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부린 거 같네!"…고가 아파트에 유행이라는 신기한 창문
[땅집고]“요즘 비싼 아파트마다 거실창을 이걸로 바꾸는 게 유행이라던데…. 버튼 하나만 누르면 거실창이 투명하게도, 불투명하게도 바뀌니 완전 요물이 따로 없네요!”
최근 ‘고가아파트 거실마다 설치한다는 유리창’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글에 첨부된 2장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사진은 거실창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서울에서 고가 아파트 반열에 오른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내부에서 찍은 것이다. 1장은 멋진 한강뷰가 내려다보이는 모습인데, 다른 1장의 사진에는 투명했던 거실 유리창이 순식간에 뿌옇게 변해 시야가 전부 차단되는 장면이 담겼다.
이 아파트 거실창에 설치된 유리는 바로 ‘매직 글라스’(Magic Glass). 리모콘이나 버튼을 누르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투명했던 유리창을 불투명하게 전환할 수 있어, 이름처럼 ‘마법’ 같은 유리 자재다.
대체 원리가 뭘까. 특수하게 제작한 고분자 분산형 액정 판인 PDLC(Ploymer Dispersed Liquid Crystal)를 유리에 결합해 활용하는 것이다. 이 PDLC 필름이 삽입된 유리에 전류가 흐르면 액정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면서 빛이 직진해 유리판이 투명해진다. 반면 전류가 흐르지 않을 때는 액정 분자가 혼재돼 빛이 통과하는 길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유리가 불투명하게 보이게 된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들은 앞서 ‘트리마제’처럼 서울 한강변 입지거나, 인근에 바다·숲·공원 등을 끼고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마다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매직 글라스를 시공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전한다. 시공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두 개의 유리판 사이에 PDLC 필름을 끼운 접합유리 형태의 ‘글라스 방식’과, 기존 유리에 PDLC 필름을 붙이는 ‘필름 방식’이다.
거실창을 매직 글라스로 교체하는 경우 조망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가 난다. 거실창을 통유리로 시공한 아파트의 경우, 입주해 살다보면 햇빛 차단이나 사생활 보호 때문에 창문에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따로 설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통창을 설치하고도 커튼·블라인드가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조망권을 다 확보하지 못하거나, 집이 다소 답답하고 좁아보이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일반 유리로 된 거실창을 매직 글라스로 바꾸면 유리창 면적 만큼의 시야를 전부 확보할 수 있으면서, 바깥 시선이나 햇빛을 모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편리하다. 또 동 간 간격이 좁은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이 같은 매직 글라스 시공에 특히 만족할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일반 유리에 비해 비싸다는 것. 일반 유리창 단가가 1㎡당 7만~8만원 정도인데, 같은 면적의 매직 글라스라면 글라스 시공 기준 75만원, 필름 시공 기준으로는 35만~40만원 정도를 들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용 84㎡(34평) 아파트 거실창 전체를 매직 글라스로 바꾸려면 예산이 350만원 가량 필요하다.
비용이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매직 글라스 활용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기업 사옥마다 대표실이나 접견실 등 내부 보호가 필요한 공간에 매직 글라스를 설치하거나, 사무실에선 무겁고 부피가 큰 파티션 대신 매직 글라스로 각 업무 공간을 분리하는 등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호텔에선 침실과 화장실을 구획하는 유리벽에 매직 글라스를 적용하기도 한다.
김재호 PDLC코리아 대표는 “3~4년 전 까지만 해도 PDLC 필름을 다루는 기업이 많이 없어 단가가 ㎡당 120만원 정도로 비쌌는데, 현재 이 금액이 75만원 정도로 낮아지면서 고층아파트나 전원주택 등 조망권 확보가 사생활 보호가 중요한 일반 가정집에서도 매직 글라스를 많이 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유리지만 배선을 연결해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이다보니 주변 환경 습도에 따라 시공법을 달리해야 한다”며 “단열이 잘 되는 거실창이나 건조한 사무실 등은 필름 시공이 가능하지만, 직접적으로 물이 닿는 욕실 등에선 필름이 변이될 우려가 있어 반드시 글라스 시공을 해야 한다”고 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