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전기차 시장 확대를 국내 생산과 투자, 일자리로 연결하기 위한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구매 보조금 중심의 현행 정책만으로는 국내 생산 기반과 부품 생태계를 지키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17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공식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문성준 현대차·기아협력회 회장, 박경배 KG모빌리티파트너스 회장 등 자동차 부품업계 대표들이 참석해 국내 생산 기반 유지를 위한 산업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국내에서 생산·판매한 전략산업 제품 실적에 연계해 법인세를 공제하는 생산 연계형 세제다. 부품업계는 현재 전기차 보급 정책이 구매 보조금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국내 판매 증가가 국내 생산 확대와 투자, 고용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최근 전동화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 전기차 업체의 급성장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생산 확대와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강화가 맞물리면서 부품기업들은 기존 내연기관 생산체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래차 전환을 위한 신규 투자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성준 현대차·기아협력회 회장은 "중국 전기차와 한국 전기차의 가격 격차는 30% 이상 벌어져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배 KG모빌리티파트너스 회장은 중국과의 경쟁 환경 차이도 지적했다. 박 회장은 "중국은 원자재 단계부터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국내 부품업계는 원가 절감 압박에 전기료와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국내 생산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세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요 경쟁국과의 정책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유럽은 생산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통해 자국 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전기차 판매 확대가 국내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합은 자동차 산업이 완성차와 수많은 부품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대표적인 제조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완성차 생산이 감소하거나 생산 거점이 해외로 이전하면 부품업계는 물론 지역경제와 고용,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최근 중국 산업 현장을 둘러본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 발전 속도와 글로벌 시장 진출 의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큰 위기감을 느꼈다"며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몇 년 뒤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품업계는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가 특정 기업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국내 생산과 투자, 양질의 일자리 유지를 위한 산업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기차 대중화 정책이 소비 촉진을 넘어 국내 제조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생산 연계형 세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