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판사 “선고유예 납득 X”…제주대병원 간호사들 ‘선처’ 호소

김찬우 기자 2026. 3. 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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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제주대병원 故 유림양 사망사고 관련 재판 
주범 간호사 3명은 징역 확정…4명은 1심서 ‘선고유예’
1심 양형 이유는 “주범 아닌 데다 코로나19 격무 감안”

간호사 약물 오투약과 은폐로 숨을 거둔 제주대학교 병원 고(故) 유림양 사망사고 관련, 주범을 제외한 간호사들이 1심 '선고유예'를 받은 가운데 항소심 판사가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5일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박정길 부장)는 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제주대병원 소속 간호사 A씨 등 4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사 항소로 열린 재판에서 박 부장판사는 "사람에 대한 행위에 대해 과연 선고유예 판결이 적정한지 납득이 쉽게 되진 않는다"며 의문을 가졌다. 피고인 공동 변호인은 "적극적 은폐나 악의적 행위는 앞선 재판으로 실형을 받은 이들이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는 "그들은 그들대로, 피고인들은 피고인들대로 각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기소 내용을 보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유림양은 지난 2022년 3월 11일 오전 5시 50분쯤 제주대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이어 담당의는 오후 2시 11분쯤 네뷸라이저(호흡기) 방식으로 에피네프린 5mg을 투약하라고 처방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5시 30분쯤 간호사는 호흡기가 아닌 정맥주사로 약물을 오투약했고 몇 분 뒤 유림양은 호흡곤란 등 증세를 보여 집중관찰 병상으로 옮겨졌다. 이어 약물 오투약 사실을 모른 채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진 유림양은 다음날인 12일 오후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수간호사 등 3명은 약물 오투약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의사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유림양 관련 의료기록을 수정, 삭제하는 등 은폐를 시도했다. 관련해 이들은 대법원에서 징역 실형이 확정됐다. 
2022년 4월 28일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의 제주대학교병원 압수수색 당시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약물 오투약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의사에게 말하지 않아 피해자가 치료를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는 등 피해자 유기 혐의다. 

A씨는 유림양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전동될 당시 앞서 약물을 잘못 투약한 간호사의 대화 내용을 듣고 오투약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유림양을 인계하던 중 A씨로부터 전화로 오투약 사고 발생 사실을 들었으며, 또 의사들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B씨는 의사들에게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고 A씨 역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오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취지의 수간호사 지시를 받고 A씨와 B씨는 유림양이 사망할 때까지 오투약 사실을 의사에게 알리지 않았다. 

C씨는 약물 오투약 사고 전 유림양 병실에 들어가 호흡수나 말초정맥관 삽입상태를 확인하거나 낙상예방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사고 이후인 오후 7시 12분쯤 전자의무기록시스템에 이를 거짓으로 작성한 의료법 위반 혐의다. 

D씨는 유림양이 응급실에서 병동으로 정식 입원할 당시 입실동의서, 낙상 예방 안내문, 코로나19 감염환자 보호자 입실동의서 등 서류를 승낙이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보호자 명의로 서명한 사전자기록 등 위작 등 혐의다. 

1심에서 이들 모두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유예된 형량은 A씨 징역 8월, B씨 징역 10월, C씨 벌금 500만원, D씨 벌금 150만원이다. 간호법에 따라 금고 이상 선고유예가 확정된 이들의 경우 간호사 자격이 취소된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오투약 사고는 다른 사람들의 잘못이 상당히 중하다고 보이며, 당시 코로나 대유행으로 간호사들이 어려운 근무환경에서 격무 중이었던 사정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처벌 전력이 없고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에서 기류가 바뀌자 피고인 측 공동 변호인은 유족에 위로와 사죄의 뜻을 전한 뒤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변호인은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발생한 가운데 모든 책임을 피고인들에게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A씨와 B씨는 당시 담당 간호사가 아니었고 약물이 잘못 투약됐다는 말만 들었지 용량 등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다"며 "또 당시 병원 내 정형화된 절차를 따르고 있었으며, 수간호사가 주체였다"고 주장했다. 

또 "C씨는 입사 1주일 남짓 된 초보 간호사로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프리셉터 교육도 못 받은 채 현장에 투입됐다. 폭주하는 업무 중 선배 간호사를 도왔을 뿐 적극적인 회피 행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D씨 역시 코로나가 폭발적인 상황 속 서류 반출입이 어려워 보호자 대신 서명한 것으로 본인 이익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모두 진심으로 반성 중이다. 수 차례 반성문을 전달하고 공탁금을 내는 등 피해회복에도 노력 중"이라며 "현장 말단 간호사에게 원심보다 중대한 형이 내려져 당연퇴직하게 되는 것은 가혹하다. 앞으로 잘못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관련해 이들에 대한 선고는 이달 31일 오후 2시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