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잘못 먹으면 오히려 독 된다

초여름 더위에 입맛이 떨어지면 시원하고 아삭한 나물을 찾게 된다. 도라지무침도 그중 하나다. 도라지는 쓴맛이 강하고 기관지에 좋은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라지가 장에는 안 좋을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도라지는 본래 약용 식물이다. 진통, 진정, 면역력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어 오래전부터 민간요법으로 쓰여왔다. 그러나 반찬으로 자주 접하는 도라지무침은 재료만 같을 뿐 조리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 숨겨진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소화기관에 부담... 섬유질과 사포닌

도라지는 단단한 섬유질 구조로 되어 있다. 소화 기능이 좋은 사람에게는 장운동을 돕고 포만감을 줘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지만,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겐 이야기가 다르다. 고령층, 어린이, 과민성 장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이런 단단한 섬유질이 발효 과정에서 가스를 유발하거나 장내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는 장 속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도라지에는 ‘사포닌’이라는 성분도 많이 들어 있다. 면역력 강화와 항염 효과가 뛰어나지만, 위장 점막을 민감하게 만들 수도 있다. 생도라지를 덜 절이거나, 무침으로 바로 먹으면 사포닌이 장까지 도달해 장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사포닌은 간 보호나 항암 효과가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사포닌의 과잉 섭취는 오히려 소화기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무심코 넣는 소금·설탕… 장내 환경 해친다

도라지무침은 대부분 소금과 설탕, 마늘, 고춧가루 등으로 간을 한다. 이때 사용되는 염분과 당분이 문제다. 소금을 과도하게 많이 넣으면 장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설탕 역시 장내 유해균의 먹잇감이 되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린다. 장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최악의 조합이다.
실제로 장내 환경이 나빠지면 전신 염증이 유발되고, 면역 기능도 저하된다. 2021년 하버드대·MIT 공동 연구에 따르면, 장내 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늘어난 상태에서는 만성 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기대수명도 단축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침보다 찜이나 볶음

도라지의 껍질을 벗기고 쓴맛을 빼는 절임 과정을 충분히 거친 뒤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무침보다는 볶음처럼 열을 가해 부드럽게 만든 형태가 더 낫다. 혹은 꿀과 조합해 도라지 꿀 조림이나 도라지 배 꿀 찜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조리하면 사포닌 자극도 줄고, 섬유질도 연해져 소화 부담이 덜하다.
양념도 바꿔야 한다. 설탕과 소금 대신 플레인 요구르트나 매실액, 들깻가루 등을 이용해 양념하면 당 걱정을 덜어낼 수 있다. 조미료를 줄이고 천연 재료 위주로 양념을 구성하면 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또한 도라지를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습관도 피해야 한다. 지방이 많은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장내 발효가 심해지고, 장 문제를 유발할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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