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국 대학병원 산과 전문의 4명 중 3명은 의정 갈등 이후 사직 고려

오경묵 기자 2024. 10. 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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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산부인과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고위험 산모와 태아의 진료를 담당하는 전국 대학병원 산과(産科) 전문의 가운데 4명 중 3명은 지난 2월 의정 갈등 이후 사직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3일 나타났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지난달 전국 대학 병원 산과 전문의 11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의정 사태로 사직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76%가 ‘그렇다’고 답했다. 17%는 실제 사직서를 쓰거나, 옮겨갈 병원을 알아봤다고 했다. “그만두고 싶어도 산모가 불쌍해서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필수 의료의 한 축인 이들이 사직을 고민하는 것은 전공의 이탈 이후 근무 환경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대다수 대학 병원은 산과 담당 교수가 1~2명뿐이다. 설문 응답자 가운데 62%는 한 달 당직 횟수가 6~10회라고 답했다. 한 달에 20일 이상 당직을 담당한다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많게는 이틀에 한 번꼴로 병원에서 밤을 새우며 환자를 진료한다는 뜻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당직 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응답자 가운데 불과 16%만 “당직 후 공식적으로 주간 휴무가 있다”고 했다. 한 산과 교수는 “수술실에서 (산모) 자궁만 간신히 닫고, 곧장 분만실로 뛰어가 (다른 산모의) 아기를 받고, 다시 수술을 해야 한다”며 “몸은 하나인데 이 모든 걸 혼자서 해야 한다”고 했다.

극심한 업무량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은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했다. 신체적·정신적 건강 악화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는 이들도 각각 18%, 14%였다. 의사들이 병원 진료를 받으며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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