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KF-21의 필리핀 수출 계약이 마침내 현실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습니다.
필리핀 상원에서 이 계약의 발목을 잡고 있던 법적 장벽을 허물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한 무기 구매 이야기가 아닙니다.
필리핀 국방력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순간이 지금 이 시점, 마닐라 의사당 한복판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두 명의 상원의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이번 움직임의 핵심에는 두 명의 필리핀 상원의원이 있습니다.

바로 상원의원 JV 에헤르시토(JV Ejercito)와 로렌 레가르다(Loren Legarda)입니다.
두 의원은 "SBN 1845"와 "SRN 161", 즉 '개정 AFP 무기 현대화 프로그램 이행 강화에 관한 법안'을 오는 2026년 3월 중순을 목표로 공동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필리핀 의회가 2026년 6월에 회기를 종료하는 만큼, 두 의원은 그 전까지 법안을 통과시켜 올해 안에 KF-21 도입 계약에 서명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법안의 핵심, 무엇이 바뀌는가
그렇다면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요?
현재 필리핀의 AFP(Armed Forces of the Philippines, 필리핀군) 현대화 프로그램에는 두 가지 큰 제약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KF-21과 같은 대형 방산 프로젝트에 외국 차관(Foreign Loan)의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현대화 사업을 15년 단위의 '호라이즌(Horizon)' 구간으로 나눠 진행하도록 규정한 제도적 틀입니다.
이 15년 호라이즌 제도는 장기적 계획의 안정성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오히려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법안은 바로 이 두 가지 장벽을 동시에 허물겠다는 것이죠.
KF-21과 필리핀, 왜 이 조합인가
KF-21 보라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4.5세대 전투기로, 현재 전 세계 여러 국가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입니다.
필리핀 입장에서 KF-21은 단순한 전투기 도입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필리핀 공군의 실질적인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KF-21은 미국산 고성능 전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방산 협력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필리핀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입니다.
외국 차관 허용, 왜 이게 그토록 중요한가
많은 독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투기를 사는데 왜 법까지 바꿔야 하지?"
현재 필리핀은 자체 국방 예산만으로 KF-21 같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형 방산 사업을 단번에 집행하기 어려운 재정 상황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바로 외국 정부나 금융기관의 차관을 활용하는 것이죠.
한국 정부 역시 자국 방산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을 통한 금융 패키지를 제공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해왔습니다.
결국 이번 법안은 필리핀이 KF-21을 구매할 수 있는 '돈줄'을 여는 법안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2026년, KF-21 수출의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인가
물론 법안 통과가 곧 계약 서명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필리핀 의회의 일정, 양국 간의 세부 협상, 그리고 예산 확보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에헤르시토 의원과 레가르다 의원의 움직임은 분명 의미 있는 신호탄입니다.
오랜 기간 논의에만 머물렀던 KF-21의 필리핀 수출 프로젝트가 드디어 입법이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2026년은 한국 전투기 수출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마닐라의 의사당에서 울려 퍼지는 이 움직임을 한국 방산업계가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