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실력 부족해 밴드 된 ‘데이식스’의 성공은 필연이었다… 데뷔 10년 차에 무서운 돌풍 [수·소·문]
JYP의 '멀티 레이블' 실험의 성공 사례
방송 홍보 대신 라이브 실력 쌓아 이름 알려
실용음악학원서도 데이식스가 대세
편집자주
‘수ㆍ소ㆍ문’은 ‘수상하고 소소한 문화 뒷얘기’의 줄임말로 우리가 외면하거나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문화계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데이식스 돌풍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순위 변동이 크지 않아 콘크리트 차트라 불리는 멜론 음원 차트 정상을 정복한 것은 물론 데이식스가 과거에 발표한 곡이 데이식스 신곡과 바통 터치를 하며 1위에 오를 정도다. 콘서트를 열면 순식간에 티켓이 매진되고 K팝 기획사 소속 밴드로선 처음으로 대형 야외 음악축제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도 오른다. 초등학생부터 중년까지 팬층도 확산하고 있다.
멜론의 최신 주간차트(9월 22~29일)에선 상위 5곡 중 3위를 뺀 네 곡이 모두 데이식스 차지다. 올 초 발표한 앨범 ‘Fourever’ 수록곡인 ‘해피’와 ‘웰컴 투 더 쇼’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최근 앨범인 ‘Band Aid’ 수록곡 ‘녹아내려요’와 2019년 발표한 ‘The Book of Us: Gravity’ 수록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각각 4, 5위에 올랐다. 네 곡 외에도 10위에 ‘예뻤어’가 오르며 톱10의 절반을 독차지했다. ‘예뻤어’는 2017년 앨범 ‘Every DAY6 February’에 담긴 곡이다. 정주행과 역주행이 뒤섞이며 무려 네 개 앨범 수록곡이 동시에 차트 상위권을 장식하는 이변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K팝 연습생으로 시작해 K밴드 역사 새로 쓴 데이식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인 데이식스는 K팝 그룹과 록 밴드의 서사가 결합된 성장 과정을 거쳤다. 당초 JYP에서 K팝 그룹 데뷔를 준비하던 연습생들이 K팝 외에 다른 장르 아티스트를 육성하자는 소속사의 기획에 따라 밴드로 모였다. 멤버 성진은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춤 실력이 부족해서 밴드 멤버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이식스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멀티레이블’ 실험이 낳은 팀이다. 이들이 소속된 스튜디오J는 원래 K팝 외의 장르를 다루는 JYP 산하 레이블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사내 4개 본부 중 하나로 운영되고 있다. 과거 밴드 활동을 했던 문호윤 본부장은 2015년 스튜디오 J 설립과 함께 데이식스를 내놓았다. JYP 출신인 한 기획사 관계자는 “JYP는 본부장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데 데이식스의 성공에는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봐 온 문 본부장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데이식스는 3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데뷔했다. 하루 14시간 연습하고 한 주에 100시간 이상 합주를 하며 실력을 쌓았고 자작곡이 아니면 데뷔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악기 연주와 작곡 공부를 병행하며 직접 곡을 쓰며 연주하는 밴드가 됐다.
방송 대신 라이브 활동... 전 멤버 작사, 작곡 실력 출중
팀을 대중에 알리는 방식은 JYP 소속 여타 K팝 그룹과 완전히 달랐다. 데뷔 초 방송 등을 통한 홍보를 거의 하지 않고 라이브 클럽 공연과 길거리 버스킹 등을 수없이 반복하며 무대 경험을 쌓도록 했다. 문 본부장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라이브 위주 활동 전략은 박진영의 결정이었다”면서 “라이브에서 인정을 받아야 진정한 밴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 돌이켜 보면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획형 밴드로 시작한 데이식스는 여타 K팝 그룹과 달리 모든 곡을 스스로 작사, 작곡하며 독자적인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멤버 전원이 노래를 할 뿐 아니라 작사, 작곡에도 능한데 데이식스의 대부분 곡을 작사한 영케이는 지난해 크게 히트한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를 비롯해 엔믹스, 에릭남, 갓세븐, 제로베이스원, 하현상 등의 곡을 쓰며 스타 작사가로 떠올랐다.
데이식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건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들이 휴지기에 들어갔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다. 원년 멤버였던 제이가 심리 불안 증세로 활동을 중단한 뒤 탈퇴했고 다른 멤버들은 하나둘 군입대 하면서 올 초 컴백까지 3년여 공백기를 보냈는데 그사이 데이식스의 곡들에 대한 입소문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가파른 역주행이 시작됐다. 특히 2018년 KBS '열린음악회', 2022년 군복무 시기 KBS '불후의 명곡' 출연 영상이 다시 화제가 되면서 500만 안팎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청춘에 보내는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
이들의 곡들이 인기를 끄는 건 또래 세대가 공감할 만한 주제를 친근한 선율로 전하기 때문이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예뻤어’ ‘웰컴 투 더 쇼’ ‘녹아내려요’ 등 히트곡 대부분은 청춘에 보내는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기승전결이 뚜렷한 멜로디로 풀어낸 곡들이다. 곡의 완성도가 높다 보니 최근 곡부터 예전 곡까지 다양한 곡이 인기를 끌면서 데이식스의 인기는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확산하고 있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데이식스는 K팝 팬과 일반인, 평론가를 모두 만족시키는 드문 밴드”라고 말했고,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들에 대해 “꾸준히 계속해서 좋은 곡을 만드는 건 정말 특출난 재능”이라고 평가했다.
데이식스는 밴드 지망생들에게도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밴드다. 데이식스 인기로 인해 악기에 입문하는 10대가 크게 늘고 악기를 가르치는 학원에서도 데이식스의 곡이 자주 쓰인다. 유튜브엔 데이식스의 곡을 카피하는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라라실용음악학원 관계자는 “수강생들이 학교 밴드부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밴드에서 데이식스의 곡을 자주 연주한다”며 “학원에서도 강사들이 수업 때 데이식스의 곡을 자료로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데이식스는 이달 열리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 공연에 이어 12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한다. 국내 밴드로는 처음이다. 한국 대중음악 밴드의 역사를 데이식스가 새로 쓰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 여사 사과' 요구에 버티는 용산... "의혹 인정하는 꼴, 당장은 안 돼" | 한국일보
- 솔비 "은지원 열애, 연인은 공개 어려운 사람"... 깜짝 발언 | 한국일보
- "일장기에 발 닦으세요"... 중국서 일본 초등생 피살 뒤 '반일 행사' 논란 | 한국일보
- 병마와의 싸움 완주 앞둔 '봉달이' 이봉주 | 한국일보
- '손해 보기 싫어서' 신민아 "결혼 로망? 아직 없어요" [인터뷰] | 한국일보
- 숙박비 아끼려고? 화장실 바닥에서 밤새운 중국 관광객들 | 한국일보
- '내년 1월 서울 공연하고 은퇴' 못박은 나훈아..."웃으며 이별노래 부르겠다" | 한국일보
- "격무 시켜놓고 감시까지 하냐?"... 청장 탄핵 얘기까지 나온 '흉흉한 경찰' | 한국일보
- 한국과 일본 '2030 세대'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상반된 이유 | 한국일보
- "이승엽 나가!" 두산 팬들이 '국민 타자'에 뿔난 이유는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