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에서 신차를 출시했다. 심지어 롤스로이스 특유의 생산 방식인 핸드빌트 체험이 가능하다. 그것도 구입한 사람 손으로 직접 조립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사이즈와 가격이다.

정확히 누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꿈은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 했다. 이 말을 자동차에 대입해 보면 ‘드림카 역시 꿈에 머물러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페라리를 꿈꾸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평생 페라리를 갖는 꿈만 꾸는 걸로 생을 마감한다. 무척 서글픈 이야기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런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꿈을 가져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자기 고객들이 더 큰 우월함을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만약 모두가 페라리를 가질 수 있다면 지금처럼 페라리를 우러러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렇게 꿈꾸는 사람들을 확산시킬 때 자주 동원되는 것이 굿즈다. 티셔츠, 모자부터 미니어처 카까지. 굿즈야 말로 그 꿈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나마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이런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 건 롤스로이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자동차 이외의 상품을 시장에 소개한 건 꽤 오래됐다. 대표적인 게 바로 페달카다. 어린아이가 겨우 앉을 수 있는 페달카를 이들은 무려 1920년대부터 판매됐다.

그리고 최근 롤스로이스는 그보다 훨씬 작지만 롤스로이스 고유의 핸드빌트 맛을 약간이나마 즐길 수 있는 굿즈를 출시했다. 정확한 스케일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책상 위에 품위 있게 놓아두기 적당한 사이즈다. 총 7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차는 실루엣만으로도 대략 어떤 모델을 오마주한 것인지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롤스로이스의 RR 로고가 없어도 이 모델카가 어떤 브랜드의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는지 곧바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납작하게 눌려있으며 웅장하게 솟아있기도 한 라디에이터 그릴도 그렇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거의 같은 각도로 서 있는 프론트 엔드와 함께 뒤로 부드럽게 포물선을 그리고 있는 캐릭터 라인은 영락없는 롤스로이스의 그것이다.

소재도 롤스로이스답게 고급스러운데, 우선 그릴과 후드 윈드쉴드를 구성하는 은빛의 파츠는 한 덩어리의 알루미늄을 고스란히 깎아서 만들었다. 알루미늄 프레임 안쪽에는 3D 프린팅으로 만든 캐빈을 넣을 수 있다. 아쉽게도 가죽 마감은 아닌 것 같지만, 제법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심지어 우리의 꿈을 투영할 페르소나도 태울 수 있다. 언젠가 근사한 헌팅캡을 쓴 멋진 오너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대신 투영해 볼만하다.

따스한 질감으로 바디 전체를 감싸는 나무는 실제 롤스로이스의 인테리어에 사용되는 참나무로 제작됐다. 나무로 된 바디워크 안에는 마치 구동계를 연상케하는 또 하나의 금속 파츠가 들어가는데 이 역시 한 덩어리의 알루미늄을 깎은 후 표면을 매끈하게 정리했다. 사실 작은 부품이라 경면 가공에 손이 많이 가지만 롤스로이스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놀라운 건 휠이다. 크롬으로 도금된 디쉬휠 가운데 박혀 있는 롤스로이스 배지는 실제 롤스로이스 휠 캡에 적용되는 셀프 레벨링 센터 캡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니까 책상 위에서 굴려도 항상 정위치를 지키는 RR 로고를 볼 수 있다.

각각의 파츠는 별다른 접착제나 나사 없이 자석으로 간단히 결합할 수 있어 언박싱과 동시에 최소한의 시간만으로 완성된 형태를 즉시 감상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 특유의 고급스러운 마감과 통 알루미늄 파츠가 주는 기분 좋은 무게감 그리고 마치 실제 자동차의 결혼(Marriage) 과정을 체험하는 것 같은 흥미로운 조립 과정 등 즐길 수 있는 게 제법 많은 이 미니어처 카에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역시나 가격이다.

일단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사이즈는 결코 크지 않다. 사람은커녕 개구리 한 마리도 들어가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니어처 카에 가격은 무려 5,500달러. 한화로 무려 800만 원이나 한다. 물론 롤스로이스 팬텀에 비하면 거의 1/10 가격에 불과하지만 낡은 중고 경차보다 비싼 건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롤스로이스는 미니어처조차, 드림카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오토뷰 | 뉴스팀 (news@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