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육탄전? 채널A 수사검사 '무죄' 확정

대법원 "폭행 고의 증명 어렵고 피해 사실 증명도 부족"
당시 수사팀장 "한동훈, 적법한 공무집행 악의적 폭력으로 규정"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한동훈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2020년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정진웅 차장검사(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한동훈 법무부장관 독직폭행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30일 무죄를 확정했다. 앞서 1심은 독직폭행을 인정해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공보관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속칭 채널A 사건 주임검사인 피고인(정진웅 검사)이 당시 검사장으로 강요미수 범행의 피의자인 피해자(한동훈 검사장)의 범행 공모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했다며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독직폭행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상해사실도 증명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독직폭행은 검사나 경찰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해 피의자 등을 폭행하거나 가혹행위를 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앞서 채널A 수사팀은 2020년 7월29일, 이동재 채널A 기자 강요미수 범행에 당시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진웅 검사는 한동훈 검사장과 변호인의 전화 통화를 허용했는데,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하는 모습에 정 검사는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조작해 데이터 등을 삭제하려는 것으로 인식하고 휴대전화를 빼앗기 위해 한 검사장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는 정 검사가 수사관으로부터 한 검사장이 페이스 아이디(안면인식을 통한 잠금 해제 기능)를 사용하는 것 같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랑이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바닥에 넘어졌다. 정진웅 검사는 휴대전화를 빼앗기 위해 한 검사장을 밀어 눌러 소파 아래로 쓰러지게 한 뒤 사무실 바닥에 쓰러진 한 검사장의 위에서 손으로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 부위를 붙잡고, 어깨 등으로 한 검사장의 얼굴을 눌렀다. 이후 한 검사장은 전치 3주 상해진단서를 발급받고 정 검사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독직폭행)으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신체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해자가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의도치 않게 중심을 잃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 검사에게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1부는 “피해자의 상해 및 피고인의 독직폭행에 관한 고의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독직폭행의 고의와 상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 상고를 기각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입장문을 내고 “한동훈 전 검사장이 수사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해 적법한 공무집행 행위를 악의적인 권력의 폭력인 것처럼 규정했다”고 비판하며 “기소에 관여한 법무부검찰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정진웅 검사와 국민께 사과해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당시 언론은 '한동훈과 육탄전'(연합뉴스), '검사 육탄전'(동아일보), '서울법대 동문의 육탄전'(조선일보) 등으로 사건을 묘사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납득하기 어려우나, 대법원 판결인만큼 존중한다”는 개인 입장을 냈다. 한 장관은 “다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에서도 '당시 직무 집행이 정당했다고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으므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성찰하는 것이 정상적인 공직자의 자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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