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차남 허희수, ‘쉐이크쉑' 이어 '치폴레' 승부수…독립경영 분수령

SPC그룹 계열사 빅바이트컴퍼니는 한국과 싱가포르 내 ‘치폴레’ 독점 운영권을 확보하고 2026년 서울과 싱가포르에 1호점을 열 계획이다. /사진=치폴레 공식 SNS 갈무리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글로벌 멕시칸 브랜드 ‘치폴레’를 국내에 들여오며 세 번째 승부수를 던졌다. 2016년 ‘쉐이크쉑’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지만 2020년 유치한 ‘에그슬럿’이 4년 만에 철수하면서 외식 부문에서 입지 강화가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산재 사고로 기업 이미지가 흔들린 상황에서 치폴레를 포함한 외식 사업의 성패는 허 부사장의 독립 경영 가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SPC그룹에 따르면 외식 계열사 빅바이트컴퍼니는 최근 치폴레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한국과 싱가포르 독점 운영권을 확보했다. 2026년 서울과 싱가포르에 각각 1호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빅바이트컴퍼니는 2023년 파리크라상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된 법인으로 현재 '쉐이크쉑, '잠바' 사업을 운영하며 SPC 외식 부문 확장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치폴레는 1993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출발한 프리미엄 멕시칸 푸드 브랜드다. 부리토, 타코, 볼, 샐러드, 케사디야 등을 판매하며 소비자가 주재료와 토핑을 직접 고르는 ‘커스터마이징’ 방식이 특징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유럽, 중동 등에 약 38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스캇 보트라이트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는 “치폴레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식품·외식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SPC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과 싱가포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폴레 도입은 허 부사장이 과거 실패를 만회하고 외식 사업에서 성과를 입증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승부수로 평가된다. 그는 쉐이크쉑을 안착시킨 공로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은 경쟁 심화 속에 부진을 면치 못하며 4년 만에 철수했다. 이후 허 부사장은 새 브랜드 유치보다는 기존 외식 사업의 리브랜딩과 운영 효율화에 주력해왔다.

허 부사장이 치폴레를 선택한 배경에는 멕시칸 음식의 성장 잠재력이 자리한다. 한때 생소했던 멕시칸 음식은 팬데믹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대중성을 확보했고 타코·부리토 전문 소형 매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넓혀왔다. 최근 타코벨은 한국 사업권을 확보한 KFC코리아가 강남점을 새롭게 열었고 '쿠차라' 역시 전국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이외에도 '온더보더', '갓잇', '카사데타코', '라까예' 등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소와 단백질을 조화롭게 구성할 수 있는 멕시칸 음식의 특성이 건강식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치폴레는 미국에서도 프리미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어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 CEO(오른쪽)와 허 부사장이 한국 및 싱가포르의 치폴레 사업 운영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SPC그룹 제공

치폴레의 성패는 허 부사장이 독립 경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그룹은 장남 허진수 사장이 제빵 부문(파리크라상·SPC삼립), 차남 허 부사장이 외식·IT 부문(비알코리아·섹터나인)을 맡아 사실상 분리 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SPC가 장자 승계를 고수하지 않고 사업이 구분돼 있는 만큼 독립 경영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꾸준히 나왔다.

특히 국내 사업이 위기를 맞은 회사 상황은 오히려 허 부사장에게 입지를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 SPC그룹은 5월 시화공장 산재 사망 사고로 국내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고 이 여파로 제빵 부문의 성장 모멘텀도 둔화됐다. 이 가운데 외식 부문이 치폴레로 성과를 낸다면 허 부사장이 그룹 내 존재감을 높이고 독립 경영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알짜 사업인 쉐이크쉑을 허 부사장에게 맡겼을 때도 외식 부문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며 “사실상 그룹이 제빵과 외식으로 나뉘는 상황에서 치폴레를 국내와 해외 시장에 안착시킨다면 그의 입지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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