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9월부터 시작된 긴 협상이 드디어 마무리되었습니다.
폴란드 현지시간 7월 2일, 폴란드와 한국 간의 흑표전차 2차 사업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었죠.
이번 계약은 단일 계약으로는 거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는 폴란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구매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사력 증강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으며, NATO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예산을 방위비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갑 전력 강화에 진심인 폴란드가 이번에 약식 계약을 체결했고, 한국 정부에서 공석인 국방부 장관이 들어오면 7월 말이나 8월 초쯤 정식 계약을 추가로 체결할 예정입니다.
이번 계약 체결식에는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 육군 총사령관, 국방부 기계화부대 국장, 군수청장, 군수청 차장, 폴란드 방산업체인 PGZ사 CEO, 주폴란드 한국대사, 현대로템 대표이사, 현대로템 유럽본부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런 높은 급의 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것만 봐도 폴란드가 이번 계약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죠.
2026년부터 2031년까지, 탄탄한 납품 계획
10개월 가까이 딜레이되어 왔지만, 실행 계약은 곧바로 발효되었습니다.
2026년부터 2031년까지 2차 계약 물량을 모두 납품받아 배치할 계획입니다.

1차 사업이 완료되는 데 3년이 걸렸는데, 시간이 늘어난 이유는 기술 이전을 통해 현지에서 60대 이상의 신형 전차를 양산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MRO(정비, 수리, 정비) 정비에 대한 특별 조항입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기갑부대에서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자체 정비가 가능한 기술과 인프라를 공급해야 하며, 4단계 창정비에 필요한 기술도 책임지도록 확정되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막대한 유지보수 매출을 추가로 올릴 수 있게 될 것임을 의미하죠.
2027년까지는 현대로템에서 생산된 전차를 공급하지만, 2028년부터 2030년까지는 현지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K2PL, 즉 현지화 버전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올 하반기부터 폴란드로의 기술 이전이 시작되고 현지 공장 건설도 빠르게 추진될 예정입니다.
놀라운 생산 속도, 한 달에 9대 이상!
현재 폴란드는 총 133대의 흑표전차를 인도받았으며, 한 달에 9대 이상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1년에 100대 이상의 전차를 꾸준히 전투 배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죠.
이렇게 빠른 배송 덕분에 폴란드 제20기계화사단이 흑표전차로 완편되었으며, 현재는 제9기갑여단과 제15기계화여단까지 구형 전차에서 흑표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1차 사업을 마무리하지만, 2차 사업에 설정된 물량 중 30대를 넘겨 추가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현대로템이 연간 생산하고 있는 전차 물량을 크게 늘렸다고 합니다.
올해 100대 정도의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내년도 공급 물량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심 기술 이전의 백미, 한국형 능동방어시스템 KPS2
이번에 공개된 세부 사항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기술 이전 사항입니다.
강화된 장갑 기술 이전과 함께 능동방어시스템인 KPS2가 포함되었으며, 드론 방어 시스템에는 폴란드산 무장을 장착하는 것이 포함되었습니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에서 개발하고 있는 능동방어시스템 KPS2가 포함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는 K2GF 전차에 적용되었던 이스라엘 트로피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형 능동방어시스템의 성능이 자세히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개발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이며 폴란드가 성능 시험까지 검증한 것으로 보여 높은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폴란드가 단순히 기술 이전을 위해서 병사들의 목숨과 관련이 있는 핵심 기술인 능동방어시스템을 한국산으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현재 도입하고 있는 K2GF에는 이미 이스라엘 트로피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성능과 가성비, 여기에 기술 이전까지 제공되면서 한국산 능동방어시스템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의 핵심, EFP 대응탄 개발 성공
국과연과 현대로템은 2018년 흑표전차 수출 계약 성공 이후 APS 시스템을 개량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2010년대 초 개발한 국산 능동방어체계를 이스라엘이 개발한 트로피 시스템과 대등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개량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EFP(폭발성형관통자) 대응탄을 활용해 미사일과 로켓들을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방식과 파편을 이용해 표적을 절단해서 무력화시키는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연구했다는 것입니다.
아군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파편 제어 방식은 피해 범위를 벗어나면 파편이 급격히 감소하도록 개발했다고 합니다.
EFP 대응탄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독일 등 소수 국가에서만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분야입니다.
이 기술은 200분의 1초 동안 대응탄에서 발사된 메탈 제트가 다양한 방향에서 날아오는 작은 표적의 탄도를 정확히 직격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죠.
여기에 기존 메탈 제트를 만들어내는 대응탄이 구리와 탄탈륨으로 구성되어 소재가 비싸다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체 소재를 개발해 저렴하게 대량 양산이 가능하도록 신형 대응탄 생산 기술도 함께 확보했습니다.
유럽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 폴란드
폴란드가 한국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능동방어시스템을 양산해 흑표전차에 적용할 경우, 이스라엘 트로피가 독점했던 능동방어시스템 시장을 대한민국이 빠르게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폴란드가 보유한 기갑 장비는 적은 수준이지만, GDP의 5% 이상을 국방비에 꾸준히 투입할 계획이어서 막대한 양의 기갑 장비를 새로 도입할 예정입니다.
폴란드는 대한민국과 협력해 흑표전차 1000대를 도입하고 K9 자주포 680여 대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크랩 자주포 380여 대와 폴란드가 자체 개발한 보르수크 장갑차 600여 대 이상 도입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또한 한국과 레드백을 기반으로 한 중형 전투 장갑차와 차륜형 장갑차를 추가로 개발할 경우 총 3000~4000대 이상의 기갑 장비를 운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이 1000대를 도입하는 전체 사업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면서, 7월 22일 계약이 확정될 경우 나머지 3차, 4차 사업도 빠르게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주변 국가들이 흑표전차에 대해서 관심을 높이면서 폴란드가 생산하는 흑표 개량형을 추가로 수출할 경우 폴란드 방위 산업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서 핵심 부품 국산화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밝혔습니다.
대한민국으로서는 최대한 기술 이전을 제한하면서도 유럽 시장에 동반 진출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 폴란드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폴란드 현지 공장이 가동될 경우 1000대만 양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양국 간의 국방 협력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30년대 중반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K3 전차까지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한국의 방산업계에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