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2억 올려달래요... 두 바퀴 돈 전셋값, 따블로 상승
전세 증발하는 서울… 전세수급지수·전세가격도 악화 일변도
서울에 전세가 없습니다. 헬리오시티 전세도 8월 말(29일) 기준 479개 밖에 안됩니다. 헬리오시티가 전체 9,510세대 규모 매머드급 대단지니까, 집 20개 중에 딱 하나만 전세 세입자를 찾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그렇게 큰일인가?” 싶다면 감소세를 확인하면 실감이 되실겁니다. 연초만 해도 900여 개에 가까웠던 매물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래도 헬리오시티는 회전률 높은 인기단지라서 매물이 좀 있는 편입니다.
신천동 파크리오는 같은 날 기준 전세매물이 단 72개입니다. 세대수가 6,864세대니까 100채 중에 딱 1채 전세로 나온 겁니다. 고덕동 대장주 고덕그라시움도 44개 밖에 안됩니다. 감소세는 더 심합니다. 연초 대비 1/4 수준으로 급감했죠.
서울 동부만의 특이현상도 아닙니다. 연초 기준 3만 5천개에 가깝던 서울 전세 매물은 2만 7천개 수준까지 감소했습니다. 고작 반 년 만에 8천개 넘는 전세 매물이 사라진 겁니다.
각종 수급지표도 악화 일변도입니다. 전세수급지수는 지난해 1월 이후로 꾸준히 악화된 끝에 올해 7월 기준 104p를 기록했습니다. 제발 세입자 좀 맞춰달라던 집주인들이 슬슬 세입자를 고를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면 “비싸면 딴데 알아봐”도 가능하겠죠? 그래서 전세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서울 평균 전세가격은 5억 7천만 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6억 1천만 원으로 올랐죠. 1년 만에 4천만원 올랐네요.
대출 막히고 입주물량 적어, 전세사기 공포도 현재 진행형
전세 세입자 입장에선 계약기간이 앞으로 얼마간 남았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지금 전세가격을 밀어 올린 여건들은 해결된 게 없고, 앞으로 더 악화될 일만 남은 상황입니다.
전세사기의 공포는 여전합니다. 빌라 거래량(실거래가 시스템)은 하반기 들어 7천여 건으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그나마 9천건 정도 거래가 되던 연초보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죠.
이렇게 비아파트에서 이탈한 수요는 고스란히 중소형 이하 아파트로 흡수되고 있죠. 실제로 상승률은 전용면적이 작을수록 가파른 경향을 보입니다. 8월 기준 중소형 평균 전세가격은 6억, 소형도 4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재계약을 앞둔 아파트 세입자도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죠. 4년 전에 시행된 임대차2법의 1차 신규계약 시즌이 8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최근의 가파른 집값 상승에 용기를 얻은 집주인들은 4년 치 상승분을 반영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습니다.
돈줄도 막혔습니다. 집값이 오르면서 슬슬 갭투자가 고개를 치켜들자, 금융당국의 닦달에 시중은행들은 갭투자에 이용되는 전세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했죠. 갭투자를 막는다는 명분은 훌륭하지만, 전세 공급자가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더 참는다고 상황이 좋아질 것도 없습니다. 서울 입주물량이 넉넉한게 아니거든요. 전세 공급이 가능한 임대제외 공급물량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연평균 2만 4,000가구 정도 되는데요. 규모가 지난 10년 평균의 75% 정도 밖에 안됩니다.
사람들은 아파트로 몰리는데, 전세대출 수도꼭지는 잠기고, 새로 들어갈 아파트도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 아파트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네요. 팍팍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