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국내 첫 현대식 자동차공장 상징성… 역사 조명, 지자체 관심을
60년 역사 잠든 한국지엠 부평2공장 - 한국자동차산업 시작점 중요
일제부터 현재까지 아우르는 공간
예전 자료 뿔뿔이 흩어진 건 문제
완성차 등 박물관 운영 조건 충분
한국지엠 인천 부평2공장 아카이브 사업은 인천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조명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부평을 한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인천시와 부평구 등 관련 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평2공장 역사는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1937년 현재 부평2공장 부지를 사들여 군용차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했다. 1939년 자동차 부품 공장이 먼저 들어선 이후 완성차 공장 건설에 나섰지만, 1945년 일제 패망으로 완공되지 못했다.
10년 넘게 방치돼 있던 부평2공장 일대는 1962년 국내 최초의 현대식 완성차 생산 공장으로 재탄생한다. 재일교포 박노정이 부평공장 부지에 '새나라자동차'를 설립하고 일본 닛산자동차로부터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완성차로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신진자동차가 공장을 인수한 뒤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지엠코리아를 세웠다가, GM이 지엠코리아 지분을 팔면서 1979년에는 새한자동차로 사명이 바뀐다.
부평2공장의 전성기는 1980~90년대 대우자동차 시기다. 소형차부터 대형 세단까지 다양한 차종이 이곳에서 생산되면서 부평지역 역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99년 대우자동차의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부도를 맞고 새 주인으로 GM이 복귀하면서 위상도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부평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었고, '인천 기업'으로 여겨졌던 대우자동차 대신 '외국 기업' 한국지엠이라는 인식만 남았다.
주인이 숱하게 바뀌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인천의 자동차산업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은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 자동차산업에서 인천과 부평은 중요한 지역"이라며 "BMW와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자사의 기술력과 역사를 보존해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한국의 산업화 초기였던 1960년대부터 자동차를 생산한 부평2공장의 역사는 해외와 비교하면 가치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인천의 자동차산업을 조명하기 위해 필요한 기록과 자료 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게 한국지엠 노조와 자동차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완성차 업계는 창립 이래 생산·개발해온 차량과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헤리티지' 개념을 앞세워 회사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헤리티지 콘셉트를 강조하려면 그동안 개발했던 연구개발용 테스트카와 콘셉트카(신차 출시를 앞두고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이 도입된 전시용 차량), 엔진 등을 잘 보존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전신 기업에서 생산된 차량들은 뿔뿔이 흩어져 소재 파악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직 대우자동차판매 임직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비영리단체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의 김동영 자문연구원은 "대우차는 군산공장에 홍보관을 설립하고 연구개발 차량과 콘셉트카를 전시했는데, GM이 2018년 군산공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해당 차량들도 국내 곳곳으로 흩어지거나 해외로 넘어간 사례가 다수"라며 "현재 대우그룹과 관련이 있는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에 10여대의 차량이 보관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부평2공장의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자치단체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완성차 기업이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동차박물관이 없고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례가 전부인데, 인천이 한국의 자동차 역사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김필수 교수는 "자동차 선진국들은 국립자동차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국립은 고사하고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곳도 없다"며 "인천과 부평의 현대사는 자동차산업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인천시와 부평구 등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두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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