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복숭아가 나는 곳

새콤달콤 복숭아가 명물, 경북 영천 금호농협
금호농협 김천덕 조합장. /더비비드

상큼한 피치(peach) 향은 여름 향수로 인기다. 아무리 비싼 향수라도 ‘진짜 복숭아향’은 따라갈 수 없다. 경상북도 복숭아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경북 영천시의 금호농협을 찾았다. 금호농협 산지유통센터(APC)는 제철 맞은 복숭아를 선별하고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선별장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복숭아 향기가 전신을 휘감는 듯했다. 금호농협 김천덕(67) 조합장을 만나 영천 복숭아의 매력을 들었다.

◇햇빛·별빛 고루 받고 자란 영천 복숭아

연간 4195t의 복숭아가 금호농협 APC를 거쳐 나간다. /더비비드

경북 영천시는 예부터 하늘이 맑고 별이 잘 보인다고 해 ‘별빛촌’이라고 불렸다.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에서는 매년 별빛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서북쪽에는 팔공산 국립공원이 자리하고 있고, 금호강은 남북으로 가지를 치며 흐르고 있다.

영천시의 또 다른 별명은 ‘과일 도시’다. 대표적인 과일은 ‘복숭아’다. 영천시 복숭아 재배 면적은 약 1764만㎡로, 여의도 6배가 넘는 규모다. 그 외에 자두·포도·사과·마늘·깻잎 등 다양한 농산물로도 유명하다. 연 평균 강수량이 1022㎜로 전국 평균(1245㎜)보다 적고 일조량이 풍부해 과일의 당도가 높다. 토양도 배수가 잘되는 사양토·사질 양토로 과수 재배에 유리하다.

◇복숭아 껍질째 먹어야 하는 이유

복숭아 선별·포장 작업이 한창인 금호농협 APC. /더비비드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금호농협을 찾았다. 입구에서부터 ‘스타 복숭아’라는 플래카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타 복숭아는 영천시의 고유 복숭아 브랜드명이다. 금호농협은 4300여명의 조합원 중 절반 이상인 2500여명이 과일 농사를 짓고 있을 만큼 ‘과일’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품목인 복숭아·포도의 연 출하량이 각각 7342t, 4077t에 달한다.

복숭아 품종은 480개가 넘는다. 크게는 표면에 털이 있는지에 따라 유모(有毛), 무모(無毛)로 나뉜다. 수확 시기에 따라 조생종·중생종·만생종으로도 나눌 수 있다. 6월부터 9월까지 맛있는 복숭아를 맛볼 수 있는 이유다. 김 조합장은 “20년 전만 해도 40여 종 정도였는데 10배 넘게 늘어 주요 품종이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조생종인 신비복숭아. 무모종으로 표면에 털이 없고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더비비드

영천시에서는 한 농가마다 평균 1만㎡ 이상의 규모로 복숭아를 재배한다. 같은 품종으로만 재배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 조합장은 “적어도 4~5개, 보통 10개 정도 품종을 나눠서 재배해 복숭아를 조생종·중생종·만생종을 차례로 출하한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관리하고 수확하는 등의 일을 시기별로 나눌 수 있어 효율적이다. 어느 한 품종의 가격이 낮게 책정되더라도 다른 품종에서 그 가격을 보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8월 중순부터는 유명, 레드골드, 판타지아 등 만생종을 본격적으로 출하한다. 김 조합장은 “시장에선 품종보다 ‘무게’를 보고 복숭아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크기라도 묵직한 복숭아가 수분 함량이나 당도가 높고 과육이 풍부하다”고 귀띔했다.

커다란 로봇팔이 복숭아 상자를 한꺼번에 들어 올리는 모습. /더비비드

복숭아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폴리페놀, 베타카로틴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고 복숭아 특유의 향도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레르기에 민감하거나 껍질에 있는 털이 식감을 해친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금호농협 APC에서 먼지 집적기로 유모형 복숭아의 털을 최대한 털어내는 작업을 하는 이유다.

금호농협 APC는 흡사 커다란 공장 같았다. 커다란 로봇팔이 갓 입고된 복숭아 상자를 들어 올려 선별장에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었다.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과일도 소포장이 대세가 됐다. 김 조합장은 “추가 포장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2입, 4입 등 낱개 포장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성출하기에는 최대 150명의 인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금호농협 APC는 2024년 농산물 마케팅대상 산지유통조직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농민을 위한 공부방

2025년 2월에 열린 복숭아 영농교육 현장. 새로운 농법이나 병해충 예방법 등을 들으러 온 농민으로 강의장이 가득 찼다. /금호농협

금호농협은 농협경제지주가 선정한 ‘2024 농업경제사업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2024년 기준 사업 현황을 보면 전국 농협 평균 경제 사업 실적이 434억원인데 반해 금호농협은 862억원으로 2배 수준이다. 홈쇼핑, 학교 급식 등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확보해 유통 경로를 다변화하고,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초과 공급량은 홍콩·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등 전략적인 경영을 한 덕분이다.

매년 7회 이상 열리는 금호농협의 영농교육은 경북 포항·경산 등 인근 지역 농민들도 찾아올 정도로 수요가 높다. 매회 참석자 수는 500명에 육박한다. 김 조합장은 “농가 소득 증대의 출발점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위한 영농교육에 있다”며 “시기별 열매 잘 맺는 법, 병충해 예방법, 당도 올리는 법 등의 주제로 책자까지 만들어 교육한다”고 자랑했다.

금호농협은 농협경제지주가 선정한 ‘2024 농업경제사업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더비비드

2022년부터는 판매사업 활성화를 위한 경매사 간담회도 열고 있다. 2025년 6월 5일에 열린 간담회에는 전국 경매사 22명과 작목반원, 출하자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소비처 시장 정보와 시장 현황, 각 공판장의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농촌의 가장 큰 화두는 고령화와 인력난이다. 금호농협 역시 이를 위한 대책을 몇 단계에 걸쳐 수립하고 있다. 2026년부터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운영하고,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한 기숙사를 건립할 계획도 세웠다. 김 조합장은 “75세 이상 조합원의 청과물 운송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영농자재 보관함을 운영하는 등 농민들의 편의를 고려한 정책을 도입·시행하고 있다”며 “농민에게 믿음을 주는 농협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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