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의 화장품 용기 및 포장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연우'가 K뷰티 인디브랜드의 글로벌 확산에 힘입어 2022년 인수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해외 시장에서 올리고 있는 연우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시장 성장세에 따른 수혜를 받고 있다. 이같은 연우의 성과는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시장에서 한국콜마의 경쟁력을 높이고 코스맥스와의 매출 경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우의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은 전년대비 16.5% 증가한 274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2억원에서 9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집중하고 내부 체질 개선을 추진한 전략의 성과로 분석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K뷰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며 고객사가 증가해 연우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1994년 설립된 연우는 화장품 용기제조 전문 업체로 2022년 7월 한국콜마가 약 2864억원에 지분 55%를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2024년 1월 잔여 지분을 추가 확보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러나 인수 이후 연우의 매출은 주요 고객사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중국 사업 부진의 영향을 받아 2022년과 2023년 매출이 각각 2347억원, 2359억원에 그쳤다. 이는 2021년 매출(2987억 원)보다 감소한 수치해 아쉬운 성과를 보였다.
최근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면서 연우의 외형도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인디 브랜드들은 독창성과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해 포장재를 중요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연우와 같은 화장품 용기 전문 업체 역할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화장품 포장 시장은 2024년 553억8000만달러(79조3041억원)에서 2032년 799억9000만달러(114조5456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펌프형 용기와 튜브형 용기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사의 다품종 소량생산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포장은 단순히 제품을 담는 용기를 넘어 브랜드 가치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K뷰티가 화장품 용기 업체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연우의 해외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K뷰티 인기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글로벌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아마존 내 K뷰티 브랜드 매출은 5934억원으로 연평균 118%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열풍에 힘입어 연우는 지난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동기대비 69% 증가한 41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20년 상반기 매출(288억원)과 비교해 빠른 성장세다.
연우의 성장이 한국콜마가 코스맥스와의 화장품 ODM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K인디브랜드의 약진으로 양사는 함께 성장하고 있지만 화장품 부문 매출에서는 코스맥스가 앞서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콜마의 연결 매출은 6265억원으로 코스맥스(5298억원)를 웃돌았으나, 비화장품 부문(HK이노엔)을 제외한 화장품 매출은 4005억원으로 코스맥스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패키징 분야에서는 한국콜마가 코스맥스를 앞서고 있다. 코스맥스의 화장품 용기 자회사 ‘코스맥스네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성장했지만, 이는 연우(2135억원) 매출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