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전통, 현대적 감각, 예술에 대한 존중. 토즈는 제품을 통해 시간이 빚어낸 가치를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대, 토즈는 여전히 느리지만 강렬한 방식으로 진정한 럭셔리를 정의하고 있다.

정교한 기술과 고요한 품격. 이는 토즈(TOD’S)를 설명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정확한 표현이다.
토즈는 이탈리아 수제화 전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로, 단순한 럭셔리를 넘어 ‘살아 숨 쉬는 장인정신’을 지향한다.
제품 하나하나에 장인의 손길과 정서가 깃든 이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여정을 거쳐 오늘날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로 자리매김했을까?
가죽공방에서 시작된 수제화의 전설
토즈의 시작은 작지만 단단했다. 1920년대 초, 창립자인 필리포 델라 발레(Filippo Della Valle)는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Marche) 지역에 구두 수선과 수제화 제작을 하는 공방을 열었다. 고품질 가죽과 섬세한 마감으로 기술에 정성을 더한 그의 신발은 입소문을 타며 이내 귀족들과 상류층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아갔다.
이후 전 세계 럭셔리 시장에 서 토즈를 상징하는 ‘조용한 사치(Quiet Luxury)’라는 키워드를 만든 주인공은 필리포의 손자 디에고 델라 발레(Diego Della Valle)였다.
1970년대에 가업을 물려받은 그는 가죽공방을 현대식 공장으로 전환했고, J.P. Tod’s라는 브랜드명을 처음 사용하며 럭셔리 슈즈 브랜드로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럭셔리란 시간이 들고, 기술이 축적되며, 철학이 깃들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모든 제품을 이탈리아 현지에서 제작했다. 가죽 선별부터 바느질, 마감까지 수십 단계의 정교한 공정을 거치는 토즈 제품은 마치 건축물처럼 높은 완성도를 지닌다.
토즈가 단순히 아름답고 비싼 제품이 아닌 ‘명품’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러한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시간의 밀도가 제품에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행을 좇지 않으며, 기능성과 디자인의 균형을 중심에 두고 세대를 초월하는 우아함을 완성한다.

살아 있는 유산, 고미노와 디아이 백
고미노(Gommino) 슈즈는 토즈를 설명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1979년 출시된 이 슈즈는 1950년대 드라이빙 슈즈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되었고, 133개의 고무 페블이 박힌 독특한 아웃솔 구조는 토즈만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이 로퍼는 약 35개 가죽 조각을 100단계 이상의 수작업 과정을 거쳐 만들며, 사용되는 가죽은 전 세계 최상급 무두질 공장에서 선별된다.
모든 제작 공정은 토즈 공방의 숙련된 장인들이 수행하며, 손으로 직접 품질을 검수하고 마감한다. 이에 더해 놀라울 만큼 부드러운 착화감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이탈리아 정통 럭셔리 슈즈의 상징이 되었다.
오늘날 고미노는 고전적인 모델 외에도 시티 고미노(City Gommino), 고미노 버블(Gommino Bubble) 등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또 고객 맞춤 제작 서비스 ‘마이 고미노(My Gommino)’를 통해 단 하나뿐인 로퍼를 만들 수도 있다. 고미노는 브랜드의 철학, 장인의 손길, 이탈리아의 라이프스타일이 응축된 유산이다.

또 다른 아이콘은 1990년대에 처음 공개된 디아이 백(Di Bag)이다.
토즈 특유의 정제되고 절제된 고급스러움, 견고함과 우아함, 실용성이 완벽히 반영된 이 백은 영국의 다이애나 왕비(Princess Diana of Wales)와 케이트 미들턴(Kate Middleton), 모나코의 캐롤라인 공주(Princess Caroline of Monaco)와 샬롯 카시라기(Charlotte Casiraghi),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등 수많은 왕족과 셀러브리티들의 선택을 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디아이 백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기품 있는 삶의 상징으로 인정받으며 토즈의 진정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대 들어 디아이 백은 더욱 젠더리스하고 모던한 구조로 재해석되었으며, ‘마이 디아이 백(My Di Bag)’ 퍼스널라이징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담은 단 하나의 백을 제작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다양한 컬러 팔레트, 핸드 페인팅 마감, 아몬드 모양의 핸들 등 모든 요소가 정제된 우아함을 반영하는 디아이 백은 장인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며 ‘실용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유산으로 정착했다.
브랜드를 넘어 문화의 수호자가 되다
토즈는 ‘명품은 문화를 후원할 의무가 있다’는 신념 아래, 수십 년간 예술과 문화유산 보호에 앞장서왔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나 마케팅 차원을 넘어 이탈리아 정신을 지켜내기 위한 진정성 있는 철학의 실천이다.
2010년, 디에고 델라 발레 회장은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 복원 비용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1년부터 약 2500만 유로(325억원 규모)를 투입해 고고학자, 건축가, 디자이너 등과 함께 복원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특히 고압 세정제가 아닌 순수한 수분 방식으로 벽면을 청소하고, 고대 로마의 흔적을 손상 없이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복원 작업은 단순히 물리적 구조물을 보수하는 게 아니라, 이탈리아가 품고 있는 유산을 후손에게 전하는 역사적 프로젝트였다.
토즈는 전통 유산 복원뿐 아니라 밀라노 현대미술관(PAC)을 후원하며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전시에 기회를 제공하고, 밀라노 스칼라 극장 재단의 지속적인 파트너로서 고전음악과 오페라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 밀라노 하우스 박물관 ‘빌라 네키 캄필리오’를 후원하며 20세기 이탈리아 주택 문화유산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이는 토즈가 단지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문화적 책임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문화 수호자’로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가능성과 세대 계승
토즈는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보테가 데이 메스티에리(Bottega dei Mestieri)’ 프로그램은 젊은 인재들이 실제 공방에서 장인의 기술을 배우고 함께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이는 기술의 세대 단절을 막고, ‘손의 기억’을 다음 세대로 이식하는 장치다.
‘토즈 아카데미(Tod’s Academy)’에서는 실제 장인들과 학생이 함께 디자인하고 제작하며 기술을 계승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본질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토즈는 광고 캠페인 ‘이탈리안 다이어리(Italian Diaries)’를 통해 젊은 글로벌 세대와 만나는 접점을 넓히고 있다.
토즈의 아이코닉한 고미노 슈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캠페인은 배우 엘라 블루 트라볼타(Ella Bleu Travolta), 레논 갤러거(Lennon Gallagher) 등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진행했으며, 토즈의 클래식한 DNA가 어떻게 세대와 시대를 초월해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브랜드 그룹으로의 진화
한 켤레의 슈즈로 시작된 여정은 이제 어엿한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한다.
토즈는 장인정신이 깃든 고미노 드라이빙 슈즈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이후, 시대 흐름에 맞춰 브랜드의 경계를 넓혀왔다.
단순한 슈즈 브랜드를 넘어 가방, 의류,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헤리티지와 모던함이 공존하는 토털 럭셔리 브랜드로의 도약은 자연스러운 진화였다.
섬세한 가죽공예 기술과 절제된 우아함은 카프스킨 재킷, 디아이 백, 최근의 웨어러블한 레디 투 웨어 컬렉션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며 ‘토즈다움’이라는 새로운 스타일 코드를 구축했다.
브랜드가 품은 고유의 가치와 현대적 감각은 이제 발끝을 넘어 삶의 모든 순간에 스며든다.

토즈는 단일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오늘날은 페이(Fay), 호간(Hogan),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등 다양한 브랜드를 아우르는 복수 브랜드 하우스로 성장했다.
2000년에는 밀라노 증권거래소 상장이라는 이정표를 세우며 기업가치 약 12억 유로를 기록했고, 그 후에도 글로벌 리테일망 확대와 고부가가치 제품 전략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갔다.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브랜드 가치를 유지했던 토즈는 최근 디지털전환과 트렌디한 브랜드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팜 엔젤스(Palm Angels), 람보르기니(Lamborghini), 미스터 포터(Mr. Porter) 등과 협업해 젊은 소비자층과 접점을 넓히고, 2024년에는 LVMH 산하 사모투자펀드 앨 캐터튼(L Catterton)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비상장 전환을 추진하며 새로운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앨 캐터튼은 토즈 지분 36%를 확보하며 공개매수를 진행했고, 델라발레 가문은 경영권을 유지한 채 거래에 동참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가족경영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자본의 유연성을 더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로 평가받았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토즈의 경영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며,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창의성과 유산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앨 캐터튼은 글로벌 확장과 마케팅 강화, 수익성 제고를 목표로 장기적인 투자전략을 예고했다. 이에 토즈는 미국 등 해외시장 공략과 동시에 브랜드 리노베이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조용한 럭셔리의 아이콘으로서 토즈의 다음 챕터는 이제 더 넓은 무대 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정수를 구현하는 토즈는 지금도 전 제품을 100% 이탈리아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또 100단계가 넘는 공정을 거쳐 ‘제대로 만든 제품’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토즈의 장인정신은 고급스러움을 과시하는 대신 조용한 디테일로 말한다. 이 조용한 사치야말로, 오늘날 글로벌 럭셔리 시장이 다시 주목하는 본질 그 자체다. 토즈는 이제 그저 고급 브랜드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선택하는 이들의 상징이자, 시대를 초월하는 우아함을 지닌 문화 아이콘으로 존재한다.
정소나 기자
Copyright © 포브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