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에 흙이 묻어 있지 않으면 깨끗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일과 채소는 재배와 수확, 운반, 진열 과정에서 표면에 미생물이 묻을 수 있습니다. 특히 껍질을 벗겨 먹는 과일은 “어차피 겉은 버리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칼이나 손이 껍질에 닿은 뒤 먹는 부분으로 오염을 옮길 수 있습니다. 실제 식품안전 지침도 껍질을 먹지 않는 농산물까지 자르거나 벗기기 전에 흐르는 물로 씻도록 권합니다.

참외
참외는 껍질이 단단하고 속만 먹는 사람이 많아 냉장고에서 꺼낸 뒤 바로 반으로 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에 흙이나 이물질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이미 깨끗하게 세척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일 표면의 오염 여부는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농산물은 재배 중 토양이나 물, 수확과 운반 과정에서 사람의 손과 여러 표면을 거치면서 미생물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참외처럼 칼로 껍질을 가르고 안쪽 과육을 먹는 과일은 표면 세척이 중요합니다. 칼날이 껍질 바깥쪽을 통과한 뒤 그대로 과육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표면에 있던 흙이나 미생물이 칼을 따라 안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FDA 역시 껍질을 먹지 않는 농산물이라도 자르거나 껍질을 벗기기 전에 먼저 씻으라고 안내합니다.

씻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참외를 흐르는 수돗물 아래에서 손으로 충분히 문질러 씻고, 표면이 단단한 과일은 깨끗한 채소용 솔을 이용해 가볍게 닦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물에 오래 담가두는 것보다 깨끗한 흐르는 물을 사용해 표면을 직접 문질러 씻는 것입니다.
주방세제나 비누, 락스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피해야 합니다. 농산물은 표면에 작은 틈과 구멍이 있기 때문에 세제 성분이 남거나 흡수될 가능성이 있고, 일반적인 가정용 세제는 식품 세척용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흐르는 물만으로 충분히 문질러 씻고 깨끗한 키친타월이나 천으로 물기를 닦아내면 표면의 세균을 더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참외를 씻은 뒤에는 칼과 도마도 신경 써야 합니다. 바로 전에 생고기나 생선을 손질했던 도마에 참외를 올리면 참외를 아무리 잘 씻어도 다시 오염될 수 있습니다. 생으로 먹는 과일을 손질할 때는 육류나 해산물에 사용했던 칼과 도마를 깨끗하게 씻은 뒤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잘라놓은 참외는 가능한 한 오래 실온에 두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껍질을 자르고 과육이 노출되는 순간부터는 보관 조건도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한 번 자른 과일은 바로 먹거나 냉장 보관하고, 냄새나 점액질처럼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면 아깝더라도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오렌지
오렌지도 “껍질을 까서 먹는데 왜 씻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 쉬운 과일입니다. 실제로 손으로 껍질만 벗겨 먹는 경우라면 칼로 자르는 과일보다 안쪽으로 오염이 들어갈 가능성이 낮을 수 있지만, 껍질을 만진 손으로 곧바로 과육을 집어 먹는다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표면에 있던 오염물이 손가락을 통해 먹는 부분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렌지를 반으로 잘라 즙을 짜거나 웨지 형태로 썰어 먹는다면 씻는 과정이 더 중요해집니다. 칼날이 껍질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표면에 있던 미생물을 과육 쪽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식품안전기관이 껍질을 제거할 과일도 먼저 씻도록 권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교차오염 때문입니다.

오렌지는 흐르는 물에 놓고 손바닥으로 표면 전체를 문질러 씻으면 됩니다. 과일 왁스가 걱정된다고 세제나 식초를 과하게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적인 생과일 세척에는 깨끗한 흐르는 물이 기본이며, 세제와 가정용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여러 개를 미리 씻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싶다면 물기가 남지 않게 충분히 말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표면에 물이 오래 남아 있으면 저장 중 품질이 빨리 떨어지거나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먹기 직전에 필요한 만큼 씻는 방식이 가장 간단하고 관리하기도 쉽습니다.

오렌지 껍질을 요리에 사용한다면 세척은 더욱 꼼꼼해야 합니다. 제스트를 내거나 껍질을 차와 디저트에 넣는 경우에는 원래 버리던 표면을 그대로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물에서 충분히 문질러 씻고 상하거나 곰팡이가 핀 부분이 있다면 그 과일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물론 씻는다고 표면의 모든 미생물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척은 오염 가능성을 낮추는 과정이지 살균 과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오렌지를 자르거나 껍질을 벗기기 전에 한 번 씻는 습관만으로도 손과 칼을 통한 불필요한 교차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파
대파는 국이나 찌개, 볶음에 거의 매일 사용하는 식재료라 냉장고에서 꺼내 겉껍질만 벗기고 바로 써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겉면이 깨끗해 보이는 손질 대파는 이미 충분히 세척됐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대파는 흙과 접촉해 자라고 잎이 여러 겹 겹쳐 있어 줄기 사이와 잎 안쪽에 흙이나 이물질이 남을 수 있습니다.
대파는 뿌리 쪽뿐 아니라 잎 사이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겉잎만 한두 장 벗긴다고 안쪽까지 자동으로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파를 생으로 썰어 양념장이나 고명에 넣는 경우에는 이후 가열 과정이 없기 때문에 먹기 전 세척이 더 중요합니다. FDA의 식품안전 자료도 일반적인 파 제품은 세척과 추가 손질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설명합니다.

손질할 때는 뿌리와 시든 부분을 제거한 뒤 흐르는 물에서 줄기와 잎을 하나씩 벌려가며 씻는 편이 좋습니다. 흙이 많이 끼어 있다면 대파를 세로로 갈라 안쪽까지 물이 닿게 씻으면 훨씬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겉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잎 사이까지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파를 국이나 볶음에 넣어 충분히 가열한다면 생으로 먹는 것보다는 미생물 위험이 낮아집니다. 충분한 가열은 많은 유해 세균을 죽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썰어놓은 대파를 마지막에 고명으로 올리거나 파채처럼 생으로 먹는다면 세척 단계가 사실상 마지막 안전장치가 됩니다.

미리 썰어 냉장 보관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씻은 뒤 물기가 많은 상태에서 밀폐해두면 금방 물러지고 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충분히 물기를 제거한 뒤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또 생고기를 자른 도마에서 바로 대파를 썰면 교차오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생으로 먹을 파는 깨끗한 칼과 도마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만 포장지에 ‘세척 완료’, ‘바로 섭취 가능’처럼 명확하게 표시된 제품은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미리 세척된 즉석섭취용 농산물은 다시 씻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으며, 오히려 집에서 다시 씻는 과정에서 싱크대나 손을 통해 재오염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씻는 것보다 제품 표시를 먼저 확인하고, 일반 생대파라면 먹거나 조리하기 전에 충분히 세척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눈으로 깨끗해 보인다고 세균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참외나 오렌지처럼 껍질을 버리는 과일도 자르기 전에 씻고, 대파처럼 겹이 많은 채소는 안쪽까지 확인해 씻는 습관이 교차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씻는다고 모든 세균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므로 손과 칼, 도마까지 함께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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