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연된 재판… 법원장이 나서니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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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올해 초 재판 지연을 해소하고자 '법원장 직접 재판' 제도를 도입한 이후 법원장이 나서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한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지법 판사는 "법원장 소수가 장기 미제 사건 몇 건을 맡는다고 해서 재판 지연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며 "과거 판사들이 열심히 일하는 동기 중 하나였던 '고법 부장판사 승진' 같은 보상 제도나 '판결문 간소화' 등 행정적 조치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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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올해 ‘직접 재판제’ 도입
주로 장기 미제 사건 맡아 마무리
서울, 민사 445건 중 261건 ‘완료’
“재판부 중요 사건 집중하게 독려”
“근본적 해결 위해 판사 증원해야”
#사례1. 강원 지역 제조·납품업체 A사는 2015년 경영난을 겪자 춘천지법에 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A사가 2025년까지 부동산 매매대금과 영업수익으로 채권자들에게 25억원을 갚도록 하는 회생계획을 인가했다. 하지만 A사는 빚을 제대로 갚지 못했고 사건은 장기간 방치됐다. 부상준 춘천지법원장이 올해 초 사건을 직접 맡아 A사 회생절차를 폐기하고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해 9년 만에 일단락지었다.
#사례2. 일용직 근로자 B씨는 2019년 일당을 주지 않은 C씨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까지 간 재판은 C씨가 파산하면서 계속 지연됐다. 사건을 맡은 김귀옥 인천지방법원장이 지난 3월 양측에 화해를 권고하고 5년 만에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올해 초 재판 지연을 해소하고자 ‘법원장 직접 재판’ 제도를 도입한 이후 법원장이 나서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한 경우가 늘고 있다. 판사 부족으로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법원장을 활용한 조 대법원장의 시도가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재판 지연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법관 수 증원과 우수 판사에 대한 적절한 보상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9일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원장 재판이 시작된 지난 3월 초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전국 37개 법원장은 총 1만여건의 사건을 배당받아 8419건을 처리했다. 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열어 참여한 사건만 집계한 것이다.
법원장들은 주로 장기 미제 사건을 담당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김정중 법원장은 민사 중액(소송금액 3000만~2억원)과 소액(3000만원 이하) 미제 사건 445건을 배당받아 261건(58.7%)을 처리했다. 민사 소액 최장기 미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김용덕 대전지법원장과 서경희 울산지법원장도 각각 43건과 17건을 처리했다.
일선 판사가 까다롭고 중요한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태료 소송 등 간단한 사건은 법원장이 맡아 대거 처리한 경우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법원장이 직접 장기 미제 사건이나 일반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일선 재판부가 다른 사건을 한 건이라도 더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등 재판을 독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 지연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판사 수를 늘리는 게 가장 효과적인 만큼, 관련 입법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법무부를 통해 판사를 증원하는 판사정원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제출했지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서울의 한 지법 판사는 “법원장 소수가 장기 미제 사건 몇 건을 맡는다고 해서 재판 지연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며 “과거 판사들이 열심히 일하는 동기 중 하나였던 ‘고법 부장판사 승진’ 같은 보상 제도나 ‘판결문 간소화’ 등 행정적 조치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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