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작별, 17년 지나도 여전한 명작 '마더'

개봉한 지 17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대중 사이에서 찬사가 끊이지 않는 한국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를 떠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압도적인 평점을 유지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짙은 여운으로 관객들을 소환하는 봉준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 ‘마더’다. 최근 넷플릭스 코리아의 공지에 따르면 영화 ‘마더’는 오는 25일을 끝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종료한다.
김혜자의 광기, 원빈의 파격 17년째 회자되는 '역대급' 열연
영화 ‘마더’는 개봉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준 평점 9.42(10점 만점)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제6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예술성이 짙고 비대중적인 매력을 지닌 수작으로 손꼽힌다.

영화는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둘이 사는 ‘엄마(김혜자 분)’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에게 스물여덟 살의 아들 ‘도준(원빈 분)’은 온 세상이나 다름없다. 제 앞가림을 못 하고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어수룩한 아들은 늘 엄마의 애간장을 태우는 존재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한 소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도준이 어처구니없이 범인으로 몰리면서 평범했던 모자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엄마의 사투는 처절하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 지으려 하고 무능한 변호사는 정의보다 돈에 밝다. 결국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세상 속에서 엄마는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선다. 아들의 혐의가 짙어질수록 엄마의 절박함은 광기로 변모하고 영화는 관객을 예상치 못한 심연으로 안내한다.

‘마더’는 사실상 배우 김혜자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비중과 존재감이 압도적인 영화다. 평소 ‘국민 엄마’로 불리던 김혜자가 보여준 일그러진 형태의 모성애는 대중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식을 위해 어디까지 폭주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그의 연기는 김혜자라는 이름을 대중의 뇌리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2006년 의병 제대 후 복귀작으로 해당 영화를 선택한 원빈은 꽃미남 이미지를 내려놓고 어수룩한 도준 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여성 팬들의 기대에 부응함과 동시에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여기에 진구 등 탄탄한 조연진이 가세해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평점 9.42의 위엄 청불 등급 한계 넘고 300만 관객 사로잡아
개봉 당시 ‘마더’는 평론가들로부터 만장일치 수준의 극찬을 받았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기괴하고 서늘한 분위기, 세밀한 미장센,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은 봉 감독의 천재성을 다시금 증명했다.

특히 영화의 수미상관 구성은 여전히 영화계에서 회자되는 부분이다. 영화 시작 부분에서 관객과 평론가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의문의 오프닝 댄스는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장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진정한 의미를 완성하며 관객의 가슴을 때린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불편함과 해방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엔딩에 대해 봉 감독은 과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나의 모든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마더’의 엔딩 장면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는 개봉 직후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 다소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지나치게 어둡고 매서운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마더’는 최종 누적 관객 수 301만 3523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점과 대중적인 흥행 코드보다는 예술성에 집중한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전작 ‘괴물’로 역대 최다 흥행 기록을 세웠던 봉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지만 결국 작품 자체가 지닌 힘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들은 "최고의 오프닝, 최고의 엔딩신", "참 이미지에 관한 표현이 기가 막힌 감독의 영화! 메마른 곳에서 축축한 곳으로", "흑백판으로 보니 처연함이 두 배", "흑백 '마더' 상영은 이 영화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김혜자, 마더의 얼굴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추천", "엄마는 엄마가 되기 이전에 여자였고, 엄마가 되기를 선택하였다" 등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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