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전기차 화재'로부터 안전도시?

지하 주차장 구조와 전기차 및 설비 보급율 등 위험성으론 전국 상위권
그동안 화재 대응 경험과 훈련, 보완대책, 설비로 20분 내 대응체계 구축
소방본부 8월 22일 브리핑, 앞으로 신규 장비 구입과 훈련 계획, 제도 보완 등 밝혀
장거래 본부장이 8월 22일 영상(2019년 고운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을 통해 관창에 이은 질식 소화 덮개를 활용한 화재 진압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희택 기자.

전국 이슈인 '전기 자동차' 화재 발생에 대한 세종시의 대응 지수는 어느 수준에 있을까.

세종소방본부는 위험성 자체로는 전국 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지별 지하 주차장이 통으로 연결된 구조상 짧은 시간 광범위한 화재로 확산 위험을 안고 있어서다. 인천 청라지구 '전기차 화재' 피해는 바로 이 같은 특성에서 비롯했다.

장거래 소방본부장은 8월 22일 오전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문제 인식을 보여주는 한편, "그동안 실제 화재부터 사전 위기대응 훈련 경험을 토대로 진압 장비와 최근 보완 대책 등을 잘 갖춰왔다. 우려와 달리 앞으로 세종시에서 차량 화재로 인한 대형 피해 가능성은 낮다. 아파트 단지별 자체 소방설비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방본부가 경험한 최대 화재는 2020년 2생활권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외산 내연기관 자동차를 포함한 12대가 전·반소 및 부분 소실의 피해를 입었고, 재산 피해액만 1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전기차 화재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5건이고, 이중 2건이 지하 주차장에서 발화했는데 대부분 초기 진압으로 피해가 적었다. 이 기간 내연기관차 화재는 200건 안팎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소방본부도 이 같은 현주소에 따라 내연기관차에 대응도 강화한다. 천안 서북부에서 차량 세척용 '다마스 차량' 화재가 주변 차량 100대 소실 피해를 안긴 사례부터 2020년 세종시 2생활권 지하 주차장 12대 소실 화재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소방본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불안감은 쉬이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소방본부는 자동감지기 인식과 스프링쿨러 정상 작동을 전제로 3단계 진압 시스템을 설명하고 나섰다.

그동안 전기차 주요 화재 현황. 대부분 화재는 내연기관차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진=세종소방본부 제공.

▲전기차 화재 시 3단계 진압 방식은=전기차 하부 배터리팩으로 냉각 방수를 하는 상향식 관창(화재 확산 방지용 노즐) 설비(현재 12기 보유)로 1단계, 질식 소화 덮개(소방본부 16개 및 일부 아파트 보유)로 2단계, 이동 수조(6개)에서 마무리하는 3단계 진압 방식을 뜻한다.

소방본부는 10월 초까지 현재의 상향식 관창보다 더 효과가 좋은 상향식 드릴 관창 2기를 구입해 더 나은 진압 여건도 구축한다. 1기당 2000만 원인데, 말 그대로 배터리팩 안으로 구멍을 뚫어 냉각수를 주입함으로써 기존 상향식 관창보다 우수한 진압 효과를 보인다.

장 본부장은 "동네별 설치된 119안전센터가 지하 주차장 화재 대응의 키를 쥐고 있고, 그동안 현황 파악과 초기 진압 훈련을 충실히 해왔다. 20분 이내 화재 진압 시스템을 갖췄다"며 "오는 10월까지 세종시 전 단지에 걸쳐 추가 훈련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별 질식 소화 덮개 보유율 12.9% 불과, 개인이 활용 여부는 물음표=여기서 문제점이 하나 노출되고 있다. 1단계 장비를 빠르게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질식 소화 덮개 보유율이 12.9%에 불과한 현실이다.

1생활권 15개 단지와 2생활권 7개 단지, 3생활권 3개 단지, 4생활권 1개 단지, 조치원 1개 단지 모두 27개 단지에서만 위급 상황에서 질식 소화 덮개를 쓸 수 있다. 해밀동과 집현동, 면지역엔 아예 설치된 곳이 없었다.

단지별 수선 충당금으로 질식 소화 덮개를 구매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부터 외국 완성차 업체까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지원 노력도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이 문제를 입주민 부담으로 전가하려는 시도 때문이다. 단지별 안전관리자 등이 질식 소화 덮개를 화재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연습 과정도 중요한 숙제다.

이밖에 열화상 카메라를 보유한 단지가 고운동 2개, 새롬동 1개, 소담동 1개, 대평동 1개, 해밀동 1개에 그치고 있는 점도 생각해볼 대목으로 다가온다.

▲소방본부와 함께 세종시 대응은? 지상주차장으로 기기 이동은 난제=시는 소방본부와 함께 화재 대응의 초점을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 예방에 두기로 했다.

당장 오는 10월 말까지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 전수조사를 마무리하고, 이 기간 ▲자동 화재 탐지 설비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정상 작동 여부 ▲소방시설 유지관리 상태 ▲관련 법규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점검키로 했다.

민간 및 공공시설 조사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고, 충전구역과 충전시설에 대한 안전점검과 시설관리자 교육, 화재대응 훈련 등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지하에 대부분 설치된 충전 설비를 지상으로 옮기는 안은 난제로 다가오고 있다. 부산 등 일부 지자체가 소액의 지원금으로 유도하고 있으나 주민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으로 충전 설비는 가급적 지상화하도록 관련 허가 등의 절차를 안내하기로 했고, 공영주차장 등 시장이 직접 관리하는 공공시설 내 지하 충전기 31기는 즉시 이전을 검토 중이다.

시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통해 90% 이하로 충전된 전기차만 지하 주차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공동주택 충전시설 의무설치 기한도 당초 2025년 1월에서 추가 연장하는 내용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전기차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와 함께 기보급된 완속 충전시설을 전력선 통신(PLC) 모뎀이 장착된 화재 예방 기기로 교체해 줄 것도 정부에 건의안으로 보낸다.

시민 대상 안전 홍보는 제조사를 통한 특별점검 시행, 과충전·과방전 방지 차량관리 노하우 안내, 전기차의 안전 운행 행동요령, 시설관리자 대상의 자율적 시설 안전점검 강화 등으로 진행한다.

한편, 7월 말 기준 세종시 등록 전기자동차는 4903대로 전체 차량 대비 비중은 2.6% 수준이다. 충전 설비는 모두 4747기고, 충전기 보급률은 98%로 매우 높다. 충전 설비의 78%(3717기)가 공동주택에 위치했고, 이중 75.6%는 지하 1층 주차장, 13.5%는 지하 2층, 10.8%는 지상에 각각 설치됐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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