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의혹’, 이재명 대표 ‘범죄’…1년간 인터넷 연관어 1위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2024. 9.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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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본 민심

● 빅데이터에 나타난 우리 정치, ‘부정’ 일색
● ‘온라인 친화형’ 이재명, 부정 언급량 77.4% 1위
● 尹 ‘명품백’ 사건으로 ‘의혹’ 증가
● 4대 현안=연금개혁·의대증원·고물가·아파트값
● 1년 내내 고통지수 된 뉴노멀 ‘고물가’
● 아파트값 워드맵은 ‘불안’ ‘우려’ ‘스트레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등 한국 정치를 움직이는 4인에 대한 빅데이터 평가는 부정 비중이 긍정 비중보다 월등히 높았다. [동아DB, 뉴스1]
‘신동아'는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some.co.kr)를 통해 2023년 9월 1일부터 2024년 8월 31일까지 1년간 뉴스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그리고 X(옛 트위터)에서 언급된 정치인과 사회 현안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1부 정치 분야에선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윤 대통령+윤석열 검색),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한동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재명),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조국)의 빅데이터 추이를 탐색했다. 2부 경제·사회 분야에선 의대 증원, 연금개혁(연금개혁+국민연금), 고물가(고물가+고금리), 아파트값(아파트값+집값)을 다뤘다. 1년 동안 이들에 대한 워드맵, 긍·부정 단어 순위 변화, 그 의미를 월별로 살펴봤다.

한국 정치 움직이는 핵심 플레이어 4인방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4인은 한국 정치를 움직이는 주요 플레이어다. 임기 반환점을 지나지 않은 윤 대통령은 여전히 권력 정점에 서 있다. 1년 이상 여권 차기 주자 1위를 지키고 있는 한 대표는 7월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8월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 대표는 당을 확실하게 장악해 경쟁자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조 대표는 4월 총선에 범야권 승리를 견인한 후 야권 차기 주자 중 하나로 부상했다. 명실상부하게 한국 정치를 대표하는 이들 4인의 빅데이터는 국민이 우리 정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빅데이터에선 윤 대통령과 한·이·조 대표 4인 모두 '패자'였다. 4인의 빅데이터를 통해 본 우리 정치는 부정 일색이었다. 4인의 1년간 빅데이터 변화 추이는 마치 부정 경쟁을 하는 것처럼 비슷한 궤적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승리했지만 이 대표에 대한 부정 여론은 그대로 유지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4월 총선에서 범야권이 192석을 획득해 압승했지만 승리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이 대표와 패배 장본인으로 지목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긍·부정 변화 추이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9월 한 대표에 대한 유난히 높았던 부정 여론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국회에 출석(9월 21일)해 '이재명 체포 동의안'을 설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대표에 대한 부정 여론이 매우 낮았는데, 이는 지난해 9월의 경우 정치참여가 본격화하기 이전이었고, 올해 7∼8월엔 정쟁에서 다소 비켜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국 28.4%로 긍정 1위

조 대표는 정치 무대에 상대적으로 뒤늦게 뛰어든 덕에 1년간 빅데이터 분석에서 긍정 1위를 기록했다. 긍정 언급이 28.4%를 기록해 윤 대통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부정 언급은 67.9%였다. 다만 조 대표가 긍정 1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대표는 총선 참여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작년 10월 전후로 부정이 급증했다. 또한 윤 대통령 대(對) 이 대표 구도가 부각된 올해 7∼8월 긍정 비중이 높아졌다. 즉 조 대표의 긍정 비중은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을 때 높아졌다. 따라서 조 대표의 정치활동이 본격화한다면 부정적 언급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정 1위는 이 대표가 차지했다. 이 대표는 부정 언급량이 77.4%에 달했고, 긍정은 4인 중 유일하게 10%대(18.9%)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정치적 성장을 일궈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인 가운데 이 대표는 회원이 가장 많은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 이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팬덤(개딸)을 보유하고 있다. 온라인과 빅데이터는 사실상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친화형' 이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긍정 언급은 27.1%를 기록해 조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부정은 70.3%로 세 번째였는데 한 대표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한 대표는 긍정에서 22.2%로 3위를 차지했고, 부정에선 73.8%로 이 대표 다음이었다. 한 대표는 사안에 따라 범야권은 물론 윤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도 공격을 받기도 했는데 이 같은 흐름이 긍정을 낮추고 부정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제외하면 긍정 29.6%로 상승

윤 대통령 긍·부정 워드맵은 '의혹'이 4만 건을 넘겨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채 해병 순직 사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도 포함돼 있다. 이어 '비판' '논란' '범죄' '비판하다' '거부하다' '우려' '혐의'가 연관어 2∼8위에 올라와 있다. 모두 부정적 단어다. 9위엔 '강화하다'로 10위 안에 든 유일한 긍정 단어다. 10위는 '참사'였다. 윤 대통령 긍정 비율은 지난해 9월이 가장 높았고 올해 7월이 가장 좋지 않았다. 9월엔 '강화하다'가 1위에 올랐고, '평화'도 5위를 차지했다. 당시는 인천상륙작전 73주기 등 안보 쟁점이 떠올랐고, 윤 대통령이 이를 주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7월엔 10위 이내에 긍정 단어가 전혀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총선 패배 후폭풍이 계속된 데다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들의 차별화 움직임, 야권의 채 해병 특검법 공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윤석열 대통령 긍·부정 워드맵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언급은 김건희 여사(김건희 여사+김건희)를 제외하면 27.1%에서 29.6%로 소폭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부정 워드맵에서도 일부 변화가 나타났다. '비판'이 '의혹' 대신 1위로 올라왔다. 이는 명품 백 논란 등 '의혹'의 다수가 김 여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4만 건이 넘는 '의혹'은 김 여사를 제외하면 2만2000여 건으로 줄어들었다. 긍정 단어인 '강화하다'도 9위에서 7위로 상승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후 여야, 당정 소통을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이런 국정 기조 변화가 '강화하다'로 반영됐다. 한미동맹, 한일협력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 외교정책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에 대한 야권의 집요한 공세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면서 빅데이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언급량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동훈, 尹·李 지지층 동시 공격받아 부정 상승

한 대표에 대한 긍·부정 워드맵은 '범죄'가 4만 건에 육박해 1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범죄'는 이중적이다. '범죄'는 부정, 긍정 모두 포함돼 있다. '한동훈 특검법'과 같이 야권이 공격할 땐 부정적 단어이지만 한 대표가 직접 언급할 땐 긍정적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해 12월까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직무상 '범죄'란 단어를 종종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비대위원장, 당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종종 범죄 척결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빅데이터에선 이런 경우에도 부정 단어로 인식한 한계가 있다.
※ 한동훈 긍·부정 워드맵
‌의혹, 논란, 비판, 갈등 등 10위까지 대부분 부정 단어가 많았다. 한 대표 긍정 비율은 지난해 11월이 제일 높았고, 올해 8월이 가장 좋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고 있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가 정점을 향하던 시기였다. 당대표 당선 직후인 올해 8월은 용산 대통령실과 갈등이 커진 시기와 일치한다.

한 대표 긍정 언급이 하위권에 자리한 것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지지층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 부정 비율이 가장 높았던 올해 8월 '갈등'이 워드맵 긍·부정 2위로 올라왔다. 8월 30일로 예정돼 있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회동이 이틀 전에 취소되면서 윤-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것과 무관치 않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의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 주장이 여권 갈등의 원인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 지지층이 한 대표를 공격하면서 '갈등' 순위가 상승한 것. 지난해 9월에도 한 대표 부정은 매우 높았다. '체포' '엉터리' '궤변' 같은 부정 단어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대표가 국회에서 '이재명 체포 동의안'을 설명하자 이 대표 지지층이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총선 압승에도 긍정 되레 악화

이 대표 긍·부정 워드맵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조국 대표에 비해 언급량이 상당히 많다. 1위에 오른 '범죄'는 무려 14만 건을 넘겼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워드맵 1위 단어의 4배 수준이다. 2위 '체포'도 14만 건을 넘었다. 뒤이어 '의혹' '혐의' '비판' '논란'이 3∼6위를 차지했다. 6위까지 모두 부정 단어다. 7위엔 첫 긍정 단어로 '지지하다'가 올라왔다. '지지하다'는 4만 건이 넘었는데 이러한 언급량은 윤 대통령 워드맵 1위 '의혹' 언급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대표 긍정 비율은 올해 8월 가장 높았고, 부정 비율은 올해 5월에 높았다. 8월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시점으로 이것이 긍정 증가로 이어졌다. 총선 압승 직후인 5월에 이 대표 긍정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다만 10위 이내에 긍정 단어가 '지지하다'(6위), '기대'(9위) 등 2개 포함돼 있었다.
※ 이재명 긍·부정 워드맵
‌이 대표 긍·부정 워드맵 긍정 추이는 부인 김혜경 씨를 제외하면 18.9%에서 19.2%로 소폭 상승했다. 윤 대통령과 달리 큰 변화가 없었다. 이 대표 워드맵에선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우선 4인 중 가장 높은 부정 원인은 '압도적 언급량' 탓이기도 하다. 2022년 3월 대선 이후 이 대표는 여야 정치인 중 차기 주자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조차 이 대표를 겨냥한 온라인 활동을 왕성하게 한다. 총선에서 압승한 후 5월 이 대표 부정 비율이 최악 수준으로 높아졌음이 이를 방증한다. 또 하나는 '지지하다'라는 긍정 단어가 전체 7위에 올라와 있을 뿐 아니라 월 단위에서도 10위 이내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윤 대통령과 한·조 대표 워드맵에선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이 대표의 팬덤이 강력하고 활동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국, 긍정 1위는 '조국'이란 이름 때문

조 대표 긍·부정 워드맵 1위에는 '범죄'가 올라와 있다. '의혹' '혐의' '비판'이 2∼4위로 모두 부정 단어다. 긍정 단어가 10위 이내에 3개나 포함돼 있는데, 5위 '헌신하다' 7위 '승리하다' 10위 '지지하다' 등이다. '헌신하다'란 단어는 윤 대통령 8·15 경축식 축사와 관련이 있다. 국가 또는 나라를 뜻하는 '조국'과 연관되는 단어다. 따라서 조 대표가 4인 중 긍정 1위에 오른 것은 '조국'이란 이름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긍정 비율이 가장 높은 달은 올해 8월이고, 2월엔 부정 비중이 가장 높았다. 8월엔 광복절(8·15) 때문에 '헌신'이 워드맵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월은 조국혁신당 창당(3월 3일) 직전으로 윤 대통령, 이 대표 지지층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았다.
※ 조국 긍·부정 워드맵
‌조 대표 워드맵은 한 대표와 비슷한 측면도 있다. 한 대표는 8월 윤 대통령과 갈등이 부각되면서 부정이 급증했다. 조 대표도 총선을 앞둔 2월에 부정이 급증했다. 신당 창당 움직임 때문이다. 조 대표는 범진보 진영 내부로부터도 공격을 받는 한계를 안고 있다. 조 대표 워드맵에서 '지지하다'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3월이다. 신당 창당으로 온라인 지지층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월 워드맵 3위로 이름을 올린 '지지하다'는 4월에도 6위를 차지했다. 그 뒤 5월부터는 10위 이내에 들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10위를 지키고 있다. 온라인에서 일정 정도 지지층이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기 후반 국정 동력 빨간불

연금개혁, 의대 증원. 고물가, 아파트값은 4대 주요 현안이다. 연금개혁은 21대 국회에서 개편안 도출에 실패한 후 최근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새로운 정부안을 내놓고 연금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의대 증원은 지난해 후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했고, 올해 초 본격화했다. 3월엔 2000명 규모의 학교별 증원 인원이 발표되면서 의료계 반발도 뒤따랐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응급실 파행 운영, 지역의료 위기 고조 등 부작용이 몇 달째 지속하고 있다. 고물가는 서민 생활을 옥죄는 최대 현안이다. 4월 총선에선 대파 논란이 선거 쟁점으로 부상했고, 국민의힘 패배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일부 품목은 안정됐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아파트값은 서울 기준으로 고점 대비 90%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파트값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들 4대 현안에 대한 빅데이터는 국민이 윤 정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압축적 평가를 반영하고 있다.
‌4대 현안에 대한 빅데이터는 임계점을 가리키고 있다. 부정 추이가 매우 높게 형성돼 있어 윤석열 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강력한 국민 지지가 없으면 추진 동력이 약화하기 마련이다. 연금개혁, 의대 증원, 고물가의 긍정은 20% 중후반에 머물렀고, 부정은 70% 안팎에 형성돼 있다. 아파트값의 긍·부정은 찬반이 비슷했지만 올해 5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부정 1위는 의대 증원으로 74%에 달했다. 긍정은 23.7%에 그쳤다. 의대 증원 부정 비중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본격화하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증원 규모가 알려지기 시작한 올해 초,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이 확정된 6월 전후엔 80% 안팎까지 치솟았다.

‌긍정 1위는 45.0%로 아파트값이 차지했다. 아파트값 부정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줄곧 50% 안팎에 머물러 있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특히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나타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직 전국 단위에선 상승세에 따른 민심 악화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올해 4월을 기점으로 부정이 급상승하고 있다.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고강도 아파트값 대책이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부정 비중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의대 증원, 응급·지역·필수의료 포함하면 긍정 28.5%로 상승

※ 의대 증원 긍·부정 워드맵
의대 증원 워드맵은 10위까지 한 단어를 빼고 모두 부정 일색이다. 워드맵 1위는 '반발하다'가 자리했고, 2위엔 '반대하다'가 올라왔다. 8위까지도 부정 단어였는데 9위에 비로소 긍정인 '필수'가 등장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필수의료를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이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긍정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지난해 9월이었고, 부정은 올해 5월이었다. 지난해 9월은 의대 증원이 본격화하기 이전이었다. 긍·부정에 대한 온라인 활동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긍정이 높게 형성된 것이다. 올해 5월엔 정부가 의대 증원이 반영된 대입 방안을 발표했다. 전공의를 중심으로 의료계 반발이 정점에 달했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크게 패배한 것도 5월 의대 증원 워드맵에서 부정 비율 상승을 부추긴 요인이다.

의대 증원 빅데이터 분석에서 포함어로 응급의료,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추가하면 긍정 비율이 5%포인트 늘어나 28.5%까지 상승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이유로 이 세 가지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했는데 이러한 주장이 워드맵에서도 입증된 것이다.

연금개혁, 워드맵 1위 7개월째 '부담' 등장

※ 연금개혁 긍·부정 워드맵
연금개혁 워드맵 1위는 단연 '부담'이다. 부담은 1년 중 9개월이나 1위에 올라 올해 2월부터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빅데이터에 나타난 연금개혁은 보험료 인상과 동의어인 셈이다. 즉 연금개혁 부정 상승은 보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긍정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올해 1월이고, 부정은 올해 5월이다. 1월엔 총선 이전 국회의 연금개혁안 처리 가능성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5월엔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연금개혁안 처리를 국회로 공을 넘긴 바 있다. 뒤이어 이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처리를 제안했는데 여권은 이를 거부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논란이 연금개혁 부정 비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물가, 1년 내내 고통지수가 된 '뉴노멀'

※ 고물가 고금리 긍·부정 워드맵
빅데이터로 본 고물가는 1년 내내 지속되는 고통지수로 여겨지고 있었다. '부담'과 '경기침체'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3위까지 온통 부정 단어들이 점령하고 있어 국민이 느끼는 고물가 고통지수는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1년 중 '부담'은 9개월간 1위를 지켰고, '경기침체'와 '우려'가 각각 2개월씩 선두에 올랐다. 긍정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올해 2월이고, 부정은 지난해 11월이다. 2월에도 고물가 워드맵에선 중립어인 '부담 덜다'가 7위였고, 긍정 단어인 '완화하다'가 10위에 턱걸이했을 뿐이다. 이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각종 민생 대책을 쏟아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2월을 제외하면 고물가는 1년 내내 '뉴노멀'이 된 것처럼 보인다.

아파트값, 부정 급증 초기 단계

아파트값 워드맵 1위 '선호'는 3월부터 6개월째 1위에 올라와 있다. '선호'는 긍정 단어로 분류되지만 다분히 이중적이다. '선호'가 처음 1위에 오른 3월은 아파트값이 본격 상승 국면에 접어든 시기다. '선호'는 종종 '강남3구 똘똘한 한 채'로 사용된다. '선호'는 수혜를 보는 쪽에선 긍정적이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배 아픈 소재다. 즉 한쪽에선 긍정 단어이지만 다른 쪽에선 부정으로 읽힐 수 있다. 긍정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올해 5월이고, 부정은 올해 1월이다. 아파트값 상승이 지역별로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긍정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부정이 뒤섞여 있는 형국이다.
※ 아파트값 긍·부정 워드맵
아파트값 워드맵은 그야말로 폭풍 전야를 연상케 한다. 7∼8월 워드맵에선 부정 단어들이 대거 상위권에 진입했다. 7월엔 '값오르다' '불안' '우려'가 2∼4위로 치고 올라왔다. 8월엔 '스트레스' '불안'이 2∼3위, '우려'가 6위를 차지했다. 이후 10위까지는 긍정 단어들이지만 '가격 오르다' '고가' '자극하다'와 같은 부정 단어들이 10위 이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 아파트값 안정인지, 상승인지 아직은 방향성이 모호하다. 정부는 '8·8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빅데이터로 보는 아파트값 민심은 여전히 불안하다.
신동아 10월호 표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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