있지만 함정에 빠져 오답을 택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문제를 풀 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무조건 5문제 이상은 어렵게 나온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영어 난도가 점점 높아지는 거 아닌가요.
난도를 얘기할 때 1등급 비율만 가지고 이야기하지만 N수생이 늘어나고 최상위권이 많아지는 환경에서 그 비율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20년간 수능 문제를 풀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지금 수능이나 6모, 9모 난도가 가장 높은 건 아닙니다. 극도로 지문이 어려울 때와 비교하면 지문 난도는 낮아졌죠. 어려워서 손을 못 댄 게 아니라 뭔지 알 것 같아서 답을 골랐는데 그게 틀린 경우가 많다고 봐야 합니다.
수능이 두 달여 남았습니다. 6모와 9모를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요.
상위권과 중위권으로 나눠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1~2등급 학생의 경우 어느 정도 해석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이 학생들은 6모, 9모 오답 노트를 만들어서 틀린 문제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점검해야 하고요. 중위권의 경우 평이한 9모부터 다시 풀어본 뒤에 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매일매일 독해 연습을 이어가야 합니다.
고난도 빈칸, 지문 단어 반복되면 의심하라
줄여서 '빈순삽’이라고 하죠. 6모, 9모에서도 오답률 높은 문항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중위권 학생들은 우선 이 문제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다 맞겠다는 의지로 공부해야 합니다. 상위권의 경우 빈순삽이 등급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겁니다. 순서, 삽입 문제는 근거를 찾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느낌으로 순서나 삽입 문제를 푸는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문제를 그렇게 내지 않습니다. 연결사나 대명사 등을 통해 이렇게 배열될 수밖에 없는 근거가 있죠.
빈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빈칸은 기본적인 영어 실력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지문을 정확히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선지 중 정답을 가려내는 능력이 동반돼야 합니다. 본문에서 봤던 단어나 표현이 그래도 선지에 등장한다면 속임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답은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재진술)으로 지문 단어 대신 다른 단어와 표현을 사용해 꼬아둔 경우가 많습니다. 팁을 드리자면 선지를 봤을 때 익숙한 건 배제하세요. 대신 처음 보는 단어가 등장한 선지를 두 번 세 번 곱씹어보면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중위권이 상위권으로 가기 좋은 환경이네요.
그렇죠. 과거 철학 지문의 경우 한글로 된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케이스에 비하면 접근 가능성이 높아진 거죠. 킬러 문항을 배제해야 했기에 지문 난도를 낮추고 선지 난도를 높인 건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추후 1등급 비율이 예상치 못하게 늘어나게 됐을 때는 또 다른 변별 수단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선 중위권이 상위권으로 갈 기회가 열린 게 맞습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한 문제에 불과한 어법 공부를 해야 할까요.
저는 수능에 나오는 어법은 3일이면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어법 문제는 10가지 주제에서 돌아가며 나옵니다. 자주 나오는 건 5가지 주제 정도고요. 한 문제로 등급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영어 공부에 투자하길 권합니다.
수능까지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면 좋을까요.
주변 이야기에 너무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등급 비율이 최저라든가, 영어가 어렵게 출제된다든가 하는 말에 불안감을 느끼기보다 객관적으로 지문이 쉬워졌으니 기회라고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공부를 놓치지 마세요. 또 기출 문제를 수능 막바지에 이용한다면 너무 과거의 기출보다는 올해와 작년 문제가 좋습니다. 선지 선택을 주의 깊게 분석한다면 분명히 등급이 올라갈 겁니다.
단어 암기는 무식한 방법? 오히려 지름길!
대개 학생들이 영어 공부를 후순위로 둡니다. 하지만 대부분 고3이 되면 영어 성적이 떨어집니다. 모의고사 난도가 올라가기 때문이죠.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고3 문제를 풀어보며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꾸준함입니다. 모든 과목이 그렇지만 영어는 감이 중요합니다. 하루 단어 30개 암기, 독해 10문제 풀이를 기본으로 생각하고 공부하길 권합니다.
중학교까지 영어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해 영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영어가 어려운 이유는 2가지인데요. 우선 문해력이 받쳐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영어 지문을 한글로 해석해보면 우리말 수준 자체가 다릅니다. 영어에서 문장의 5형식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고 해서 50형식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죠. 독해 자체를 못 해내는 겁니다. 다른 이유는 단어입니다. 결국은 단어 차이입니다.
고등학생이 돼서 문해력을 기를 수 있나요.
초중학생이라면 독서를 하라고 권하겠지만 고등학생은 그럴 시간이 없죠. 저는 잡지 읽듯이 시간이 날 때 영어 지문 해설지를 봤으면 좋겠어요. 해설지를 읽다 보면 수능 영어에 대한 배경 지식이 쌓입니다. 수능 영어에 등장하는 주제는 한정적인데요, 시험에서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주제가 나오면 독해하기가 수월해집니다.
단어는 얼마나 외워야 하나요.
수능에서 5000단어 정도가 나온다고 보는데요. 기출 수준의 영단어집 두 권을 꾸준히 보면 해결됩니다. 수많은 제자와 학부모를 만나며 지금까지 1만 개의 질문을 받았다면 9500개는 단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외워도 까먹는다는 건데요. 그건 중간에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걸 암기하고 있습니다. 가령 학생들도 반 친구 이름 다 알잖아요. 그건 매일 보기 때문입니다. 단어도 마찬가지예요.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매일매일 단어 공부를 한다면 외워지지 않을 리 없다’ '이걸 내가 매일 하는데 기억하지 못하겠나’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좋겠어요.
단어만 외우는 건 너무 옛날 방식 아닌가요.
그럼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수능 영어 지문은 미국 대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수준입니다. 이걸 원서 읽기로 자연스럽게 하려면 엄청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정의란 무엇인가’ '사피엔스’ '코스모스’ 같은 책을 영어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학생들의 시간은 제한돼 있어요. 그러니까 단어를 암기하는 게 무식한 방법이 아니라 지름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정말 무식하게 단어만 엄청 외워도 수능 영어는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위권도 단어 암기가 안 되면 절대 1등급을 유지할 수 없고요.
단어를 아는데, 해석이 안 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솔직히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해석을 대충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습관은 중학교 때 시작되는데요. 대부분 학생이 초등학교 때 영어 공부를 많이 해뒀기 때문에 중학교 교과서는 쉽게 느낍니다. 훑어만 봐도 무슨 말인지 알기 때문에 문장 해석을 대충대충 하게 됩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교과서는 문장이 길어지고 제재가 복잡해지죠. 모의고사와 수능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면 자의적으로 단어를 조합해 해석하고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게 됩니다. 글 주제는 A인데, 본인은 C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독해할 때 해석을 한국어로 적어보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통번역하듯 해보는 거죠. 적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해석을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어요. 문장이 완결성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자신이 부족한 걸 알게 됩니다. 모르는 단어가 많은지, 해석을 위한 문법 기초가 부족한지를요. 이는 강의를 통해서 보완하면 됩니다.
학군지에서는 고등학교 진학 전 사교육을 통해 수능 영어 1등급 수준을 만들어두고자 노력합니다. 도움이 될까요.
1등급 비율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죠. 지난해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은 4% 학생 중에 N수생을 제외하면 현역은 2% 정도일 겁니다. 이 학생들은 그 시점이 언제건 전국 2%에 도달했다는 거예요. 그게 뭘 의미할까요. 공부가 아니라도 운동이든, 요리든 한 분야에서 전국 2%가 된다는 건 타인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씀드리지는 않아요. 확실한 건 본인 노력이 무조건 동반돼야 한다는 겁니다.
1등급은 결국 스스로 해야
요즘 공부에 대한 방법론은 너무 많습니다. 이렇게만 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커리큘럼에 대한 정보도 많고요. 일부 학부모는 그렇게 따라가기만 하면 우리 아이도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죠.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건 공부를 직접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초등학생, 중학생에게 물어봐도 공부가 쉽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겪는 고난을 쉽게 생각하고 어릴 때부터 몰아붙이면 중학교에서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고비를 겪게 될 겁니다. 중요한 건 자신만의 속도를 알고 그대로 꾸준히 공부하는 겁니다.
공부는 직접 해줄 수 있는 게 아닌데 학부모는 뭘 도와줄 수 있나요.
한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부모가 꺾이지 않는 마인드로 살면 그게 아이에게 전해질 거라고요. 공부도 같이해야 하는 겁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책을 읽고, 공부하는 집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런 태도를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사실 공부 잘하는 방법은 심플합니다. 매일 하는 거죠. 같은 학원을 다녀도 아이들이 내는 성과는 다 다릅니다. 그런 습관은 가정에서 키워진다고 생각해요.
부모 인생이 너무 빡빡해지지 않을까요.
교육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고 싶다면 극소수가 하는 걸 해야 합니다. 보통의 사람과 달라야 하죠. 그리고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공부하는 건 스스로에게도 해가 될 게 없습니다. 부동산, 주식, 영어, 인테리어 뭘 공부하건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됩니다. 하기 싫은데 자녀를 위해 억지로 하면 그게 자녀에게도 전해질 겁니다. 많은 부모님이 아이와 한 팀이라 생각하고 12년 초중고 시절을 슬기롭게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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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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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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